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키호테 世窓密視] 독수독과

  • 오피니언
  • 홍키호테 세창밀시

[홍키호테 世窓密視] 독수독과

처음엔 사람이 술을 마시지만…

  • 승인 2023-04-15 00:01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만취 운전자가 최근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음주운전을 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인도를 걷고 있던 배승아(9)양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 그야말로 청천벽력과 같은 날벼락이었다.

이에 분노하고 충격을 받은 시민들이 거듭 현행 음주 운전자에 대한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에 항의하며 조속한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이날 음주운전으로 인해 이제 꽃망울조차 피우지 못한 아홉 살 어린이를 저세상으로 가게 만든 장본인인 60대 남성 운전자에게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상 혐의가 추가됐다고 한다.

위험운전치사상은 음주나 약물 등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해 피해자를 다치게 하거나 사망케 했을 때 성립되는 죄다. 기존 어린이보호구역 치사 혐의의 양형 기준과 마찬가지로 사망에 이르게 할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이는 소위 '민식이법'이 적용되기에 그나마 형량이 오른 것이다. 참고로 '민식이법'은 지난 2019년 9월 김민식 군(당시 9세)이 충남 아산의 한 스쿨존에서 차량에 치어 사망한 사건 이후에 생겼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음주 운전자는 줄지 않고 있으며 이번 사건과 같은 비극이 꼬리를 물고 있다. 한 마디로 음주 운전은 범죄라는 인식의 고착이 안 된 탓이다. 여기서 잠깐, 세계 각국의 음주 운전자 처벌 실태를 알아본다.

먼저 중국은 식사 시에도 술을 곁들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음주 운전만큼은 매우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음주 운전 적발 시 형사재판으로 넘어가게 되며, 이때 법원의 판결로 선고 가능한 형량에는 제한이 없어 최고 사형까지도 처할 수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음주운전에 적발되는 그 즉시 즉결심판에 처해져 감옥에 수감된다. 터키(튀르키예)는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5%를 넘을 시 음주 운전자를 도심에서 30km 떨어진 외곽에 데려간 뒤 귀가시키고 있다.

또한 택시나 다른 교통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경찰이 자전거를 타면서 따라온다고 한다. 그렇게 '고난의 행군'을 마치면 바로 유치장으로 옮겨진다. 호주에서는 음주 운전으로 적발 시 범죄로 취급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적발된 사람의 이름과 나이, 혈중 알콜 농도, 자동차 번호판까지 신문의 1면에 대문짝만하게 공고하고 있다.

그래서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되는 경우가 많으며 새로운 직장을 구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상식이지만 술은 한 잔 술이 없다. 처음엔 사람이 술을 마시지만, 이후로는 술이 술을, 이후로는 술이 사람을 마시게 된다.

배승아 양 사망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 경찰 관계자의 발표처럼 "사고를 낸 음주 운전자와 동석하여 술을 마신 지인들이 술자리에서 음주운전을 하지 말라고 강하게 말렸음에도 불구하고 도중에 먼저 자리를 떠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은 음주운전의 심각성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음주 운전자로 인해 유명을 달리 한 배승아 양의 명복을 빌면서 배승아 양을 죽음으로 몰고 간 60대 음주 운전자의 신상 공개를 우리도 호주처럼 철저히 밝힐 것을 요구한다.

독수독과(毒樹毒果)는 독이 든 나무의 열매에도 독이 있다는 뜻으로, 법에 어긋난 방법으로 얻은 증거는 증거로 인정할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음주운전으로 일어난 교통사고는 이유를 불문하고 '독수독과' 법칙을 적용하여 한 치의 용서도 하여선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동원했다.

홍경석/ 작가, <두 번은 아파 봐야 인생이다> 저자

두아빠
*홍경석 작가의 칼럼 '홍키호테 世窓密視(세창밀시)'를 매주 중도일보 인터넷판에 연재한다. '世窓密視(세창밀시)'는 '세상을 세밀하게 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서산 부석사 불상 친견법회, 한일 학술교류 계기로"
  2. 대전 학교 내 성비위 난무하는데… 교사 성 관련 연수는 연 1회 그쳐
  3. [입찰 정보] '테미고개·서대전육교 지하화'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 12공구 공고
  4. 2023년 대전·세종·충남 전문대·대학·대학원 졸업생 취업률 전년比 하락
  5. ‘달콤해’…까치밥에 빠진 직박구리
  1. [사설] '대한민국 문화도시' 날개 달았다
  2. [사설] 교육 현장 '석면 제로화' 차질 없어야
  3. 색채의 마술사 ‘앙리 마티스’ 대전서 만난다
  4. 대전 경제기관·단체장 연말연시 인사이동 잇따라
  5. 대전 동구, 축제로 지역 이름 알리고 경제 활성화 기여까지

헤드라인 뉴스


韓 권한대행도 탄핵… 대통령·국무총리 탄핵 사상 초유

韓 권한대행도 탄핵… 대통령·국무총리 탄핵 사상 초유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가 27일 탄핵 됐다. 대통령에 이어 권한대행마저 직무가 정지되는 헌정 사상 유례없는 일이 발생한 것으로, 순서에 따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국회가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무기명 투표를 진행한 결과, ‘국무총리(한덕수) 탄핵 소추안’은 재적의원 300명 중 192명이 참석해 찬성 192표로 가결됐다. 표결에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 안건은 국무총리 한덕수 탄핵소추안이다. 그러므로 헌법 제65조2항에 따라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밝혔다...

세종시 `주택 특공` 한계...수도권 인구 유입 정체
세종시 '주택 특공' 한계...수도권 인구 유입 정체

현행 세종시 주택 특별공급 제도가 수도권 인구 유입 효과를 확대하는 데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해오던 이전 기관 종사자 특별공급 제도가 2021년 5월 전면 폐지되면서다. 문재인 전 정부는 수도권에서 촉발된 투기 논란과 관세평가분류원 특공 사태 등에 직격탄을 맞고, 앞뒤 안 가린 결정으로 성난 민심을 달랬다. 이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를 본 이들이 적잖다. 중앙행정기관에선 행정안전부 등의 공직자들부터 2027년 제도 일몰 시점까지 특별공급권을 가지고 있던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고개를 떨궜다. 세종시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같..

AI 디지털 교과서 논란...전국 시도교육감 엇박자
AI 디지털 교과서 논란...전국 시도교육감 엇박자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명의의 건의문이 17개 시·도 간 입장 조율 없이 제출돼 일부 지역의 반발을 사고 있다.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은 12월 26일 이와 관련한 성명을 통해 "우리 교육청은 그동안 AI 디지털 교과서의 현장 도입에 신중한 접근을 요구해왔다. 시범 운영을 거쳐 점진적으로 도입하자는 의견"이라며 "AI 디지털 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찬성한다"란 입장으로 서두를 건넸다. 이어 12월 24일 교육감협의회 명의의 건의문이 지역 교육계와 협의 없이 국회에 제출된 사실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독감과 폐렴 함께 예방해 주세요’ ‘독감과 폐렴 함께 예방해 주세요’

  • ‘달콤해’…까치밥에 빠진 직박구리 ‘달콤해’…까치밥에 빠진 직박구리

  • 색채의 마술사 ‘앙리 마티스’ 대전서 만난다 색채의 마술사 ‘앙리 마티스’ 대전서 만난다

  • 즐거운 성탄절 즐거운 성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