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동 기상청장 |
유엔 난민기구(UNHCR)는 2021년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의 최전선에 놓인 난민' 보고서를 통해, 2011년부터 약 10년간 기후변화로 2억 1,000만 명의 기후난민과 실향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현재 그 수는 더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작년 파키스탄에선 홍수로 1,700여 명이 사망했고, 동아프리카 지구대 일대에서도 40년 만에 극심한 가뭄이 발생하면서 물 부족 현상으로 인한 기근 악화로 많은 사람이 삶의 터전을 잃어 떠돌이 신세로 전락했다. 또한, 앞서 언급한 키리바시와 같이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들이 침수될 위기에 놓여 있는 등 기후변화로 세계인들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수온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기상청에서 발간한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2020 개정판)에 따르면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가 배출될 경우 2081~2100년 우리나라의 해수면은 0.83m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부산, 인천 등의 해안 도시는 침수 위기에 처하게 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제6차 평가보고서를 통해 이번 세기 중반까지 현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유지할 경우 2021~2040년 중 1.5℃ 지구온난화를 넘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또한, 해수면 높이가 지금보다 최대 0.63~1.01m가량 높아져 해안 도시 상당수가 물에 잠길 것이라 예상했으며, 식량부족, 기아 문제 등으로 기후난민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우리가 당장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2050년에는 약 10억 명 정도의 기후난민이 발생하고, 2080년에는 전체 인구의 15%가량이 기후난민이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 벌어지는 인류에게 큰 위협을 주는 문제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볼 사항은 기후변화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가난한 나라라는 점이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0% 이상을 선진국이 배출하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75% 이상이 저소득 국가에서 발생하고 있다. 현재 기후난민의 대부분이 개발도상국 국민 또는 빈곤층이며,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에서 발표한 보고서에는 2015년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992달러 이하인 국가 중 80%가량이 기후변화의 피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선진국이라 불리는 OECD 회원국 가운데서는 단 10%만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보고 있다. 이는 소득수준이 낮은 국가일수록 기후변화의 피해가 크다는 뜻이며, 기후변화라는 재앙 앞에서 빈부격차는 심화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작년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는 '손실과 피해 복구를 위한 기금 마련'에 관한 내용을 담은 '샤름엘셰이크 이행계획'을 채택했다. 여기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로 피해를 본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선진국이 보상하기 위해 기금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처럼 이제는 눈앞에 닥친 기후위기를 직시하고 달라져야 한다. 물론 모든 국가가 똑같은 기준 아래에서 똑같이 행동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기후난민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이고, 분명한 사실은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만 기후위기가 가져올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과 사회가 연대 의식을 갖고 탄소중립을 위한 기후행동에 당장 나서야 할 때다.
/유희동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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