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새로운 지식확산과 지속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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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 새로운 지식확산과 지속가능성

문제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실감소자연구본부 책임연구원

  • 승인 2023-04-13 17:11
  • 신문게재 2023-04-14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문제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문제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실감소자연구본부 책임연구원
벚꽃은 벌써 허망하게 사라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는 필자의 생각이다. 벚나무는 때를 쫓아 성실하게 계절에 반응하고 있을 따름이다. 계절에 따른 삼라만상의 변화는 천체의 규칙적인 운행에 기초하고 있다. 사람이 사는 세계는 그렇지 않다. 지식과 인간의 의지가 합쳐지면 인간 세계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세계도 되돌리기 어려운 방향으로 전개된다.

지식과 의지가 공학적인 기술을 만나면 머릿속의 산물이 실재화되어 실재로 물리적인 변화가 나타난다. 즉 예전에는 없었던 발명품이 등장하고 발명품이 세계를 변화시킨다. 변화에는 약(藥)의 예처럼 항상 작용과 부작용이 있다. 지식이 세상을 변화시킨다면 우리의 앞날에 대한 변화를 짐작하기 위하여 지식 전달 방식을 살펴보는 일은 의미 있다고 여겨진다. 지식전달은 유용한 정보 전달을 위한 방식에서 유래했으리라 추정된다. 최근까지 지식전달 방식은 책과 교육기관에 기초하고 있었다. 이 방식은 여전히 유효지만 천천히 중요도가 줄어들고 있다.

1990년 중반에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검색만으로 지식의 확보가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은 많은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지식과 정보 평등이 확장되었다.

필자는 처음 집을 구입했을 때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직접 등기부등본 등록을 진행한 기억이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과 인공지능을 플랫폼으로 하는 문답식의 지식획득방법이 등장하고 있다. 챗GPT로 대별되는 이 방식은 지식전달뿐만이 아니라 현상에 대한 해석까지 제시하여 놀라움을 안겨준다. 챗GPT는 유용성과 손쉬운 문답형식에 힘입어 조만간 일상의 한 모습처럼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가 보기에 챗GPT는 인간 두뇌의 연장선에서 작동하리라 본다.



여기서 주목할 사항은 거대 서버 및 클라우드를 유지 시키는 데 소모되는 전기 에너지다. 전 세계 사용자들이 접속하는 인터넷 서버와 클라우드의 워크로드(work load)를 유지하기 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전기에너지가 필요하다. 거대 서버를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운용 전력 중에서 무려 40% 이상의 전력이 서버 냉각에 고스란히 지출되고 있다. 최근의 보고에 의하면 클라우드의 핵심인 데이터 센터를 유지하기 위하여 2016년에는 200TWh(1조 와트 시)의 전력이 소모되었다. 이 전력은 2030년에는 무려 2967TWh 수준이 되리라 예상되고 있다. 빅데이터를 유지하기 위하여 빅에너지가 요구되고 있다. 세계 에너지 소비 통계치를 보고하는 '에너데이터(Enerdata)'에 의하면 2021년 우리나라 소비전력량은 526TWh다. 이를 상기하면 새로운 지식전달 방식은 결코 친환경적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클라우드와 인터넷 인공지능의 사용이 확대될수록 전력 사용이 증가하므로 기후상승 요인인 탄소가스의 방출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희망적인 관점에서 챗GPT로 대변되는 새로운 지식전달 방식은 재생에너지의 확산과 서버 요소기술의 효율화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다. 물론 이 새로운 플랫폼이 가져다줄 긍정적인 지식의 확산을 에너지 사용량 증가라는 부정적 요소와 대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 자연현상을 지식과 의지로 조절하는 능력을 획득한 인간은 이미 티핑 포인트가 기울어진 기후 변화라는 부작용을 안고 살게 되었다.

필자는 인간이 지구환경에 대하여 염치를 가지고 절약을 주 가치로 삼지 않으면 지속가능성은 쉬이 사라지리라 본다. 2019년 대전시의 벚꽃 개화는 4월 3일이었다. 그런데 2023년 4월 3일에는 벚꽃이 이미 떨어져 바람에 날리고 있다. 자연은 지속가능성의 버팀목이었던 성실을 지키기 어렵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문제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실감소자연구본부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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