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종범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심혈관센터장 |
이렇게 긴 이름으로 변화된 배경에는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회원들의 진료과 명칭 변화에 대한 바람과 수년간의 노력이 깔려있다. 보건복지부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기존 회원의 전문의 수련 인정과 자격 인정을 우선 해결하고 의료계 내부의 이해 조정 과정을 꾸준히 거치면서 합의가 도출돼 입법절차를 거쳐 정부가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과거 다른 과의 예를 찾아보면 신경정신과는 정신병 환자만이 다니는 과로 인식이 좋지 않아 정신건강의학과로, 소아과는 내과의 반대를 무릅쓰고 소아뿐만이 아닌 청소년까지 환자를 진료하는 소아청소년과로 개명해 이름을 잘 바꾼 과로 꼽힌다.
방사선과는 방사선뿐만이 아니라 초음파, MRI 등 여러 가지 방식을 이용한 진단 및 중재 시술을 담당하는 영상의학과로, 임상병리과는 해부병리와 진단검사의학과로 명칭을 개명했다. 치료방사선과는 방사선종양학과로, 요즈음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마취과는 마취 및 통증을 조절하는 마취통증의학과로, 비뇨기과는 단순히 남자 및 성병을 주로 담당하는 과로 잘못 알려져 여성이나 다른 비뇨 질환을 다루는 것을 포함해 비뇨의학과로 바뀌었다.
또 산업의학과는 직업의학과로 바뀌어 다양한 노동 현장에서 일어나는 직업 환경오염과 중독으로 인한 진료를 주로 담당하는 과의 의미를 알리게 됐다. 산부인과도 최근 여성의학과로 이름을 바꾸려고 노력 중이다. 단지 부인과 산모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은 내과와 가정의학과의 반대가 있어 의료계 내부의 이견을 조율 중이다.
필자는 이런 경험도 했다. 수년 전이지만 흉부외과는 무슨 질환을 보는 과인지 물어오거나 어떤 경우 흉터를 치료하는 과인지 잘못 알고 있는, 웃지 못할 일들도 있었다. 또한 대부분 흉부 쪽에만 국한된 수술적 진료를 하는 과로 알고 있지만 심장수술 및 폐암수술, 늑골골절, 기흉 등이 대표적 진료 영역이다.
수년 전부터 전신의 혈관질환, 대동맥질환 및 말초동맥질환, 하지정맥류 치료와 여름이면 많이 대두되는 땀이 많은 다한증 환자의 수술, 말기 신부전 환자의 투석혈관조성술 등 다양한 범위의 질환들을 다루고 있다. 이처럼 과의 명칭이 일반인들의 진료범위 이해를 돕지 못하고 혼동을 주어 흉부외과에서 심장혈관흉부외과로 바꾸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여러 과의 명칭 변화와 홍보에도 불구하고 아직 대형병원에서조차 명칭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쓰는 경우들이 비일비재한 것도 사실이다. 병원 당국의 적극적인 협조와 변화를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요즈음 과로가 심한 응급의학과, 신경외과, 외과, 심장혈관 흉부외과 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전공의 수련을 받으려는 의사가 거의 없어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또 출산율의 감소로 인한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 역시 전공의 수급이 어려워 전문의의 배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언급한 과의 수련을 마치고 전문의가 돼도 지속적으로 수술실을 지키는 의사들이 점점 줄어들어 사회적으로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난도가 높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수술을 하는 의사들은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어려워 수술실을 박차고 나가는 실정이다. 실제로 서울아산병원의 간호사조차 병원 내에서 뇌출혈이 발생했지만 병원 내에 뇌수술을 진행할 수 있는 신경외과 의사의 부재로 수술을 제시간에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일도 최근에 있었다. 수술실을 지키는 의사들의 일과 휴식시간을 보장하는 워라밸을 지켜주는 것이 의료수가 인상에 발맞춰져야 할 것이다.
펠노예(임상강사와 노예의 합성어) 같은 단어처럼 오직 열정만을 강요하는 사회적·제도적 모순을 고스란히 받는 일부 과들의 어려움을 현 정부에서는 잘 헤아려 과의 명칭 개정에만 머물지 말고 의료정책에 적극 반영해주길 바란다.
/권종범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심혈관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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