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만의 해후 포스터 (사진=이응노미술관 제공) |
이번 전시는 20세기 격변의 시대를 공유한 두 화가가 교류한 예술적 교감을 살펴보는 전시다.
지난해 이응노 연구소는 '아카이브로 보는 이응노와 대전' 기록화 사업을 통해 이응노와 동양화 6대가 중 한 사람으로 알려진 심향 박승무(深香 朴勝武, 1893~1980)가 교류한 사실을 재조명했다. 전시는 이러한 성과의 연장선이자 박승무 탄생 130주년을 맞아 이응노 연구를 확장하는 목적에서 기획했다.
이응노_군마_1983_종이에수묵_이응노미술관소장 |
두 화가는 초기에 스승을 찾아가 배우는 방식인 도제식(徒弟式) 교육을 받았지만 이러한 배움의 단계를 넘어 숙련기에는 서로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이들은 점차 모방과 관념적 세계에서 벗어나 현실의 풍경과 사물을 스케치하는 사생(寫生)에 심취한다. 여기에서 더 발전해 이응노는 활발하고 자유분방한 운필의 역작을, 박승무는 찬찬하고 고매한 품격을 그림에 담아낸다.
박승무_천첩운산_1934_종이에수묵_홍성이응노생가기념관이응노의집소장 |
두 사람 사이에 서울과 전주를 오간 서신을 통해 열한 살의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예술가인 서로를 진심으로 존경하며 지지하는 사이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 1945년 덕수궁에서 열린 '해방기념문화축전미술전'을 비롯해 각종 단체전에 함께 참여했던 기록, 목포에서 합작도를 제작한 사실은 두 화가의 만남뿐 아니라 광복 이후 해방공간에서 미술의 방향성을 찾기 위한 동양화단의 움직임과 의미도 엿볼 수 있다.
1976년 대전 목달동에서 회고전을 준비중인 박승무 (사진=이응노미술관 제공) |
1부인 '소하(小霞) 그리고 심향(心香)과 심향(深香)'에서는 박승무 작품을 호를 따라 세 시기로 구분한다. 소하 시기(小霞, 1912~1927년)는 수련기로 스승에게 전통화법을 익히며 다양한 필법을 구상하고 묘사하던 시기다. 심향 시기(心香, 1927~1940년경)는 전통화법에 따르되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현해 가는 모색기다. 심향 시기(深香, 1940년경~1980년)에는 변화하는 사계 산천을 집중해서 그린 시기다. 지금까지 박승무는 설경을 잘 그리는 화가로 많이 알려져 있으나 이번 전시에서는 보다 다채로운 박승무의 작품을 접할 수 있다.
1972년 파리에서 개인전을 준비중인 이응노 (사진=이응노미술관 제공) |
류철하 이응노미술관장은 "이번 전시의 제목인 '70년 만의 해후: 이응노와 박승무'에도 볼 수 있듯 전시를 통해 해후(邂逅)하는 이응노와 박승무, 두 거목(巨木)의 아름다운 만남을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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