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61강 당동벌이(黨同伐異)

  • 오피니언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61강 당동벌이(黨同伐異)

장상현/인문학 교수

  • 승인 2023-04-18 17:31
  • 수정 2023-05-02 11:05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161강: 黨同伐異(당동벌이) : 같은 편과는 무리를 짓고, 다른 편은 친다.

글 자 : 黨(무리 당) 同(같을 동) 伐(칠 벌) 異(다를 이)

출 전 : 후한서(後漢書) 당고전(黨錮傳)

비 유 : 옳고 그르고 간에 같은 사람은 편들고, 다른 파의 사람을 배격함을 비유함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지 않고 무조건 자기는 옳고 남은 잘못되었다고 행동하는 사람을 우리는 사자성어(四字成語)로 아시타비(我是他非), 내로남불, 후안무치(厚顔無恥), 인면수심(人面獸心) 등, 인간답지 못한 경우를 빗대어 쓰고 있다. 이와 경우를 같이하는 단체 행동을 당동벌이(黨同伐異)라고 한다.

조선(朝鮮)을 망하게 한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가 당파(黨派)의 혼란으로 정부기능이 마비되어 나라가 부패(腐敗)하고 혼란(混亂)한 사회가 지속되어 결국은 침략도 당하고, 주권까지 유린당하다가 나라가 망(亡)하는 상황을 맞았던 것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지금의 대한민국 정당들은 조선시대의 당파싸움보다 훨씬 심각한 정치싸움에 백성들은 넋을 잃고 있다. 법(法)과 정의(正義)는 없고, 나와 나의 당(黨)만 있을 뿐이다. 이래가지고 어찌 나라가 바로서길 바라고 희망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혹자(或者)들은 국회를 해산시켜야 한다는 말까지 서슴없이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漢)나라는 무제(武帝) 때에 동중서(董仲舒)의 '罷黜百家, 獨尊儒術(파출백가, 독존유술/ 백가를 축출하고 유가만을 숭상하자.)이라는 건의를 받아들여 유가(儒家)로 이념(理念)과 사상(思想)을 통일하였다.

그 후 선제(宣帝) 때에 이르러 유가의 학술은 더욱 성해졌는데, 선제는 특히 저명한 유학자인 초망지(肖望之)를 태자의 스승으로 삼았다. 그런데 당시 유학자들의 오경(五經)에 대한 견해가 서로 달라 B, C 51년에 선제(宣帝)는 석거각[石渠閣/황실 장서각(藏書閣)]에서 유학자들을 모아놓고 오경에 대해 논쟁을 벌였다. 논쟁의 과정에서 유학자들은 자연스럽게 서로 관점이 같은 사람끼리 무리를 지었으며, 견해가 다른 사람들의 무리들을 배척(排斥)하였는데, (후한서)의 저작자 범엽(范曄)은 이런 현상을 '당동벌이(黨同伐異)'로 표현했다.

이렇게 명망 있는 인물을 중심으로 모여 뜻을 같이하는 무리들을 이르러 '당인(黨人)'이라 한다.

후한(後漢) 때에는 황제들이 대부분 어린 나이에 즉위했다. 그래서 황태후가 섭정(攝政)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외척(外戚)들이 실권을 쥐게 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어린 황제들은 장성한 이후 외척(外戚)들의 전횡(專橫)을 물리치고 자신의 세력을 키우기 위해 환관(宦官)세력과 결탁했다. 그러다 보니 황제의 주변에서는 선비 집단인 당인(黨人), 외척(外戚), 환관 등의 세력이 서로 물고 물리는 권력 다툼을 벌였다. 이런 현상이 표면화되어 나타난 것이 바로 후한말년(後漢末年)에 일어난 두 차례의 '당고(黨錮)의 화(禍)'이다.

조선은 세조(世祖/ 수양대군)의 왕위찬탈 실행에 의해 훈구파(勳舊派)와 사림파(士林派)로 나누어지기 시작하였고, 붕당정치(朋黨政治)는 세자책봉도 하지 못한 채 서거한 명종(明宗)이후 선조(宣祖)가 급작스레 즉위하면서 외척(外戚)에 의한 척신정치(戚臣政治)가 사라지고 사림(士林)이 정계에 대리 진출하면서 시작된다.

그것이 처음에는 동인(東人), 서인(西人)에서, 동인은 다시 북인(北人) 남인(南人)으로, 북인은 대북(大北). 소북(小北)으로 계속 파벌이 조성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서인은 노론(老論)과 소론(少論)으로 대립하다가 대윤(大尹), 소윤(小尹)으로 갈라지고, 마지막에는 시파(時派), 벽파(僻派) 등으로 갈라져 많은 정치적 희생이 따르는 처절한 정쟁(政爭)을 연출하였던 것이다.

이로 인하여 사화(士禍)등 많은 선비들은 희생되었고 사회는 혼란을 겪으면서 나라는 결국 약해져서 외세의 침략을 받게 되고, 결국에는 망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던 것이다.

대한민국은 정부가 수립된 이래로 정당의 무조건적 정쟁이 지금처럼 격렬하고 국민들에게로 지탄을 받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야 말로 자기 당(黨)을 위해서는 목숨을 걸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선진국들의 예를 보면 자국 내(自國內)에서는 정책논쟁이 치열하다가도 국익(國益)을 위해서라면 일치단결되어 정부의 정책에 동조(同調)하여 국익을 챙기는 모습에 반해,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은 오로지 국내, 국외의 활동까지도 당파이익을 위한 모습을 감추질 않고 오히려 더 열을 올리는 모습에 국민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다.

이제 국민의 대표자들인 이른바 정치인이라고 하는 그 사람들, 당동벌이(黨同伐異)는 나라를 망하게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멈추지 못함을 자각하고, 자기들이 속한 당(黨)보다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는 지성인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無偏無黨 王道蕩蕩 無黨無偏 王道平平 無反無側 王道正直(무편부당 왕도탕탕 무당무편 왕도평평 무반무측 왕도정직/ (군왕이) 치우치지 않고 편들지 않으면, 왕의 길은 평탄하리라. 편들지 않고 치우치지 않으면, 왕의 길은 고르리라. 거꾸로 하지 않고 기울어지지 않으면, 왕의 길은 바르고 곧으리라.)"

서경(書經)에서 가르치는 교훈이다. 지도자든 위정자든 사욕(私慾)에 치우치지 말고 편들지 않으면, 나라는 국내적으로는 내실이 있고 대외적으로는 신용이 넘칠 것이다.

장상현/인문학 교수

2020101301000791400027401
장상현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