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산직동 산불 응급구호의 숨은 영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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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산직동 산불 응급구호의 숨은 영웅들

복지시설 응급구호 최일선에 나선 대전 서구 주민복지국 직원들
각종 시설과 물자, 식사 등을 책임진 자원봉사자와 인근 주민들도 한몫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없도록 구슬땀 흘린 진정한 영웅들

  • 승인 2023-04-05 16:56
  • 수정 2023-04-05 17:15
  • 신문게재 2023-04-06 6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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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서구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3일 기성종합복지관에 구호 물품을 전달하고 있다. 서구 제공
악몽과도 같았던 산불이 진화되는 데까지 52시간이 걸린 대전 서구 산직동 일원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과 함께 단 한 명의 인명 피해가 없도록 응급구호에 일조한 숨은 영웅들이 있다.

화재가 산직동 일대를 모조리 뒤덮기 직전 노인과 장애인 시설 노약자들이 안전하게 대피소로 이동할 수 있도록 긴급 이송 작전을 책임진 대전 서구 주민복지국 5개 과 직원들, 그리고 수많은 자원봉사단체와 인근 지역 주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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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서구 직원들이 4일 기성종합복지관에 적십자 구호물자를 나르고 있다. 서구 제공
4월 2일 오전 11시께 대전 서구 주민복지국 5개 과 직원들은 느닷없이 발생한 산불 소식을 듣고 각자 담당 복지시설의 피해 파악에 나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산불이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달받은 직원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즉시 현장으로 출동했다. 이 일대에 흩어져있는 요양원 등의 노인시설과 장애인 시설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이들을 인근 시설로 대피시키기 위한 긴급 이송 작전을 펼치기 위해서다.

정오쯤 '해피존 요양원'에서 첫 이송 작전이 시작됐다. 일반 시민들보다도 더 안전에 최우선을 둬야 하는 복지시설 입소자들이기에 작전은 조심스러우면서도 신속하게 진행됐다. 오후 1시쯤 해피존 요양원 52명의 입소자들은 인근 수용시설인 '산직2 경로당'으로 무사히 입소했다. 산불 발생 소식을 접하고 출동한 지 1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 대피 사진 한 장 찍지 못할 정도로 숨 가뿐 시간이었다.



복지시설 입소자 상당수는 스스로 움직이기 어렵거나 도움이 없으면 제대로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불편해 이들을 세심하게 살피면서도 신속하게 대피해야 했다. 자칫 대피 과정에서 안전사고 우려가 크다 보니 긴장할 수밖에 없었지만,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해피존 요양원을 시작으로 서구청 직원들은 16개 시설 903명의 입소자를 인근 수용시설로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대피시켰으며 산불이 완전히 진화된 5일 오후 12시 50분 믿음의집과 은혜의집, 자혜은빛마을을 마지막으로 대피한 입소자들은 모두 자신들이 생활하는 복지시설로 무사히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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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서구 직원들이 4일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기성종합복지관에서 이재민들의 식사를 위한 식자재를 손질하고 있다. 서구 제공
단 한 명의 인명 피해가 생기지 않았던 건 구슬땀을 흘린 영웅들의 값진 노력 덕분이다. 현장에 투입된 이들은 산불이 완전히 진화될 때까지, 그리고 대피한 입소자들이 모두 자신들의 시설로 돌아갈 때까지 사흘 동안 밤새며 응급구호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들과 함께 이재민들의 숙박에 필요한 시설과 물자를 공급하고 식사를 책임진 자원봉사연합회원, 동 행정복지센터 자원봉사자, 요양원 종사자, 응급 간호팀 모두 자랑스러운 영웅이라 할 수 있다.

사회복지법인 한마음 유광운 대표는 "건조한 날씨와 강풍에도 불구하고 밤을 새며 산불 진화에 힘써주신 서구청 직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며 "덕분에 단 1명의 인명 피해 없이 이송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화재 진화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애쓰신 숨은 영웅들에게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홍윤자 대전 서구 노인장애인과장은 "재난과 같은 긴급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직원들 모두 이재민들을 돕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며 "공무원으로서 마땅한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인명 피해가 없다는 점이 가장 보람찬 일"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심효준 기자 sharp7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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