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있는 곳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도쿄에 이르기까지 문은 줄곧 자연재해를 입은 폐허에 있습니다. 지진, 쓰나미 등 재난이 그 문을 통해 나옵니다. 스즈메와 그녀의 동료 소타는 사력을 다해 그 문을 닫으려 합니다. 폐허가 되기 전 그곳은 학교였거나 놀이동산이었습니다. 사람들의 숨결과 발소리, 일상생활이 있던 곳입니다. 그러니 문을 닫으려는 그들의 노력은 현재의 재해에 대한 것이기보다 이미 입은 재해의 트라우마에 대한 방어 행동이라 할 만합니다. 도쿄는 다릅니다. 재앙의 문은 바로 도심 한복판에 있습니다. 일상의 사람들과 임박한 재앙이 겹쳐 있습니다. 과학적으로 재앙의 문을 닫는 일이 지진을 막아낼 리 없습니다. 심리적 행동임에도 깊은 울림을 주는 까닭은 사람과 그들의 삶에 대한 애정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스즈메의 고향으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그녀는 어머니를 잃었습니다. 이제껏 문을 닫으려 한 그녀는 고향에서 문을 열고 과거의 기억 속으로 들어갑니다. 거기서 어머니를 잃고 울고 있는 어린 시절의 자신을 만납니다. 그녀는 다시 현실로 돌아갈 것입니다. 치유되지 않은 시간과 기억은 항용 사람을 끈질기게 붙들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합니다. 타인의 삶과 상처를 보듬고, 재앙의 기억이 주는 공포를 막아내려는 여정에서 스즈메는 자신의 지나온 시간이 크고 넓은 세상사 고통의 일부임을 깨닫습니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한편 성장 서사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문, 다리가 한 개 없어진 의자 등 여러 상징적 장치들과 상상에 기반한 판타지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대단히 사실적인 화면을 그려냅니다. 학교의 얼룩지고 벗겨진 낡은 벽, 운동화의 때 묻은 상표 등등. 완벽에 가까운 현실의 재현은 오히려 이 영화의 환상성을 더욱 부각시켜 줍니다. 일상의 시공간을 덮치는 재앙은 현실을 넘어 환상에 가까운 것입니다. 스즈메와 소타는 초능력자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자신과 이웃들의 상처, 그리고 그것을 향해 엄습해 오는 재앙에 맞서는 용기 있는 영웅입니다. 어린 스즈메를 안고 토닥이는 열아홉 스즈메의 따뜻한 손길이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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