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용준 한밭대 총장 |
오픈AI가 인공지능 챗봇 '챗GPT'를 공개한 지 갓 4개월이 지났다. 자연어 처리와 트랜스포머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사람 못지않은 대화형 문장 생성 능력을 갖춘 챗 GPT의 등장이 사회 전반에 어떤 변화를 부가할지 벌써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구글이나 네이버의 박스에 검색어를 입력하고 스크롤 하며 나만의 직관적인 탐색력을 열심히 발휘하는 건 이제 먼 옛날이야기가 될지 모를 일이다. 코로나 이후 완전한 대면을 회복한 대학교육에도 챗GPT로 인한 문제와 파장이 예상된다. 만일 파장이 별로 없다면 어쩌면 그 대학의 교육이 아직 단순 암기나 이해력을 시험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씁쓸한 방증일 수도 있다. 왜냐면 챗 GPT는 대개 광범위한 정보에 기반하여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반응을 요구받은 학생이 이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과연 이제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시대이다.
많은 소프트웨어 전공자를 양성하고 이민자를 수용하고 있는 미국에는 실리콘밸리 외에도 새롭게 대두되는 다수의 소프트웨어 허브(hub) 지역들이 있다. 이 중 일부는 소프트웨어 기업이 지역의 다른 산업들과 깊은 상생의 관계를 맺고 있는 특징이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롤리-더럼 지역의 리서치트라이앵글파크(RTP)에 있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헬스케어 기업들과, 텍사스 오스틴의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음악과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파트너가 되어서 일하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IT허브'는 판교테크노밸리다. 2021년 매출이 120조를 넘었고 1,642개 업체에 상시근무 인력이 7만3000명이다. 근래 들어 대기업 인력과 제조회사 우수 인력, 심지어 시중은행의 인재들도 이곳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인재의 유출을 막고 핵심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판교로 들어가는 전통 제조기업도 나오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소프트웨어 인재가 거꾸로 기업을 끌어오는 모양새다.
다행히 대전시는 수도권을 제외한 시·도 중에서는 높은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갖고 있다. 지역SW산업발전협의회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전시는 2022년 13개 시·도 중 SW 매출액으로 제주, 부산에 이어 3위, 종사자 수로는 2위이다. 대전에는 소프트웨어중심대학사업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는 종합대학이 한밭대, 충남대 등 4개 대학이고, 카이스트까지 하면 총 5개 대학이 있다. 대학은 지역기업의 관점에서 소프트웨어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인재를 공급할 중요한 미션이 있다. 배후에는 고객이자 협력자인 대덕특구의 여러 공공 및 민간 연구기관들도 있다. 필자의 대학만 해도 산업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실전형 융합인재를 기르는데 주안점으로 두고, 각자의 전공 분야와 맥락이 있는 전교적인 SW교육을 하고 있다.
얼마 전 한국의 1세대 AI 전문가가 저술한 '비즈니스전략을 위한 AI 인사이트'(이호수 저)를 탐독했다. 지역대학에서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을 고민하는 AI 비전공자인 나로서는 적지 않은 통찰력을 얻었다. 그 속에는 그동안 과대포장으로 뒤틀려버린 AI의 본질을 고민하며, AI 연구 활동이 산업계로 이어지지 않아 경제적 가치 창출이 어려운 국내 상황을 토로하고 있다. 대전시는 전체적인 산업 파이(pie)가 작은 지역이다. 기업을 더 많이 모아야 할 텐데 무엇으로 매개체로 삼을 것인가? AI 리소스를 이용하여 적극적으로 기업의 문제를 해결하고 협업하는 지역의 혁신이 필요한 때이다. 나노 반도체 등 대전시가 앞장선 4대 전략 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도 이미 형성된 소프트웨어 파워를 적극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이제는 소프트웨어 파워가 없이는 하드웨어 파워도 설 수 없는 시대를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오용준 한밭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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