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⑭] 1994년, '전쟁 위기설' 복기(復碁)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염홍철 칼럼 ⑭] 1994년, '전쟁 위기설' 복기(復碁)

  • 승인 2023-04-06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올해를 포함해 한반도 전쟁 위기설이 제기되지 않은 해는 거의 없었지만, 1994년만은 특별한 상황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실제로 당시 미국에서는 전쟁 시나리오를 준비하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1994년의 상황을 복기(復碁)함으로써 교훈을 얻어보고자 합니다.

1994년 5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적십자회담에서 북측 대표인 박영수는 '서울 불바다' 발언을 한 것을 기억할 것입니다. 그 발언 직후(5월 23일) 이병태 당시 국방부 장관은 대한민국 국회 증언에서 전쟁 계획의 핵심을 공개적으로 설명하였는데, 이는 주한 미군사령부를 경악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이 발언은 북한에 대한 경고이자 전쟁 억제책이었다고 주장하지만, 관심을 끈 것은 이것이 1급 비밀에 속하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당시 미국은 폭격기나 미사일을 이용한 북한 핵시설 폭파 계획을 세우는 등 전쟁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중이었습니다. 4월 중순 패트리엇 미사일을 선적한 배가 부산항에 입항하였고, 공격용 아파치 헬기 한 부대의 한반도 배치 등을 포함하여 중형 탱크, 신형 레이더 추격 장비 등을 추가 배치하였습니다. 아울러 주한 미국인 소개(疏開) 계획까지 수립하였습니다.

5월 18일 미 국방부 장관과 합창 의장은 일부 해외 주둔 미군 사령관과 미 군부대의 모든 현역 4성 장군들, 그리고 해군 제독들을 국방성 회의실로 소집하였는데, 당시 회의에 참여한 해군 대장의 증언에 의하면 이 회의는 단순한 도상 훈련이 아닌, '실제로 어떻게 전략을 수립할지를 결정하기 위한 실전 회의'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당시 회의 결과를 상부에 보고했는데,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최초 3개월간 미군 사상자 5만 2,000명, 한국군 사상자 49만 명이라고 추산했고, 군비는 61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이며, 그 중 극히 일부만을 동맹국의 지원금으로 충당할 것"이라는 관측이었습니다. (돈 오버도퍼·로버트 칼린, <두 개의 한국> 참조)



이런 상황에서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클린턴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전쟁만은 안 된다고 설득했습니다. 그런데도 클린턴이 대북 제재 쪽으로 마음을 굳힐 무렵, 지미 카터 대통령이 등장하여 클린턴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방북하여 김일성과 회담을 하는 급진전을 이뤘습니다. 당시 69세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세계를 무대로 왕성한 활동을 펼친 카터는 이미 중동 등에서 평화 중재자의 역할을 완수한 바 있습니다.

6월 15일 드디어 김일성은 미국이 구상한 핵 동결안을 수락하고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동의하여, 폭발 직전의 대치 국면을 진정시켰습니다. 카터와 김일성이 작별 인사를 나눈 지 3주를 지나지 않은 7월 6일 김일성은 사망하였지요.

드디어 김일성은 극적으로 카터와의 협상을 타결하였는데, 이렇게 급진전 된 데에는 북한의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이 반영되었습니다. 94년 봄, 날로 증강되는 미국 군사력과 긴장의 고조는 북한에 위협을 주었으며, 군사적으로는 매우 불리한 국면이 조성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당시 1994년과 지금의 한반도 상황의 다른 점과 유사한 점이 무엇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 '힘'과 '외교'의 복합적 전략을 사용해 대응한다는 점은 유사하나, 중국과 일본의 대응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 당시, 중국은 노련한 외교술을 발휘하여 북한의 행동을 제약했고, 일본은 헌법상 규정과 정치적 제약 때문에 미국의 군사 작전에 내놓고 참여하는 것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견고한 한미일 연대와 북중러 연대와는 강도와 구도의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반도 문제 보도에 천착했던 고(故) 돈 오버도퍼 전 워싱턴 포스트 기자는 당시 한반도 위기 상황을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북한은 세계 최강인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여 '세계에서 가장 실패한 나라'에 양보하도록 만들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사설] '폭행 사건' 계기 교정시설 전반 살펴야
  4. 금산 무예인들, '2024 인삼의 날' 태권도와 함께 세계로!
  5. 학하초 확장이전 설계마치고 착공 왜 못하나… 대전시-교육청-시행자 간 이견
  1. 화제의 대전 한국사 만점 택시… "역경에 굴하지 말고 도전했으면"
  2.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3. 대전용산초 교사 사망사건 가해 학부모 검찰 기소… 유족 "죄 물을 수 있어 다행"
  4. [국감자료] 교원·교육직 공무원 성비위 징계 잇달아… 충남교육청 징계건수 전국 3위
  5. [사설] CCU 사업, 보령·서산이 견인할 수 있다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