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내부 갈등과 논란으로 자초한 측면이 강했다고 보면서도 역할과 기능 축소로는 재단 설립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대적인 쇄신을 위해 강하면서도 포용력 갖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위상을 높이고 기능과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9일까지 취재결과, 대전시는 대전문화재단을 비롯한 출자기관 기능 재편을 상반기 내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대전문화재단의 경우 오랜 노사 또는 노노 갈등으로 광역시 위상에 맞는 문화재단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해 개혁이 시급한 기관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이 대대적인 개혁 방안으로 조직 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대표이사를 선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을 정도다. 신임 대표의 강력한 리더십을 강조하면서 재단의 고유 업무인 예술인지원사업 심의 권한 축소까지 언급하면서 대전시는 실제 심의 기능 축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능 재편 방향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재단의 조직 개혁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공직 기강이나 경각심을 준다는 차원에서 당장 조직 기능을 축소하는 것이 답이 될 수 있겠느냐는 이유에서다.
문화행정 전문가 A 씨는 "재단 신임 대표 공모절차를 시작하는 상황에서 기능을 축소한다는 건 맞지않다"며 "신임 대표는 조직 갈등을 해소하는 게 최우선인데, 기능이 축소되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해 직원들과 화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심의 기능을 대전시로 이관했을 때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문화계 관계자 B 씨는 "대전시가 지원사업을 심의할 때 공정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지 않느냐"며 "공정성과 형평성 문제 때문에 처음에 대전시도 재단에 심의기능을 일임했던 거다. 대전시가 모든 지원 사업의 심의를 담당하기 어려울텐데, 시와 문화재단이 심의 기능을 나눴을 때 자칫 재단이 심의하는 사업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고 했다.
오히려 재단의 위상이 바뀔 때가 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전문화재단의 이사장은 대전시 행정부시장이다. 반면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광역시·도 문화재단 이사장은 시장과 도지사가 직접 맡고 있다. 이사장이 선출직인 광역단체장인 다른 시·도와 달리 임명직인 행정직 공무원이 맡고 있다 보니 정부의 각종 공모사업에서의 경쟁력은 물론 대내외적으로도 보이지 않는 불이익을 감수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모 대학 교수는 “대전시가 직접 통제하려면 기능을 대폭 축소해 임명직 공무원을 대표에 앉히는 게 관리 측면에선 차라리 효과적일 것”이라며 “반면 재단 설립 취지를 살리려면 오히려 위상을 높이고 역할과 기능, 책임을 강화하는 쪽으로, 즉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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