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후변화가 불러온 불평등, 기후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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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후변화가 불러온 불평등, 기후난민

유희동 기상청장

  • 승인 2023-04-06 10:19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유희동 기상청장
유희동 기상청장
하루아침에 집이 사라진다면 어떨까? 3년 혹은 30년 안에 내가 생활하는 공간이 사라진다면?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이러한 상황을 현실로 마주한 이들이 있다. 바로 '기후난민'이다. 기후난민은 기후변화로 인해 생태학적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살던 곳을 떠나 난민이 된 사람들을 말한다. 2020년 UN에서는 해수면 상승으로 남태평양 키리바시 섬 주민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음을 인지하고 그들을 기후난민으로 공식 인정했다. 이는 키리바시 섬 주민들이 기후변화의 위험 한가운데에 놓여 있음을 증명하는 사실이다.

유엔 난민기구(UNHCR)는 2021년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의 최전선에 놓인 난민' 보고서를 통해, 2011년부터 약 10년간 기후변화로 2억 1,000만 명의 기후난민과 실향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현재 그 수는 더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작년 파키스탄에선 홍수로 1,700여 명이 사망했고, 동아프리카 지구대 일대에서도 40년 만에 극심한 가뭄이 발생하면서 물 부족 현상으로 인한 기근 악화로 많은 사람이 삶의 터전을 잃어 떠돌이 신세로 전락했다. 또한, 앞서 언급한 키리바시와 같이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들이 침수될 위기에 놓여 있는 등 기후변화로 세계인들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수온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기상청에서 발간한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2020 개정판)에 따르면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가 배출될 경우 2081~2100년 우리나라의 해수면은 0.83m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부산, 인천 등의 해안 도시는 침수 위기에 처하게 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제6차 평가보고서를 통해 이번 세기 중반까지 현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유지할 경우 2021~2040년 중 1.5℃ 지구온난화를 넘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또한, 해수면 높이가 지금보다 최대 0.63~1.01m가량 높아져 해안 도시 상당수가 물에 잠길 것이라 예상했으며, 식량부족, 기아 문제 등으로 기후난민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우리가 당장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2050년에는 약 10억 명 정도의 기후난민이 발생하고, 2080년에는 전체 인구의 15%가량이 기후난민이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 벌어지는 인류에게 큰 위협을 주는 문제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볼 사항은 기후변화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가난한 나라라는 점이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0% 이상을 선진국이 배출하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75% 이상이 저소득 국가에서 발생하고 있다. 현재 기후난민의 대부분이 개발도상국 국민 또는 빈곤층이며,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에서 발표한 보고서에는 2015년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992달러 이하인 국가 중 80%가량이 기후변화의 피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선진국이라 불리는 OECD 회원국 가운데서는 단 10%만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보고 있다. 이는 소득수준이 낮은 국가일수록 기후변화의 피해가 크다는 뜻이며, 기후변화라는 재앙 앞에서 빈부격차는 심화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작년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는 '손실과 피해 복구를 위한 기금 마련'에 관한 내용을 담은 '샤름엘셰이크 이행계획'을 채택했다. 여기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로 피해를 본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선진국이 보상하기 위해 기금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처럼 이제는 눈앞에 닥친 기후위기를 직시하고 달라져야 한다. 물론 모든 국가가 똑같은 기준 아래에서 똑같이 행동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기후난민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이고, 분명한 사실은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만 기후위기가 가져올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과 사회가 연대 의식을 갖고 탄소중립을 위한 기후행동에 당장 나서야 할 때다.

/유희동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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