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대전자치경찰위원 |
행정안전부는 교통사고를 포함한 지방정부의 안전수준에 관한 중요 지표로 매년 지역안전지수를 발표한다. 생활 안전, 범죄, 화재, 감염병, 자살 등도 함께 평가한다. 2022년의 경우, 교통사고 사망자는 전년 대비 4.7%(2858명에서 2725명) 줄었는데, 특히 차로 보행자를 사망케 하는 것은 8.9%(1,056명에서 962명)로 가장 많이 감소했다.
여기에는 교통단속 CCTV를 30.5% 증설해 2020년 1만2606대에서 2021년 1만6449대로 늘렸고, 교통사고가 잦은 곳을 개선하는 데 지방비 예산을 전년 대비 83.6%로 과감하게 증액한 것도 한몫했다. 예산 규모로는 기존 806억 원을 1480억 원으로 늘려, 한 해 사이에 674억 원을 더 투자한 것이다.
그 결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격차를 획기적으로 줄이면서(2017년 2.9명에서 2021년 0.4명) 교통사고 분야에서는 커다란 개선 효과를 가져왔다. 특히 이번 발표에서 대전 동구가 기초자치단체로서는 무려 5개의 등급 개선을 이루어서 무척 고무적이다. 구민들의 안전의식을 높이기 위한 기초자치단체의 노력과 구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에서 비결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스쿨존 사고 참변에서 보듯 음주운전으로 인한 돌발사고에는 이 모든 노력도 속수무책이다. 주말 낮에 벌어진 과도한 음주와 버젓이 이어진 음주운전 교통사고에 대전시민들의 심경은 착잡하기만 하다. 혼자서 소주 1병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은 것이 아니라면 여기에는 과도한 음주와 음주운전을 묵인하고 방조한 이웃이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개인적 일탈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사고 후 경찰 조사도 힘들 정도로 심하게 취하는데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는 점은 매우 심각한 대목이다. 사회 분위기가 이러하다면 유사한 음주운전 참사는 무한 반복될 수밖에 없다.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가해자를 엄벌해야 한다고 하지만 사후 약방문 같은 행위자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음주문화에 대한 범시민운동이 절실한 이유다.
앞서 언급한 분야별 안전지수 6개 분야에서 전년 대비 1등급도 상승하지 못한 광역자치단체는 광주광역시와 대전광역시뿐이다. 세부 점수를 보자면 대전은 광주보다 더 위험하고 안전하지 못한 공간이다. 안전지수 등급의 합으로 보면 대전은 17개 시도에서 부산광역시와 함께 꼴찌다. 대전시장의 분발을 촉구한다.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니다. 도로면적당 교통단속 CCTV 대수를 늘리고, 교통안전 환경개선 사업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 외에, 음주운전 경험률을 낮추는 음주문화 개선 운동을 대전시와 시민단체가 합심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시적이나마 대리비용을 예산으로 보조해서라도 음주 후 운전대를 잡는 습벽만은 반드시 끊어야 한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 음주에 동석한 사람들을 철저하게 조사해서 공범성 여부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음주한 일행이 가해자가 자동차를 몰고 출발하는 것을 보고도 방관했다면 음주운전 동승자와 같은 수준의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몸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술을 판 판매자도 수사 대상으로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음주운전에는 강한 처벌만이 답이라는 인식이 크다. 하지만 사고를 내지 않을 것이라거나 적발되지 않을 것이라고 속단하는 음주 운전자들에게는 효과가 떨어진다. 음주운전은 '경찰이 잡는 범죄'만은 아니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시민도 막아서는 범죄'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술에 취해 한 행동에 대해 관용하는 것은 자신이나 가족이 그 행동의 종국적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 대전시민으로서 우리와 함께했던 어린 영혼의 명복을 빈다.
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대전자치경찰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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