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자 : 黨(무리 당) 同(같을 동) 伐(칠 벌) 異(다를 이)
출 전 : 후한서(後漢書) 당고전(黨錮傳)
비 유 : 옳고 그르고 간에 같은 사람은 편들고, 다른 파의 사람을 배격함을 비유함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지 않고 무조건 자기는 옳고 남은 잘못되었다고 행동하는 사람을 우리는 사자성어(四字成語)로 아시타비(我是他非), 내로남불, 후안무치(厚顔無恥), 인면수심(人面獸心) 등, 인간답지 못한 경우를 빗대어 쓰고 있다. 이와 경우를 같이하는 단체 행동을 당동벌이(黨同伐異)라고 한다.
조선(朝鮮)을 망하게 한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가 당파(黨派)의 혼란으로 정부기능이 마비되어 나라가 부패(腐敗)하고 혼란(混亂)한 사회가 지속되어 결국은 침략도 당하고, 주권까지 유린당하다가 나라가 망(亡)하는 상황을 맞았던 것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지금의 대한민국 정당들은 조선시대의 당파싸움보다 훨씬 심각한 정치싸움에 백성들은 넋을 잃고 있다. 법(法)과 정의(正義)는 없고, 나와 나의 당(黨)만 있을 뿐이다. 이래가지고 어찌 나라가 바로서길 바라고 희망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혹자(或者)들은 국회를 해산시켜야 한다는 말까지 서슴없이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漢)나라는 무제(武帝) 때에 동중서(董仲舒)의 '罷黜百家, 獨尊儒術(파출백가, 독존유술/ 백가를 축출하고 유가만을 숭상하자.)이라는 건의를 받아들여 유가(儒家)로 이념(理念)과 사상(思想)을 통일하였다.
그 후 선제(宣帝) 때에 이르러 유가의 학술은 더욱 성해졌는데, 선제는 특히 저명한 유학자인 초망지(肖望之)를 태자의 스승으로 삼았다. 그런데 당시 유학자들의 오경(五經)에 대한 견해가 서로 달라 B, C 51년에 선제(宣帝)는 석거각[石渠閣/황실 장서각(藏書閣)]에서 유학자들을 모아놓고 오경에 대해 논쟁을 벌였다. 논쟁의 과정에서 유학자들은 자연스럽게 서로 관점이 같은 사람끼리 무리를 지었으며, 견해가 다른 사람들의 무리들을 배척(排斥)하였는데, (후한서)의 저작자 범엽(范曄)은 이런 현상을 '당동벌이(黨同伐異)'로 표현했다.
이렇게 명망 있는 인물을 중심으로 모여 뜻을 같이하는 무리들을 이르러 '당인(黨人)'이라 한다.
후한(後漢) 때에는 황제들이 대부분 어린 나이에 즉위했다. 그래서 황태후가 섭정(攝政)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외척(外戚)들이 실권을 쥐게 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어린 황제들은 장성한 이후 외척(外戚)들의 전횡(專橫)을 물리치고 자신의 세력을 키우기 위해 환관(宦官)세력과 결탁했다. 그러다 보니 황제의 주변에서는 선비 집단인 당인(黨人), 외척(外戚), 환관 등의 세력이 서로 물고 물리는 권력 다툼을 벌였다. 이런 현상이 표면화되어 나타난 것이 바로 후한말년(後漢末年)에 일어난 두 차례의 '당고(黨錮)의 화(禍)'이다.
조선은 세조(世祖/ 수양대군)의 왕위찬탈 실행에 의해 훈구파(勳舊派)와 사림파(士林派)로 나누어지기 시작하였고, 붕당정치(朋黨政治)는 세자책봉도 하지 못한 채 서거한 명종(明宗)이후 선조(宣祖)가 급작스레 즉위하면서 외척(外戚)에 의한 척신정치(戚臣政治)가 사라지고 사림(士林)이 정계에 대리 진출하면서 시작된다.
그것이 처음에는 동인(東人), 서인(西人)에서, 동인은 다시 북인(北人) 남인(南人)으로, 북인은 대북(大北). 소북(小北)으로 계속 파벌이 조성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서인은 노론(老論)과 소론(少論)으로 대립하다가 대윤(大尹), 소윤(小尹)으로 갈라지고, 마지막에는 시파(時派), 벽파(僻派) 등으로 갈라져 많은 정치적 희생이 따르는 처절한 정쟁(政爭)을 연출하였던 것이다.
이로 인하여 사화(士禍)등 많은 선비들은 희생되었고 사회는 혼란을 겪으면서 나라는 결국 약해져서 외세의 침략을 받게 되고, 결국에는 망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던 것이다.
대한민국은 정부가 수립된 이래로 정당의 무조건적 정쟁이 지금처럼 격렬하고 국민들에게로 지탄을 받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야 말로 자기 당(黨)을 위해서는 목숨을 걸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선진국들의 예를 보면 자국 내(自國內)에서는 정책논쟁이 치열하다가도 국익(國益)을 위해서라면 일치단결되어 정부의 정책에 동조(同調)하여 국익을 챙기는 모습에 반해,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은 오로지 국내, 국외의 활동까지도 당파이익을 위한 모습을 감추질 않고 오히려 더 열을 올리는 모습에 국민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다.
이제 국민의 대표자들인 이른바 정치인이라고 하는 그 사람들, 당동벌이(黨同伐異)는 나라를 망하게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멈추지 못함을 자각하고, 자기들이 속한 당(黨)보다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는 지성인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無偏無黨 王道蕩蕩 無黨無偏 王道平平 無反無側 王道正直(무편부당 왕도탕탕 무당무편 왕도평평 무반무측 왕도정직/ (군왕이) 치우치지 않고 편들지 않으면, 왕의 길은 평탄하리라. 편들지 않고 치우치지 않으면, 왕의 길은 고르리라. 거꾸로 하지 않고 기울어지지 않으면, 왕의 길은 바르고 곧으리라.)"
서경(書經)에서 가르치는 교훈이다. 지도자든 위정자든 사욕(私慾)에 치우치지 말고 편들지 않으면, 나라는 국내적으로는 내실이 있고 대외적으로는 신용이 넘칠 것이다.
장상현/인문학 교수
장상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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