도덕과 하늘 사이, 그 언저리 어디쯤 과정이 하나 더 생겼다. 정보통신이다. 제4의 눈이라 부르고 싶다. 문자, 음성, 그림, 영상 가리지 않고 저장하고 송수신한다. 정보통신 의존도가 급속히 높아지면서 정보통신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하려는 법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는 격언이 있다. 비밀은 없다. 말조심 하라는 뜻이다. 이제 행태와 심신 모두 삼가해야 한다. 새나 쥐가 듣는 것이 아니라 정보기기가 보고 듣는다. 무엇인가가 주시하고 있고, 귀 기울이고 있다. 흔적이 쉽사리 사라지지도 않는다. 끊임없이 사이버 세상을 떠돈다.
적절한 비유일지 모르겠다. '조국의 적은 조국'이라거나 '이재명의 적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언론에 수없이 회자되었다. 기묘하게도 조국에게 무엇인가 잘못이 있으면 그 사건 전후로 유사 사안에 대한 비난 글을 스스로 SNS에 게재하였다. 입으론 정의, 몸으론 불의를 저지른 것이다. 국민 비난이 빗발친 것도 그 때문이다. 지금도 그의 글 캡처 이미지 수천 개가 사이버 공간에 떠돈다.
문명의 이기를 선용해야 한다. 선용할 책임이 있다. 거짓유포나 선전 선동에 악용하는 것은 불의다. 인격 모독이나 인신공격으로 쓰이는 것 역시 죄악이다. 표현의 자유 이상으로 사생활 보호와 책임의 문제가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끝내는 사람을 바른 길로 인도할 것이라 기대 해 본다. 제4의 눈으로 감시, 경계하기 때문이다.
전화기를 버리라거나, 부숴라, 칩을 뽑아 없애라는 상식 밖의 주장에 냉소를 금할 수 없다. '행동거지 삼가 하자' 게도 해야 맞는 것이지, 법망 피하라 지시하고 가르치는 것이 지도자가 할 일인가? 아는 바로 무기 삼아 범죄 저지르는 것 같이 큰 죄악은 없다. "흐르는 물의 맑고 흐림은 윗물에 달려있다.(流水淸濁在基源)" 제왕학 교과서라 할 <정관정요(貞觀政要)>에 나오는 말이다. 동몽훈(童蒙訓)에 이르지 않았는가, "벼슬에 임하면 지켜야할 법이 있다. 오직 세 가지로, 청렴, 신중, 근면이다. 이 세 가지를 알면 몸 가질 바를 아는 것이다(當官之法 唯有三事 日淸日愼日勤 知此三者 知所以持身矣)" 청신근((淸愼勤), 지도자의 기본 덕목(律己六條)으로 다산 정약용도 강조한 내용이다.
녹음 및 도촬하는 자, 모사꾼 또한 아예 상대조차 하지 말자. 남의 약점이나 잡아 이득을 취하려는 것은 양아치나 하는 일이다. 이익에 목메는 사람보다 더 심한 졸장부다. 소인배 중 소인배다. 소인배의 반대는 대인배요, 그를 대장부라 하지 않는가? 정보통신이 대장부가 되라 인도하는 시대다.
맹자(孟子) 〈등문공 하(?文公下)〉에 나오는 이야기다. 경춘(景春)이란 사람이 맹자에게 대장부에 대해 묻자 맹자가 말한다. "천하의 넓은 곳에 머물며, 천하의 가장 바른 지위에 서서, 천하의 가장 큰 도를 행하고, 뜻을 이루면 백성과 더불어 그 뜻을 행하고, 뜻을 얻지 못하면 홀로 그 도를 행하여, 부귀해져도 음란하지 않고, 빈천해져도 지조를 잃지 않으며, 위엄과 힘으로 굽히게 할 수 없는, 그런 사람이야말로 대장부 아니겠는가(居天下之廣居, 立天下之正位, 行天下之大道, 得志, 與民由之, 不得志, 獨行其道, 富貴不能淫, 貧賤不能移, 威武不能屈, 此之謂大丈夫.)"
돈 봉투로 정치계가 쓰나미에 휩싸였다. 돈으로 자리를 사는 것은 매관매직이다. 매관매직이나 뇌물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나, 최악의 범죄임은 분명하다. 대화 내용도 저장해두고 꼼꼼히 기록도 해 두었다. 대화 내용에 의하면 6,70년대 사고 그대로임을 알 수 있다. 세상을 보는 눈도, 미래를 바라보는 안목도 그때 그 자리에 그대로 묶여있다. 그러면서 단어만 '진보', '선진' 사용한다. 동란 이후 70년의 변화가 우리 역사 5천년의 변화에 버금간다는 주장이 있다. 빠른 속도의 변화에 유독 정치계만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한편, 대장부처럼 바르게 살라는 정보통신 시대의 경종이요, 지침으로 보인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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