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지속가능한 미래, 어린이 교육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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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시평] 지속가능한 미래, 어린이 교육이 답이다

  • 승인 2023-04-18 17:27
  • 신문게재 2023-04-19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원성수
원성수 공주대 총장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국제적 논의는 오래전부터 지속되어 왔다. 모든 삶의 영역에서 지능화되고 초연결되는 기술의 변화, 지구붕괴를 걱정할 기후변화와 국가 간 갈등은 전 지구적 도전과제다. 한마디로 미래사회는 수많은 불확실성을 지닌 현재의 삶으로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것이다.

전 지구적 도전과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유엔은 2030년까지 전 세계가 함께 이행할 지속가능발전목표(SDG)를 설정하고 교육을 필수적인 해결수단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OECD는 1997년부터 DeSeCo(Defining and Selecting Key Competencies) 프로젝트로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의 핵심역량을 제시하고, 2015년에는 교육 2030으로 핵심역량을 기르기 위한 총체적인 교육체제를 안내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노력은 결국 어린 세대를 위한 교육적 접근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미래사회에 대한 준비는 어린이의 권리이자 어른들의 책무이다. 어린이들은 자신의 삶과 주변 세계에 긍정적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을 가진 존재로 자라날 수 있어야 한다. 어린이는 어릴 때 잘 배워서 어른이 된 다음 세상을 바꿔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 어린이가 있는 삶의 맥락에서 그런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OECD는 이러한 어린이의 능력을 학습자 주체성으로 소개한다. 어린이는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관련된 사람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 내 산책로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와 일회용 플라스틱 컵 등을 본 어린이들은 쓰레기통 설치를 요구하거나 텀블러 사용을 위한 캠페인을 하기도 한다. 지금의 삶의 맥락을 바꾸어가는 능력은 어린이에게 꼭 필요한 깊이 있는 배움이 된다. 이러한 배움은 어린이 자신의 삶에서 시작되며, 성장하면서 지속적으로 삶에 활용되는 역량이 되기 때문에 미래사회를 지속 가능하게 한다.

어린이들이 잘 배우려면 교육을 책임지는 어른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국립공주대학교 부설 유치원은 캠퍼스 내 화백나무 숲에 위치해 있다. 숲에는 새들이 살기 마련인데 숲 가까이 있는 유치원 지붕에 비둘기가 집을 지으면서 고민거리가 생겼다. 선생님과 아이들은 비둘기가 숲 속에 더 좋은 집을 갖기를 바라면서 부모님들의 도움을 받아 새집을 만들고 나무에 걸어주기로 했다.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교육을 함께 하는 어른들이 좋은 기회를 만들어 준 것, 그것이 바로 답이라는 깨달음이 생겼다. 아마 어린이들은 이 과정에서 새의 서식지와 생태, 새가 살아가기 위한 환경 조건과 그 중요성 등을 배웠을 뿐 아니라 숲과 새를 보호하고 돌봐야 하는 가치와 태도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을 것이다. 지금 현재 어린이들 자신의 삶과 관련한 이슈를 좋은 배움으로 이끌어준 어른들이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흔히 어린이는 스스로 배우고 세상을 바꿔나가기에는 어리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모든 어린이들은 유능하고 특별한 존재이기도 하다. 어린이는 자신의 일을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다. 모든 아이가 가진 잠재력을 다 펼칠 수 있도록 어른들의 더 충분한 교육적 지원이 필요할 뿐이다. 이를 위해 모든 어린이를 위한 질 높은 영유아교육이 가능하도록 공교육 시스템 안에서 교원의 질을 확보하고 배움과 삶이 통합된 미래 학습 공간으로 혁신해가야 한다.

어린이를 위한 국가의 교육적 투자와 노력은 재정 효율성을 뛰어넘어 모든 어린이에게 충분하고 질 높은 교육으로 집중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교육자를 포함한 모든 어른들의 관심과 지지, 특히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어른들의 협력적 실천이 지금 여기에서부터 곧바로 함께 있어야 하겠다.

/원성수 공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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