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구 산직동 산불 사흘째이자 식목일을 하루 앞둔 4일 화마가 지나간 자리에 불에 탄 민가와 산림이 새까맣게 불에 타 있다. [사진=이성희 기자] |
초기 대응부터 마지막 진화까지 전 과정을 면밀히 분석해 대응 체계와 매뉴얼, 인력·장비 현황을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바꾸겠다는 목표다. 특히 화재 방화선 역할과 신속한 인력·장비 투입에 필요한 '임도(林道)'의 중요성을 깨닫고 확충에 나설 계획이다.
앞선 2일 발생한 대전 서구 산직동 산불은 52시간 만인 4일 오후 4시 40분께 진화됐다. 불은 건조한 날씨와 강풍으로 2~4일 사흘째 이어졌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산불영향 구역이 축구장 1000개가 넘는 752㏊로 추정되고 있다. 인근 주민과 복지요양시설 입소자 900여 명이 대피하기도 했다.
대전시는 후속 조치에 들어갔다. 우선 산림청의 원인조사와는 별개로 대전시 차원에서 산불 발생 초기부터 마지막 진화까지 과정을 분석한다. 산불 대응 체계에 문제는 없는지, 진화 장비나 차량이 노후화되진 않았는지, 투입한 인력이 충분하고 적재적소에 이뤄졌는지 등을 살필 계획이다. 최종적으론 이번 산불백서를 발간해 앞으로 산불 예방은 물론 혹시 모를 산불 발생에도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한다.
특히 '임도' 확충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임도는 말 그대로 숲 속의 길로 화재 발생 시 진화 '골든타임'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임도를 통해 인력과 장비를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어서다. 일종의 방화선 역할도 하는데, 애초 임도엔 나무나 마른풀, 낙엽 등의 불쏘시개가 적어 산불 확산 차단에 용이하다.
하지만 대전에 설치된 임도 밀도는 5.61m/㏊에 불과하고 산불 진화용 전용 임도는 충청권에 충남 공주와 보은 일대 4곳에만 설치된 실정이다. 실제 이번 산불도 하단부 일부에만 임도가 설치돼 신속한 진화작업에 어려움이 컸다. 게다가 야간에는 진화 헬기 투입이 어려워 인력과 장비를 현장에 직접 투입하는 지상 진화작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임도는 필수적이다.
대전시는 우선 평소에는 임도를 트레킹이나 산악자전거 코스로 활용하고 산불이 발생하면 진화용으로 쓰겠다는 구상이다. 설치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환경문제 또한 대비한다.
신용현 대전시 환경녹지국장은 "초기 대응에 아쉬운 부분은 있다. 종합적으로 분석해 분야별 개선점을 찾고 특히 임도의 중요성을 느낀 만큼 전체적으로 현황을 조사해 확충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4일 대전 서구 산직동 산불현장에서 진화작업 중인 이상래 대전시의회 의장. [출처=대전시의회] |
이상래 대전시의회 의장은 "산불 현장을 둘러보고 직접 진화 활동도 해보니 앞으로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몸으로 느꼈다"며 "특히 임도는 산불 진화에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대형 산불이 다신 일어나지 않도록 의회 차원에서도 대응책을 마련하고 집행부에 적극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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