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온라인 수수료 면제 행렬에 "온라인-오프라인 가격 차별 없애는 게 우선"

국내 주요 시중은행, 모바일·인터넷뱅킹 수수료 면제 제시
"노년층, 오프라인 창구서 온라인보다 높은 대출금리 부담"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자 장사'로 비판받던 국내 주요 시중은행이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이체 수수료 면제를 내세운 가운데, 오프라인은 제외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국민은행·농협은행 등 국내 주요 시중은행은 금융 취약계층의 부담을 완화하고 사회에 이익을 환원하고자 올해부터 모바일과 인터넷뱅킹 타행 이체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앱 '하나원큐'에서만 면제하던 타행이체 수수료를 이번에 인터넷 뱅킹까지 범위를 확대했다. 우리은행도 개인 및 개인사업자 고객들을 위해 '우리WON 뱅킹'을 비롯한 우리은행 모바일·인터넷뱅킹 타행 이체 수수료를 전액 면제했다. 신한은행은 모바일과 인터넷 타행이체 수수료를 영구 면제하기로 했으며, KB국민은행은 인터넷뱅킹 타행이체와 자동수수료를, NH농협은행은 'NH올인원뱅크' 전자금융 이체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기로 했다. IBK기업은행은 만 65세 이상 노령층과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게 인터넷과 모바일, 전화로 송금할 때 발생하는 타행이체 수수료와 창구를 통한 타행 이체 수수료를 면제했다.

일각에선 은행권의 이 같은 정책이 생색내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수료 면제가 주로 모바일·인터넷뱅킹을 중심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 은행은 이미 수수료 면제를 시행해왔다. 대전에 사는 50대 A씨는 "모바일 뱅킹 이체 수수료는 그 전에도 10회까지 무료여서 수수료 면제 정책이 피부에 와닿진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에 금융소비자단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창구의 가격 차별을 없애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모바일·인터넷 뱅킹 송금 수수료 면제는 서민들 생활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며 "노년층 등 디지털 소외계층이 온라인으로 대출을 신청했을 때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것과 같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접근성에 따른 가격 차별을 없애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측은 상생금융안의 하나라는 입장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타행이체 수수료 면제는 상생금융안 중에 하나"라며 "그 외에도 금리 인하, 기부금 납부, 봉사활동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유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