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
시각은 전혀 다르지만, 프랜시스 후쿠야마 하버드대 교수는 자유주의에 대한 신랄한 비판서인 '자유주의와 그 불만'을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드닌 교수와 다른 점은, 이 책은 "고전적 자유주의를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받고 있으며, 미국의 자유주의를 비판하면서도, '가장 예리한 옹호'라는 평가도 함께 받고 있지요.
후쿠야마 교수는 오늘날 자유주의가 세계에서 심각한 위험에 처해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자유주의적 이상과 자유주의 정부를 보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자유주의는 보수 우파와 진보 좌파 모두로부터 비난받고 있습니다. 보수 우파는 1970년대 후반부터 경제적 자유주의는 '신자유주의'로 변질하였으며, 신자유주의적 정책은 경제적 불평등을 극적으로 증가시켰습니다. 많은 사람이 불평등은 자유주의와 연결되었고, 자유주의는 자본주의와 연대해있으므로 불평등에 책임이 크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진보 좌파가 주장하는 인종, 민족, 젠더, 그리고 성적 지향과 연계된 이슈에 대해 최소한 절반에 달하는 사람들로부터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보수적 기독교인들이 갖는 종교적 관점들의 다양성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수·진보 모두 대다수 시민이 은밀하게 자신들에게 동의하고 있으나, 단지 미디어의 조작과 다양한 엘리트들의 선전으로 형성된 잘못된 의식이 문제라는 것이지요. 이에 대해 후쿠야마 교수는 두 진영 모두 "현실의 다양성을 져버리는… 위험한 회피적 태도"라고 비판합니다. 그래서 지금이야말로 어느 때보다 고전적 자유주의가 절실하다고 지적합니다.
이를 위해 후쿠야마 교수는 자유주의적 원칙을 몇 가지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선 정부의 필요성을 인정해야 하고, "국가를 경제 성장과 개인적 자유에 불가피한 적으로 악마화했던 신자유주의적 시대와 결별해야 한다"라고 강조합니다.
두 번째는 중앙정부의 권력을 가장 낮은 수준의 지방정부로 적절하게 이관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보건과 환경 같은 분야에서 절실한데, 이러한 지역 수준의 자치가 국가 수준의 양극화를 어느 정도 완화 시킨다고 보는 것이지요.
셋째로 의사 표현의 자유를 적절한 이해의 한도 내에서 보호하라는 것입니다. 특히 미디어 조직이나 인터넷 플랫폼에서 특정한 목소리를 인위적으로 키우는 것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도 지적합니다.
넷째는 개인적 권리가 문화적 집단의 권리보다 우선성을 지속하여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개인은 집단의 구성원이라는 특성보다는 개인적인 능력을 행사하는 데 더 비중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인간적 자율성이 무한하다는 인식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자율성을 기본적 권리로써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자율적인 활동에 대한 제한 모두를 제거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때때로 성취는 한계를 받아들이는 데서 나오기 때문이지요.
그러면서 후쿠야마 교수는, 우파는 2021년 6월 미국 국회의사당 폭동과 같은 '민족적 국가주의자'가 되어서는 안 되고, 좌파는 일부 백인들이 갖는 이민자와 세속화된 전투적 진보주의자에 의해 밀려날 수 있다는 의심을 불식시켜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따라서 이런 불만들에 대한 답은 자유주의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왜곡을 적절히 자제시키는 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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