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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방검찰청이 지난 10년간 외부 육가공업체서 구입한 돼지고기에 포장지만 바꿔 유통시킨 혐의로 지역 축협 전 조합장 등을 구속기소했다. |
충남지역 지역 축산협동조합이 지난 10년간 도축일시와 장소를 알 수 없는 돈육을 포장지만 바꿔 유통시키다 적발돼 전 조합장과 상임이사가 구속되고, 조합직원 등 8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유통된 돈육만 778억 원 어치에 이르고 군부대부터 학교급식에 납품됐으며, 일부는 악취가 나고 핏물이 고여 있다는 나쁜 품질에 대한 민원도 제기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김태훈) 논산계룡축협 전 조합장 A(78)씨와 상임이사 B(62)씨, 축산물유통센터장 C(53)씨, 판매과장 D(50)씨, 전 센터장 E(67)씨를 각각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과 축산물위생관리법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하고 이중 전 조합장 A씨와 상임이사 B씨는 구속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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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축협은 외부 육가공업체가 생산한 돼지고기의 종이박스와 라벨을 바꿔치기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사진은 외부 육가공업체명이 쓰인 박스가 교체돼 버려진 모습. (사진=대전지검 제공) |
이들은 도축일시, 장소를 알 수 없는 출처 불상의 돼지고기를 외부 육가공업체에서 구입해 종이상자만 바꾸고 '제조·판매원'을 '논산계룡지역축협'이라고 거짓 기재한 새 라벨을 부착해 시중에 유통시킨 혐의를 받는다. 외부 육가공업체가 생산한 돼지고기를 마치 축협 직영 도축장에서 생산한 제품인 것처럼 유통하고 납품한 것으로 2013년부터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축협은 인근에 있는 육군훈련소와 초·중·고 급식업체 그리고 일반마트 정육코너 등에 축협 브랜드를 달고 유통됐다. 축협이 가공 판매한 육류의 경우 일반 육가공업체의 것보다 평균 7.92% 비싸도 시중에서 소비된다는 점을 악용해 저렴하게 매입한 출처불명 육가공품을 축협으로 바꿔치기할 수 있었다. 함께 기소된 육가공업체 대표 F씨는 박스갈이 수법으로 육류를 판매하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합계 370억 원 상당 육류를 문제의 축협에 공급한 혐의다.
이 과정에서 육군훈련소에서는 "악취가 난다"는 민원을 제기했고, 검찰은 "핏물이 고여 있어 고기가 좋지 않다"거나 "노란 고름덩어리가 그대로 붙어나와 반품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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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 박스갈이 사건 범행구조도(그래픽=대전지검 제공) |
특히, 구속된 상임이사 B씨 등은 돼지등심을 시세보다 싸게 판매하고 차액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는데, 2014년부터 2022년 9월까지 파악된 금액만 14억6000만 원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전 조합장 A씨는 같은 기간 활동비 명목으로 2억3000만원을 상납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대전지검 관계자는 "지역축협의 조합장으로 22년간 재직하면서 직원들과 비자금을 조성하고, 매월 정기적으로 상납금을 받고 승진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사건"이라며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불법행위에 엄정히 대처하고, 피고인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형벌이 선고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임병안·논산=장병일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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