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영(미술학 박사) |
대전 중구 중촌동에 있는 옛 대전형무소 터인 평화공원은 빛과 어둠의 싸움으로 혼란했던 역사의 한 페이지를 보여주는 특별한 장소다. 이곳은 도산 안창호, 몽양 여운형 등 조국의 독립운동을 위해 젊음을 불살랐던 중요 독립운동가들이 수감된 곳이었는데, 한국전쟁이 터지면서 대전형무소에 수감됐던 4.3사건, 여순사건 관련자들은 우리나라의 군인과 경찰에 의해 산내 골령골로 끌려가 학살당했다. 학살자가 너무 많아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이라는 수식어도 붙어 있다.
1987년 중촌동 현대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망루와 우물만 남긴 채 어둠의 역사로 지칭되던 옛 대전형무소 건물은 사라졌다. 망루와 우물은 '대전광역시 문화재자료 제47호'로 지정됐다가 한국전쟁 발발 제72주년이 되는 2022년 6월 25일에 대전의 첫 등록문화재로 등록 고시됐다. 이 우물은 1919년 설치된 대전형무소의 취사장 우물로 사용되다가 한국전쟁 당시 170여 명의 민간인이 수장된 두 개의 우물 중 하나로 알려졌다.
대전의 아픔이 서린 옛 대전형무소 터의 관리는 누가 어떻게 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선병원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365일 자동차 매연가스가 역사의 현장을 뒤덮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형무소 터의 소유권 문제가 꼬여있기 때문이다. 형무소 터 전체면적 9264㎡ 중 8800㎡가 행정안전부, 나머지 464㎡가 기획재정부 소유이며 대전시 소유는 전혀 없다.
더구나 형무소 터에 자리하고 있는 자유회관(1986년 건립, 지하 1층 지상 4층)과 부속건물을 자유총연맹 대전시지부가 행정안전부로부터 임대 사용하면서 관리 문제가 불거지게 됐다. 임대 사용을 하면서 건물 관리와 쓰레기 수거, 잡초 제거 등 자유 총연맹 회원들의 노고도 많았다. 하지만 자유총연맹 건물 바로 앞 선병원 직원들을 자유총연맹 회원으로 가입시킨 후 회원 전용 주차장으로 허용하면서부터 관리의 초심을 잃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대전시와 중구, 국회의원, 언론 등도 움직였지만, 진척은 없다.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이는 형국이다.
서울의 서대문 형무소처럼 옛 대전형무소도 허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역사교육관으로 활용됐다면 더욱 좋았을 일이다. 역사의 현장을 자동차가 꽉 메우고 있다는 현실도 안타깝지만, 중촌동 주민들에게는 주차도 할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 자유총연맹 대전지부와 선병원은 초심을 회복해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역사의 공간을 중촌동 시민들을 위한 '평화생태공원'으로 복원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아픔의 기리는 다양한 추모 공연과 새로운 중촌동 발전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과 역사교육관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중촌동은 도시철도 3호선이 통과하고 충청권 광역철도망 구축에 따라 호남선 일원에 중촌역과 공영 주차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 중촌벤처밸리가 중촌그린공원에 조성돼 인구 유입이 많아지고 활기를 띠는 마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촌동이 더욱 성숙한 마을이 되기 위해서는 어둠의 장소였던 옛 대전 형무소 터의 역사성을 빛으로 가득한 공간으로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대전시와 중구청, 국회의원, 자유총연맹이 한자리에 모여 매연가스로 덮힌 공간을 '평화생태공원'으로 조성하는 일에 적극성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연진아! 일단은…중촌동 옛 대전 형무소 터를 평화생태공원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니?”
/조상영 미술학 박사(미술작가·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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