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구 경제부장(부국장) |
MZ 세대는 사전적 의미로 1980년 초부터 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한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 모바일 사용을 선호하고 최신 트렌드에 민감한 특징을 보이며,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기반으로 유통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소비 주체로 떠올랐다. 통상 2030 세대라고 부르는 이들은 집단보다 개인의 행복을 더 추구하며, 소유보다는 공유를 좋아하고 상품보다는 경험을 중시해 소비하는 특성을 나타낸다고 한다.
유난히 유통가에선 MZ 세대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MZ 세대에 초점을 맞춘 상품을 내놓거나 기획, 이벤트를 주로 한다. 한때 아재 술로 불렸던 위스키에 대한 구매 욕구가 MZ 세대에서 확산한다. 원하는 술을 사기 위해 오픈 런(오픈 전부터 기다리고 있다가 문을 열면 달려가는 행태)도 마다하지 않는다. 위스키 열풍은 코로나19 영향이 크다.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홈술족'이 늘면서 레몬이나 과일을 넣어 희석 시켜 마신다고 한다.
이런 영향으로 위스키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이마트는 올해 1~2월 위스키·브랜디·럼 등 양주 매출이 소주보다 3.6% 더 높았다고 발표했다. 2021년까지만 해도 양주 매출의 비중은 소주 매출의 81.3% 수준에 불과했는데, 지난해 들어 95.8%로 오르더니 올해는 103.6%로 소주를 넘어섰다. 양주 매출은 지난해 20.2% 증가했고 올 들어 2월까지도 9.2% 늘어났다. 반면 소주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13.1%, 올해 1%를 기록하며 양주의 증가세에 뒤졌다. 이런 흐름은 2030 세대가 주도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마트의 위스키 구매 고객을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 30대 이하가 39.4%로 가장 많았다. 40대는 24.3%, 50대는 17.4%, 60대는 6.6% 순이었다.
40대만 넘어가더라도 건강을 더 생각하게 된다. 독한 술보다는 순한 술을 더 찾는다. 40대인 필자도 와인이나 순한 소주에 더 손이 가는 편이다. 도수가 높은 양주는 선물용이 아니면 구입 경험이 거의 없다. 필자가 20대 때엔 주전자에 소주와 과일을 섞어 먹는 '과일 소주'가 한때 유행이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주류회사에선 순한 소주를 내놓으며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충청지역 소주 회사인 맥키스컴퍼니에서도 14.9도인 '선양' 소주를 출시해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선양 소주의 특징은 소주 도수인 15도 벽을 깨면서도 소주 특유의 술맛은 살렸다는 평가다. '제로 슈거'로 열량과 도수를 낮춰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술을 즐기면서도 최대한 건강을 지키려는 소비자들의 생각을 파고든 셈이다.
MZ 세대에서 골프 관련 산업도 빼놓을 수 없다. 코로나19 때 대거 유입된 MZ 세대의 이탈을 우려하고 있으나 골프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대한골프협회가 경희대 골프산업연구소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골프 활동 인구는 1176만명으로 추정됐다. 2017년 대비 16.4%가 늘어난 수치다. 국내 인구가 약 5100만명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5명 중 1명은 골프를 접한 경험이 있는 셈이다. 하지만 골프 의류 업계에선 우려의 의견도 있다. 고물가·고금리 시대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골프웨어 매출이 둔화했다는 것이다.
골프웨어 상승세가 꺾이는 배경에는 코로나19 이후 대거 유입된 MZ 세대 이탈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라운드 비용 상승과 함께 옷 한 벌 당 적게는 30만~100만원에 이르는 골프웨어 구입이 부담될 수 있어서다.
이것만 봐도 MZ 세대의 경제적 영향력은 크다고 볼 수 있다. 지금도 MZ 세대를 겨냥한 마케팅 상품이 생겨나고 있다. 그들은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된 건 사실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MZ 세대에 집중하다 보니 다른 연령층에는 소홀한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MZ 세대를 활용한 마케팅의 방향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자.
박태구 경제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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