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16. 트럼프와 미국의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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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홍철 칼럼]16. 트럼프와 미국의 민주주의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3-04-20 12:00
  • 수정 2023-04-27 14:10
  • 신문게재 2023-04-21 18면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형사 재판을 받는 전직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도청(盜聽)으로 대통령직을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닉슨 전 대통령이나 불륜으로 여론의 비판을 받았던 클린턴 전 대통령도 형사 기소는 면했었지요.

그러나 기이한 것은 형사 기소가 된 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는 더 올라갔고, 기소 당일 400만 달러의 정치 후원금이 모였다고 합니다. 그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트럼프에 대한 지지층이 결집했고, 동정론이 확산하였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선거에서 패배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난 군중을 동원하여, 국회의사당을 점거하는 폭력 행위를 조장한 것도 알려진 사실이지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 직후부터 지금까지도 공화당은 대부분 트럼프에게 돌아가야 할 승리를 도둑맞았다고 믿고 있습니다. 또, 많은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은 폭력이 좌파로부터 자기들을 보호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명확한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선거 결과를 뒤엎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반민주주의적 행위이고, 결국 공화당을 반민주주의적 정당으로 변질시킬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많은 학자는 이와 같은 현상이 미국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실증적인 위협이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지난주 칼럼에서 보수적 논객인 프랜시스 후쿠야마 하버드대 교수의 주장을 통하여 미국 자유민주주의의 위협 요인을 설명했습니다. 오늘은 이념적으로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마이클 샌델 교수의 견해를 들어 보겠습니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 교수는 최근에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라는 저서를 출간하였습니다. 이는 1996년에 쓴 '민주주의 불만'의 증보판입니다. 샌델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당하게 당선되었지만, 자신이 받은 정치적 권위를, 자유주의적 제도를 공격하는 데 사용했다고 주장합니다. 법원을 비롯한 사법 체계, 비당파적 국가 관료제, 독립적인 언론에 대한 공격을 서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샌델 교수도 트럼프 지지자들이 투표권을 제한하고, 선거를 제한하려는 시도를 명시적으로 드러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물론 이들이 민주주의 원리와 원칙적으로 결별을 원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나, 트럼프를 지지하는 미디어의 주장을 그대로 믿으면서 트럼프를 대규모 부정선거의 희생자로 믿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이와 동시에 샌델 교수는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공공의 이익보다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자유 지상주의를 사상적 근간으로 삼게 되면서,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해낼 수 없다는 것이지요. 특히 이번 저서에서 강조한 것은 부를 독점한 신귀족의 지배가 어떻게 시민을 신자유주의적 군중으로 만들어 내는지를 소상히 밝히고 있습니다. 아울러 대안으로는 '공동체주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모두 더불어 사는 정치를 구현하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라는 것이지요.

사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것도, 이미 미국에서 사회적 유대감이 무너지고 민주주의 조건이 훼손됐음을 가리키는 일종의 징후였습니다. 트럼프 지지자 중 상당한 사람들은 트럼프의 인종 차별적 호소에 호응했고, 트럼프는 이 불만을 이용한 것입니다. 이래서 '우파 포퓰리즘'이라는 주장이 나오게 된 것이지요.

마이클 샌델 교수는 자유민주주의의 원리와 이상을 옹호하면서도, 관심의 폭을 넓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관계에 천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의 관심은 개인적 이익과 공공의 이익을 조화시키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요. 그러나 몹시 어려운 과제입니다. 그래서 정치는 '필요한 것'과 '가능한 것' 사이에 일어나는 지속적인 협상 과정이라고 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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