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 지원 컨트롤 타워인 재단의 핵심 기능인 심의 업무를 대전시가 회수할 경우 집행·관리 기능만 남아 광역문화재단의 존재 의미가 무색해지기 때문이다.
기능 축소는 사실상 해체 수순이나 다름없는 만큼 예술계에서는 설립취지에 맞게 독립된 기관으로서 올바르게 갈 수 있도록 잡아주는 것이 먼저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일까지 취재결과, 대전문화재단은 예술창작 지원과 차세대 artiStar 지원, 원로예술인 지원, 공연장상주단체 육성 지원 등 총 27건의 예술인 지원사업을 심의·지원하고 있다.
지원에 앞서 심의는 재단의 핵심 기능으로 꼽히고 있다. 지역 문화예술 육성이라는 목표에 맞게 지역 실정에 맞는 다양한 사업을 심의해 발굴하는 건 행정보다는 문화재단의 주요 역할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재단의 오랜 내홍 등으로 숱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조직개편의 핵심 방안으로 심의 기능 축소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심의 기능 축소에 그치지 않고 이장우 대전시장이 개선되지 않을 시 통폐합까지 고려하겠다고 언급하면서 문화예술계에 긴장감이 상당하다.
공직기강과 조직 쇄신을 위해 일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능 축소 시 광역문화재단 설립취지와 역할이 사실상 무색해진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당초 지역 문화 예술 발전을 위한 정책, 사업 발굴뿐 아니라 장르별로 세분화된 예술인 지원사업을 전문적으로 심의하고 지원하기 위해 문화재단이 설립된 이유도 컸다.
문화계 모 인사는 "재단이 설립되기 이전에는 대전시가 지원사업 심의를 담당했으나 지원사업들이 워낙 많아 담당과가 기피 부서가 될 정도였다"며 "전문적으로 지원사업을 심의하고 관리하기 위해 재단이 설립됐는데, 심의 기능을 축소하고 대전시로 가져오는 것은 후퇴하는 것 밖에 안된다"고 했다.
문화 분권 시대에 역행이라는 의견도 있다. 모 문화예술인은 "기능을 축소한다면 문화재단과 문화원과의 차이는 없다"며 "전국 지자체 어느 곳도 심의 기능이 없는 문화재단은 없다. 대전이 문화불모지라는 오명까지 있는데, 재단 기능을 축소하거나 통폐합하면 어느 예술인들이 대전에 와 살겠느냐"고 했다.
기능 축소보다는 조직이 일할 수 있는 구조로 개편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예술인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문화재단의 지원사업 확대"라며 "수년째 지원사업이 똑같은 것은 문제가 있다. 대전시가 전문가 간담회나 개편을 위한 연구용역을 하거나 평정제도 강화 등을 통해 직원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으로 이번 기회에 만들어놓았으면 한다"고 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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