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 만에 4%대 초반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금리를 더 올려 어려워진 수출 부진과 실리콘밸리은행 사태 등으로 얼어붙은 경기와 금융에 부담을 줄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열린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와 같은 3.50%로 동결했다. 이는 2월에 이은 두 차례 연속 동결로, 1월 13일 이후 3개월 가까이 같은 기준금리가 유지됐다.
금융권에선 두 번째 동결이 이어지면서 최종금리를 3.50%로 보고 있다. 2021년 8월 이후 1년 반 동안 이어진 금리 인상 기조가 2월과 4월 동결하면서 막을 내린 것이란 의견이 대다수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로 결정한 데는 물가가 안정된 상황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전국적인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4.2% 상승했다. 2월 4.8% 오른 것보다 0.6%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지역의 3월 소비자물가 지수도 대전은 1년 전보다 3.8% 오르며 1년 만에 3%대로 내려왔다. 세종도 3.6%, 충남은 4.3% 등으로 소비자물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상승률이 다소 꺾인 상태다.
금통위는 이날 의결문에서 소비자물가와 관련해 "앞으로 상승률이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 수요 압력 약화 등의 영향으로 2분기 이후 3%대로 낮아지는 등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올해 연간으로는 지난 2월 전망치(3.5%)에 부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 확대로 추가 인상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5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만 하더라도 한국과의 격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1.75%포인트 이상까지 벌어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한국 경제는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달러 환율 상승 등의 원화절하 압력을 받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비자물가가 다소 안정화되면서 두 번째 동결을 이룬 것으로 시장에서는 예측하고 있는데, 하반기에는 금리가 다소 내려가지 않을까 싶은 예상도 나온다"며 "다만,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게 되는 상황이 나오면 한국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보니 미국이 큰 변수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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