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e음 메인화면. |
지역 기부문화를 처음으로 도입해 지역민들로부터 긍정적인 관심을 끌었지만, 제도 활성화를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 중심의 관(官) 주도 정책과 단일 온라인 플랫폼의 한계가 점차 드러나면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올 1월 1일부터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역균형발전과 맞닿아 있다. 단순 지역민들의 애향심을 고취하는 목적을 넘어 열악한 지방의 재정자립도를 높이고 눈앞에 다가온 지방소멸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지역의 생존과 직결된 정책이다.
100일간 운영을 놓곤 평가가 갈리지만, 제도 도입 자체에 대해선 이의가 없다. 일본이 고향세를 통해 지방소멸 위기에 적극 대처하고 지방 재정자립도를 높이는 데 성공한 만큼 일선 현장에선 늦게나마 추진된 게 다행이란 반응이 많다. 자기 고향 또는 관심 지역에 직접 기부할 수 있다는 사실이 지역민들의 애향심을 자극하고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실질적 활성화는 아직도 멀었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인 '고향사랑e음'의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 행정안전부는 시스템 구축에 70억 3000만 원을 들였으나, 이용자들의 민원은 이어지고 있다. 인증 프로그램 설치와 각종 팝업 등 절차가 복잡할뿐더러 지자체 정보나 소개가 부족하단 지적이 많다. NH농협은행과 지역 농·축협을 찾아 기부하는 현장 방문의 경우 답례품 신청은 고향사랑e음에서 별도로 해야 하는 불편도 크다.
단순 답례품 위주로 흘러가는 구조도 문제다. 일본은 민간 지정 기부형 고향세 'GCF(거버먼트 크라우드 플랫폼)'를 도입해 해당 지역의 이슈와 현안을 소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지정 기부를 활성화하고 있다. 지정 기부는 기부금 사용 용도가 명확하고 기부 효능감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반면 고향사랑e음은 지역과 답례품만 연결되어 사용처를 알 수 없다. 의미 있는 곳에 쓰이길 원하는 기부자들의 선택권이 한정된 구조인 셈이다.
방안으론 전면적인 시스템 개선과 민간플랫폼 개방이 꼽히지만, 둘다 여의치 않다. 민간플랫폼은 행정안전부가 지자체 간 과열 경쟁을 우려해 운영을 제지하고 있고 고향사랑e음 시스템 개선도 당장 가능한 사안이 아니다. 특히 민간플랫폼은 일본의 성공사례를 비춰볼 때 도입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높다. 민관이 함께 지역 이슈를 고민하고 이를 지정 기부 상품으로 다양한 플랫폼에 내놓는 전략적인 기획은 일본에서 입증된 성공사례다.
일선에선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금의 제도는 단지 보여주기식에 불과해 당초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지역 단체장들의 협의체인 시도지사협의회와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에서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충청권 지자체 관계자는 "지금의 구조에선 한계가 명확하다"며 "의욕적으로 모금하고 싶어도 단순 지자체와 답례품만 이어진 구조로는 적극적인 기부를 끌어내긴 힘들다. 간편한 기부 시스템 도입과 특색 있는 사업을 고향사랑기부제와 연계하는 방안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고향사랑기부는 국민 누구나 자신의 현재 주민등록 주소지를 제외한 전국 모든 지자체에 연간 500만 원 한도 내에서 가능하다. 지자체는 기부금을 예산으로 활용하고 기부자에겐 금액의 30% 안에서 답례품을 지급한다.
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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