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특별하다. 조 씨가 지적장애 3급인 자기 아들이 실제 겪은 일상적인 걱정과 근심을 담았기 때문이다. (중략) 원래 조 씨는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하지만 장애인을 키우면서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발달장애인용 도서는 숫자가 너무 적고, 내용도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게 안타까웠다고 한다. 조 씨의 아들 역시 18살이지만 인지능력이 초등학교 고학년 수준은 된다.
충분히 책을 읽고 세상을 배울 수 있는데 적합한 책을 찾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예 책을 직접 내기로 한 것이다. 책을 쓴 후 이를 출간해줄 출판사를 찾지 못해 출판사까지도 만들었다. (중략)
조 씨는 "속도의 차이만 있을 뿐 독서의 효과는 발달장애인이나 일반인에게 동일하다"면서 "이런 책을 통해서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는 다른 부모들에게도 힘이 되고 싶다"고 했다." - 이상은 4월 1일자 C일보에 실린 기사이다.
동병상련으로 느끼는 바가 많아서 이 글을 쓴다. 내가 첫 저서 [경비원 홍키호테]를 낸 것은 지난 2015년이다. 그렇지만 우여곡절이 많았다. 자그마치 무려 440곳이나 되는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지만 단 한 군데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절망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또 다른 출판사에 원고 전체를 보냈다. 정확히 2시간 뒤 기적이 찾아왔다! 모 출판사의 사장님이 주인공이었다.
"글 정말 잘 쓰셨네요. 내일 상경하시어 출판계약하시죠." 그 전화를 받고 감격의 눈물을 펑펑 쏟았다. 이튿날 상경하여 출판계약을 마치고 출판사 사장님과 환담을 나눴다.
"사실은 저도 처음엔 책을 내려고 출판사에 원고를 많이 보냈지만 함흥차사더군요. 부아가 나길래 아예 출판사를 차렸습니다!" 깊은 공감에 연신 고개를 주억거렸다. 지난 3월에 발간한 [두 번은 아파 봐야 인생이다]는 [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에 이은, 나의 영원한 은인인 그 출판사에서만 세 번째로 출간한 나의 책이다. 위 조윤영 씨 기사에서도 보았듯 필요가 전문가를 만든다.
지난 주말에도 오전에 취재를 나갔다가 서둘러 귀가했다. 효자 아들이 며느리와 손자까지 데리고 집에 왔기 때문이다. 아내와 함께 아들의 차에 동승하여 '대청호 오백리 길'의 봄꽃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는 대전시 동구 마산동을 찾았다.
상춘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어서 널찍한 주차장과 전망 좋은 시설까지 갖춘 카페에 진입하는 데도 꽤 애를 먹었다. 손자와 즐거운 한 때를 즐기며 사진도 많이 찍었다.
그렇지만 또 다른 취재 약속이 오후 6시부터 있었기에 아들에게 오후 5시경 나가자고 졸랐다. 딸이 졸업한 동신과학고를 지날 무렵 죽마고우에게서 전화가 왔다. "요즘 어떻게 지내냐?"
"백수가 더 바쁘다더니 내가 꼭 그쪽이다."
대동역 부근에서 아들의 차에서 내린 뒤 [열린 음악회 - 소리로 맺는 인연] 공연을 시작하는 대동교회를 향해 뛰었다. 책을 다섯 권이나 낸 작가이자 시민기자지만 내가 취재하는 장르와 내용의 대부분은 고료가 없다.
따라서 나도 실은 모범적 자원봉사자인 셈이다. 여하튼 필요가 전문가를 만들고 도전이 기적을 부른다. 내가 책을 한 권도 내지 않고 시민기자 활동 역시 안 했더라면 어찌 감히 오늘날의 '홍키호테 작가 겸 기자'가 존재할 수 있었을까!
여전(如前)은 '여전하다', 즉 전과 같이 변화가 없다는 뜻이다. 반면 '역전(逆轉)하다'는 불리했던 형세를 뒤집다 라는 의미다. 그야말로 천양지차(天壤之差)의 차이다. 나는 오늘도 역전 홈런을 치고자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홍경석/ 작가. <두 번은 아파 봐야 인생이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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