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의 취재기록-59]‘판소리 무대 첫시도’…고수(鼓手) 중 고수(高手) 국립창극단 조용수 고법독주회

[10년간의 취재기록-59]‘판소리 무대 첫시도’…고수(鼓手) 중 고수(高手) 국립창극단 조용수 고법독주회

‘일고 오창’ 주제로 13일 오후 7시 국립국악원 우면당 시즌2 독주회
공연 수입금 일부, 결손가정 기부 예정
“소리꾼은 가마타고 가고, 고수는 걸어간다는 얘기는 옛말”…이젠 고수 전성시대

  • 승인 2023-04-12 21:47
  • 수정 2023-04-13 10:59
  • 손도언 기자손도언 기자
조13
조용수 국립창극단 기악부장인 판소리 고수가 자신의 '고법세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손도언 기자 k-55son@
그는 서너시간 북을 잡는 순간만큼은 허리를 굽히지 않는다. 북을 잡은지 벌써 40여년. 그의 고법 자세는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무대에서 그는 늘 '조연'이다. 주인공인 소리꾼을 어떻게 하면 더 돋보이게 할지, 무대 안팎에서 그는 지금도 고민한다. 무대에서 소리꾼의 목소리가 처질 때는 북소리로 호통을 친다. 그리고 소리꾼의 처진 성음을 올려준다. 반대로 소리꾼이 흥분하면 북으로 흥분을 가라앉히기도 한다. 때론, 청중들의 박수소리가 넘치면 흥을 더 높여주고, 청중들의 반응이 시원찮다 싶으면 추임세로 흥을 돋구어 주기도 한다. 국립창극단 기악 부장인 조용수 판소 고수의 얘기다. 판소리계에서 그의 고법은 '교과서'로 통한다. 지난 1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3층에서 그를 만났다. 깔끔한 체크셔츠와 짧게 기른 턱수염, 흰머리가 섞인 회색빛 헤어스타일은 그의 성격처럼 절제된 세련미를 발산했다.

조 12
조용수 국립창극단 기악부장인 판소리 고수가 자신의 '고법세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손도언 기자 k-55son@
◆일문일답

▶'판소리 고수, 개인발표회'를 연다. 언제인가.

"'일고 오창'이라는 주제로 13일 오후 7시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개최한다. 사회는 이형환 중앙대학교 부총장이 맡는다. 그리고 첫 번째 순서는 박애리의 강산제 심청가 중 '심봉사 눈 뜨는 대목'이다. 두 번째는 안이호의 박봉술바디 적벽가 중 '조자룡 활쏘는 대목'이고, 세 번째는 조주선의 김세종제 춘향가 중 어사출도 대목이다. 네 번째는 김준수의 미산제 수궁가 중 약성가이고, 왕기철의 동편제 흥보가 중 박타는 대목으로 마무리한다. 마지막엔 왕기철, 조주선, 박애리, 안이호, 김준수의 남도민요로 끝낼 예정이다. 축하공연도 있다. 조수아(해금), 김차윤(가야금 25현)명인의 '비익련리'라는 곡이다."



▶이번 개인발표회는 특별하다고 들었다.

"수익의 일부는 결손가정을 위해 기부하고 나머지는 씨드머니가 돼, 차세대 국악 인제양성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작은 밀알이지만 큰 씨앗으로 자라서, 공연계 전체로 퍼지길 기대하고 있다. 어려움을 돕는다는 것은 예술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이같은 소식은 주변 지인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관객을 끌어 모으기 위해 이런 이벤트를 한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다. 이같은 내용은 공연 중에 알릴 계획이다."

조 2
조용수 국립창극단 기악부장인 판소리 고수가 자신의 '고법세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손도언 기자 k-55son@
▶이전엔 무대에서 소리꾼이 주인공이었다. 이번 공연은 '고수'가 주인공인가.

"그렇다. 이번 공연은 고수가 주인공이다. 그동안 고수는 무대에서 늘 조연만 했다. 국악계와 판소리계에서 고수를 너무 가볍게 보는 것 같아 이런 무대를 마련했다. 소리북은 '고법'이다. 소리북에도 법도가 있다는 얘기다. 고법은 복잡하고 격조 높은 예술세계다. 단순하게 북을 두드리는 것이 아니다. 고수는 이젠 하나의 예술인으로 봐야 한다. 소리꾼은 가마타고 가고, 고수는 걸어간다는 얘기는 이젠 옛 말이다. "

▶고수의 역할이 그렇게 중요한가.

"그렇다. 관중들은 소리꾼에 집중한다. 그러나 소리를 제외한 나머지는 고수의 역할이 크다. 고수는 단순하게 북만 치는 사람이 아니다. '궁' 치고, '딱'만 치는 게 아니다. 고수는 전체의 흐름을 조율해야 한다. 연극의 연출자 역할을 한다. 소리꾼의 소리가 처진다면 힘을 보태줘야 하고, 무대의 분위기도 잡아야 한다. 추임새로 전체 분위기를 조율한다. 서양의 오페라에서 성악가가 노래하면 적개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100명 가까운 연주자들이 연주를 한다. 그러나 우리 소리판은 다르다. 창자가 무대에 서면 고수 1명이 서양 오케스트라 100명 가까운 연주자 역할을 한다. 이런 무대는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다.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북소리로 관중을 웃기고, 때론 울리기도 한다. 이게 고수의 가치다."

▶개인 고법독주회,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하는 것 같다.

"그렇게 알고 있다. 지난해 9월 '일고 오창 시즌 1'을 서울 국립극장 무대에 올렸다. 무대에서 고수가 주인공이 된 것은 지난해 9월 공연이 처음인 것 같다. 13일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펼쳐질 고법독주회는 '일고 오창 시즌 2'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일고 오창' 시리즈는 해마다 추진할 생각이다. 특히 이번 고법독주회로 후배들과 고법전공자들에게 자극이 됐으면 한다. 소리북이 판소리의 보조 악기가 아니라, 국악악기 중 하나로 봐 주길 바란다. 그래서 판소리 고수의 정책성과 자부심을 갖길 바란다."

조1-1
조용수 국립창극단 기악부장인 판소리 고수가 자신의 '고법세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손도언 기자 k-55son@
▶판소리 고수의 시작은?

"친고모님이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2호 판소리 춘향가 예능보유자인 조소녀 명창이다. 어릴적 친고모님에게 소리를 배웠다. 소리의 상청(높은 청)이 안 올라가서 북을 잡게 됐다. 친고모님이 첫 스승인 셈이다. 1994년도에 청강(靑江) 고 정철호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고법(鼓法) 보유자에게 고법을 배웠다. 그리고 3년 뒤인 1997년 이수증을 받았다. 고법 계보는 전설적인 명고 한성준-김재선(임방울 수행고수)-정철호-조용수로 이어진다."

▶'조용수 북은 점잖고 고법의 정석이다'라는 평가가 많다.

"고수는 소리꾼을 좀 더 빛나게 하는 직업이다. 판소리 무대는 소리꾼이 주인공이다. 그런데 고수의 북이 화려하다면 소리꾼의 소리는 죽게 된다. 그래서 기본 박을 중요하게 생각하다보니, 이런 얘기가 있는 것 같다. 처음 고수에 입문하게 되면 잔가락(화려한 기교)을 자주 넣는다. 고수 자신에겐 만족할 수 있겠지만 소리꾼들에겐 방해만 할 뿐이다. 고수는 소리를 방해하면 '절대'로 안된다. 원박 위주로 소리를 보조해줘야 한다. 그리고 3~4시간 북을 잡을 때, 절대로 허리를 굽히지 않는다.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다. 허리를 굽히면 궁편(왼손)도 자연스럽게 접힌다. 궁편 손이 접히면 북의 정석이 깨지게 된다. 무대에 오르기 전에 소리꾼의 컨디션도 살핀다. 소리꾼의 컨디션이 좋다면 소리 역시 쉽게 나오고, 음정도 경쾌하다. 고수 역시 소리꾼의 컨디션에 따라 박자를 맞춰 준다. 즉흥적인 판소리 무대라고 얘기하지만, 어찌보면 계산된 무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가족 모두가 '국악 가족'이다.

"그렇다. 조소녀 명창뿐만 아니라 형제들이 국악을 전공했다. 사촌 형님 조용안, 조용수, 그리고 사촌 동생 조용복은 고법 전공자다. 판소리 전공자인 조용주도 여동생이다."
손도언 기자 k-55son@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교육청-교육공무직 내년도 임금 협상 수차례 결렬 "무기한 천막 농성 돌입"
  2. 철거 앞두고 폐허로 변한 변동 재개발 구역…인근 초등학교 등하굣길 위협해
  3. 교육부 '자공고 2.0' 100개 학교 선정 완료… 대전 5·세종 1·충남 4·충북 6개교
  4. 교육부 "AIDT 준비 철저하게… 2026년 신규 과목 도입 조정안 검토 중"
  5. [인터뷰]충남대 교수불자회 대원회장 오영달 충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1. [사설] 충남도, '해상풍력 메카' 위한 1조 협약
  2. 공립유치원 세금 낭비? 대전시의회 의원 행감 발언 논란… 교원노조들 반발
  3. 대전 골목에서 소소한 탐방 올해만 60회째… 대전 스토리투어 '안착'
  4. 민주주의 향한 열망과 희생의 기록, 대전시 3·8민주의거기념관 개관
  5. [사설] 대전 대학가 등 불법 홀덤펍 변질 못 막나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