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톡] 밝은 표정의 어린이들을 대하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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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톡] 밝은 표정의 어린이들을 대하고 보니

김용복/ 평론가. 극작가

  • 승인 2023-04-20 18:42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오늘 아침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뜻밖의 천사들을 만났다.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천사들 한두 명을 만난게 아니라 20여 명의 천사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 이 천사들은 나를 보자 한 아이가 "할아버지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하자, 모두들 나를 바라보며 큰소리로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밝은 표정들이 그렇게 좋게 보일 수가 없었다.

지도하는 선생님 말에 의하면 "맑은해유치원 누리보듬반 아이들과 국민안전의 날 안전주간을 맞이하여 아이들의 안전의식을 제고하고 안전실천 문화를 알리기 위해 아이들과 안전표어를 알아보고, 직접 어깨띠를 만들어 착용해 보면서, 유치원 주변의 지역사회를 돌아보기도 하며 '맑은해유치원안전 캠페인'을 진행하게 되었다"라고 했다.

눅 18:15-17에 보면 사람들이 예수께서 만져 주심을 바라고 자기 어린 아기를 데리고 오매 제자들이 보고 꾸짖거늘 예수께서 "그 어린 아이들을 불러 가까이 하시고 이르시되 어린 아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용납하고 금하지 말라 하나님의 나라가 이런 자의 것이니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누구든지 하나님의 나라를 어린 아이와 같이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결단코 거기 들어가지 못하리라 하시니라"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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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안녕하세요"하며 손을 흔들어주는 어린이들 밝은 모습.
보라. 이렇게 밝은 표정의 어린아이들의 모습을.



사람들에게는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을 것이다.

이곳 교사들은 어린이들로 하여금 순수한 맘을 가진 눈으로 사물을 보게 하고, 그 사물 속에서 그림을 찾게 하는 창의성 교육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솝 우화에 등장하는 양치기 소년도 창의성면에서 보면, 그가 거짓말쟁이 소년이 아니라 깊은 산 속에서 얼마나 외로웠으면 거짓말이라도 해서 자신의 외로움을 해결한 소년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오늘날 기업체의 면접시험은 이렇게 창의성 있는 일꾼들을 선발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들이 자라면 각양각색의 직업을 갖게 될 것이다. 정치인도 나올 것이고, 의사나 교사, 법조인도 나올 것이며 사업가나 외교관도 나올 것이다. 그래서 한마디 더 하자.

이솝우화에 토끼와 거북의 경주가 나온다.

누구나 이 두 동물들의 달리기 게임은 결과가 확실한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이솝은 끈질긴 자가, 그것도 상대를 얏잡아보지 않는 자가 승리한다는 교훈을 주기 위해 이 우화를 썼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고, 각 60여 국가에서는 이솝이 뜻하는 바를 각색하지 않고 그대로 주입식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게임을 바라본 필자는 거북의 행동을 다른 관점에서 평가해보고 싶다.

토끼의 뒤를 따라 달리던 거북은 잠 자는 토끼를 발견한다. 그리고 살금살금 기어서 목적지에 도착해 우승을 한다.

여기에 인간성에 대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만일 잠자는 토끼를 발견한 거북이가 토끼를 깨워서 달리기를 계속했다면 그 경주에서 거북이는 우승하지 못했다하더라도 거북의 그런 행동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각은 누구에게 더 큰 박수를 쳐주게 될까?

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상대를 깨워 정당한 게임을 할 줄 아는 거북.

우리 어린이들이 이런 거북으로 자란다면 얼마나 밝은 세상, 화목한 세상이 될까?

부모님에게 한 말씀 드리자.

돼지 잡는 증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춘추시대 유학서인 '한비자' 제32편에 소개돼 있는 내용이다.

증자의 아내가 시장에 가려고 나서는데 어린 아들이 따라가겠다고 나섰다. 걸어서 먼 길을 가야만 되는 증자의 아내는 어린 아들을 떼어놓고자 무심코 한마디 던졌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돼지를 잡아서 맛있는 반찬을 해주겠다"라고.

그런데 이 말이 화근이 된 것이다. 어린 아들을 달래려고 한 거짓말이었는데 시장에서 돌아오니 남편이 돼지를 잡고 있었다. 아내가 깜짝 놀라 말렸지만, 남편은 아내의 말을 듣지 않고 돼지를 잡고 말았다.

증자의 말을 들어보자.

"아이는 부모를 따라 배우는 법인데 부모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아이가 뭘 배우겠느냐?"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두 가지 논리가 잠재돼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돼지를 잡아서는 안 된다는 아내는 경제적인 손실에 초점을 맞춘 것이고,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증자는 자식에 대한 인성(人性)교육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아내의 말이 맞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증자의 말이 맞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둘 다 맞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논리에서는 양시론이나 양비론이 성립되지 않는다. 어느 한 쪽을 지지해야 한다.

경제에 초점을 맞춰 아내의 방식대로 교육을 하면, 이런 아이들은 자란 후에도 부모보다는 경제에 초점을 마출 것이고, 따로 사시는 할아버지나 할머니께 안부 전화도 걸지 않는 사람으로 자라게 될 것이다.

미국의 흑인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두살 때 부모가 이혼하는 아픔 속에 살아 성공한 대통령이다. 그 엄마는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 어린아들을 버렸고, 아버지도 그를 돌보지 않아 보호소에서 자랐다 한다. 생각해보라. 두 살의 어린 나이에 부모가 이혼 했으니.

아내는 자녀가 생기기 전에는 내 아내이지만, 자녀가 생기면 아이들 엄마인 것이다. 아이들의 엄마와 이혼하거나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아내를 핍박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아내를 하나님보다 더 사랑하는 것이 남편과 아버지로서의 의무인 것이다.

이곳 갈마 아파트 단지내에 있는 '맑은 해 어린이집'의 부모님들은 돼지 잡는 증자의 심정을 헤아릴 것으로 믿는다. 그리했기에 아침에 필자를 만나자 밝은 모습으로 인사를 했던게 아니겠는가?

온종일 기분 좋은 하루였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마다 자랑을 하였다.

"오늘 아침에 수십 명의 손자 손녀들이 생겼다" 라고.

김용복/평론간, 극작가

김용복
김용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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