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음주가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아 온 문화적인 배경과 함께 관대한 음주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온 결과는 음주로 인한 중독, 질병, 범죄와 같은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러한 결과로 주취자 관련 112신고는 2020년 90만여 건, 2021년 79만여 건, 2022년 97만여 건으로 전체 112신고의 4~5%를 차지하고 있으며 양과 질의 비중이 해마다 증가하는 상황에서 대다수 경찰관은 경찰의 업무 중 가장 어려운 일이 주취자의 행패 소란과 보호조치라고 말합니다. 경찰과 주취자와의 끊임없는 줄다리기는 경찰 창설 이래 풀지 못하는 숙제로 남아, 그로 인해 소모되는 공권력 낭비는 고스란히 선량한 시민의 피해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최근 '술 취한 사람이 길가에 쓰러져 있다'는 112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혼자 집에 갈 수 있다"는 주취자의 말만 듣고 일단 철수했으나 나중에 병원으로 후송된 후 사망한 사건이 있었고 노상에서 만취한 상태의 노인을 발견, 피해자를 순찰차에 태워서 주거지인 다세대 주택 계단에 앉혀 놓고 파출소로 돌아왔는데 결국 그 노인은 저체온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경찰의 미흡하고 아쉬운 현장 조치로 인해 시민들과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이게 진짜 현장에서 대처를 소홀히 하고 미흡하게 처리한 경찰만의 문제일까요? '경찰관직무집행법' 제4조에서는 '구호대상자'를 '자기 또는 타인의 생명·신체·재산에 위해를 미칠 우려가 명백한 자'로 규정하면서 응급구호 여부는 경찰관이 '주위 사정 등을 합리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도록 하고 있고 응급구호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보건의료기관이나 공공구호기관에 긴급구호를 요청하거나 경찰관서에 보호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는 의학적 지식이 부족한 출동 경찰관이 119구급대와 공동 대응해 응급의료 필요 여부를 확인하고 있지만 '단순 주취 상태'인지 '응급 의료를 필요로 하는 상태'인지 판단이 어렵고 주취자가 병원에 가겠다는 자발적 의사를 표현하지 않았을 때 인권침해 문제가 뒤에 따르는 등 많은 부담을 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만취자를 병원에 인계하는 경우 심야나 새벽에 담당 의사가 없다거나 병실이 부족하다거나 주취자의 행패 우려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진료를 할 수 없는 경우에 마땅히 인계할 곳이 없는 현실입니다. 또 사건 관계자들이 빈번하게 출입하고 있고, 총기를 수시로 입·출고 하는 무기고가 있는 지구대나 파출소 등 경찰관서에서 욕설을 하고 시비를 거는 등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주취자를 머무르게 하는 경우 제2의 사건이 발생할 소지도 다분히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단순 주취자라도 그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 위험관리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부족하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제 전통적 개념으로 경찰이나 소방만의 일차적 대응 방식에서 벗어나 '사회 복지적 측면에서의 지원'이 긴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취자를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법' 제정이 시급하고 '주세(酒稅)'를 바탕으로 한 각 지방자치단체와 의료기관의 연계 협력으로 주취자 관리 전문인력이 상주하는 '주취자 구호시설' 설치를 의무화 해야 합니다. 주취자 보호 관련, 적극적인 업무수행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해당 근무자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과감히 면제하는 한편 주취 상태에서의 변명에 대한 처벌 감면도 시대와 시민의 법 감정에 맞게 개선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김정환 한국영상대 경찰범죄심리과 교수(전 세종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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