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재단 설립 박영하 박사가 대전현충원이 선정한 4월 '이달의 영웅'으로 소개됐다. 박영하(1927~2013) 박사와 전증희 여사의 군복무 시절 모습. (사진=을지재단 제공) |
1956년 서울 을지로 4가에 '박산부인과의원' 개원을 시작으로 을지재단을 국내 굴지 의료·교육기관으로 발전시킨 박영하 박사는 1967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인 재산인 병원을 모두 공익법인으로 사회에 환원해 의료 공익화에 앞장섰다.
박영하 박사는 6.25 전쟁 발발 직후 의과대학 동문들과 함께 의용군을 조직해 군의관으로 평양탈환작전에 참전하는 등 6년여 동안 부상병을 치료하는 군의관을 지냈다. 간호장교로 한국전쟁에 참전한 전증희 현 을지재단 명예회장과 전장에서 만나 결혼했다. 의료인 부부가 모두 한국전쟁에 참전한 경력은 국내 의료계를 통틀어 손꼽힌다.
1997년에는 사재를 출연해 범석학술장학재단을 설립하고 장학금 및 학술연구비 지원사업 등을 통해 50여억 원을 지원하는 등 생전에 개인 재산 207억원을 사회에 기부했다. 사후 남겨진 유가족은 선친의 뜻을 이어받아 주택을 포함한 모든 개인 소유의 재산 168억 원을 학원과 병원에 기부했다.
1970년대 말부터 시작된 서울 강남개발에 바람을 타고 종합병원들이 강남에 제2병원을 진출할 때 을지재단은 인구 100만 명이 채 되지 않았던 대전에 보건의료 씨앗을 심었다. 1981년 4월 대전 중구 목동에 을지대학병원의 전신인 을지병원이 17개 진료과에 218병상 규모로 세워졌고, 박영하 박사의 "환자가 필요로 하는 곳에 병원이 서야 한다"는 신념이 있어서 가능했다. 또 1997년 3월 을지대의과대 의예과 제1회 입학식은 대전시민회관에서 개최되고, 당시 홍선기 시장이 참석했을 정도로 충남대 의과대에 이은 의료인 양성 교육기관으로 주목받았다.
이 같은 공들을 인정받아 1998년 사단법인 한국상록회로부터 '인간 상록수'에 선정됐고, 1999년에는 국민훈장 모란장, 2008년에는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각각 수훈했다.
한편 4월 이달의 영웅으로는 박영하 박사 외에도 한국인 최초로 세계보건기구(WHO) 제6대 사무총장을 지낸 이종욱 박사와 독립운동가이자 한국의 슈바이처로 알려진 문창모 선생이 함께 선정됐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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