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e음' 홈페이지 화면. |
하지만 갈 길은 멀다. 여전히 지역을 초점에 맞춘 기부문화가 획기적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하긴 섣부르다. 단지 홍보만을 위한 유명인 기부나 이색 답례품 경쟁은 고향사랑기부제 본질을 흐리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 운영 100일을 맞아 그동안 미비한 점과 개선 사항 등을 짚어 지역기부문화의 정착과 확산을 위한 방안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1. 갈 길 먼 고향사랑기부제, 현 상황은?
2. 일본 고향세와 고향사랑기부제 차이는?
3. 자리 잡은 일본 고향세, 특별한 이유는?
4. 고향사랑기부제 이젠 실질적 변화 절실
왼쪽부터 윤상운(NH농협카드 사장), 김태균(야구선수), 김의영(가수), 이장우 대전시장, V.O.S 박지헌, 최현준, 김경록. [출처=대전시] |
하지만 일본 고향세를 통해 우리는 성공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 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단점은 버리고 장점만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고향사랑기부제는 아직 활성화 단계에 진입하진 못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먼저 대도시보단 농·어·산촌 도시에 집중되는 기부 흐름이 문제다. 실제 답례품 질에 따라 지자체별 기부 실적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방식도 개별적인 전화나 서신, 문자, 방문, 향우회나 동창회 등 사적 모임 등을 통한 모금을 금지해 확장에 한계가 있다. 관련 업무를 하는 공무원들의 권유나 독려도 불가능해 제도 활성화를 막고 있다.
▲행정 편의적인 모금 플랫폼의 한계=무엇보다 고향사랑기부제를 이용하기 위한 플랫폼이 문제로 꼽힌다. 현재 고향사랑기부제를 이용하려면 행정안전부가 설계한 '고향사랑e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때문에 각 지방자치단체나 고향에 기부하려는 개인은 오직 '고향사랑e음'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시스템 구축비가 70억3000만 원에 달하는 플랫폼치고는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이 많다. 사용자 중심이 아닌 행정 편의적으로 제작됐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기부자들이 지나치게 많은 프로세스를 거쳐야 하고 이마저도 오류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기부 포인트제가 없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기부자들의 기부 효능감을 높이고 지속적으로 기부를 유도하기 위해선 포인트제가 실효성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모르는 구조도 문제다.
(왼쪽부터) 축구선수 염기훈, 코미디언 안소미, 김태흠 충남지사, 가수 한여름, 코미디언 남희석. [출처=충남도] |
그러나 '고향사랑e음'은 지정 기부 메뉴조차 없고 단지 지역의 특산물만 올라와 있다. 이마저도 일본처럼 경쟁력 있고 지역을 대표하면서 차별적인 특성을 담은 답례품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일본의 경우 민간이 함께 아이디어를 모으고 실행 주체로 참여한다. 지역 소상공인, 사회적 기업, NPO(비영리단체) 등이 함께 지역 이슈를 고민하고 전략적인 기획을 한다. 여기에 적절한 답례품을 구성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한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답례품이 다양한 민간플랫폼에 홍보된다. 애초 플랫폼 차원에서 전략적인 마케팅을 통해 다양하게 소비자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관 중심 독점적인 제도 한계=현재 행정안전부는 민간 플랫폼 운영에 부정적이다. 지자체 간 과열 경쟁을 우려해 정부 플랫폼 운영이 불가피하다는 게 행정안전부 설명이다. 하지만 현장에선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온다. 고향사랑기부제 확산과 정착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야 함에도 이를 정부가 애초 막는다는 게 이해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고향사랑기부제가 더 많이 알려지고 호응을 얻고 더 많은 모금을 이루기 위해선 '군불 때기'가 필요한데, 참여 주체를 다양하게 늘릴 필요가 있다. 특히 민간 플랫폼이 신속하게 열려야 한다. 그래야만 공정한 경쟁 체제 아래 자유로운 시장이 형성돼 창의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모이고 차별적인 전략이 곳곳에서 시도될 수 있다.
박희조 동구청장(사진 왼쪽부터), 김광신 중구청장, 서철모 서구청장, 최충규 대덕구청장, 정용래 유성구청장이 15일 대전 서구 둔산동 NH농협은행 대전중앙금융센터에서 열린 고향사랑기부제 릴레이 기부 캠페인에 참석해 고향사랑기부제 동참을 홍보하고 있다. [사진=이성희 기자] |
권선필 목원대 행정학부 교수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자리를 잡고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정부 주도의 독점 플랫폼 하나만으로는 어렵다"며 "기부자들이 사용이 불편한 지금의 플랫폼을 사용할 의무는 없다. 민간 플랫폼을 통한 차별화된 지정 기부와 답례품 구성 등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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