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연진아! 옛 대전형무소터를 '평화생태공원’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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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칼럼] 연진아! 옛 대전형무소터를 '평화생태공원’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니?

조상영 미술학 박사(미술작가·평론)

  • 승인 2023-04-05 13:07
  • 신문게재 2023-04-06 19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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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영(미술학 박사)
지구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전하며 낮과 밤을 만들어낸다. 이로 인해 빛을 받는 모든 물체나 자연물은 빛과 어둠인 '명암'이 생긴다. 이상하게 인류의 역사도 빛과 어둠의 싸움으로 가득한 것을 볼 수 있는데, 성경의 요한복음 1장 5절에 '빛이 어둠에 비치되 어둠이 깨닫지 못하더라'라고 말하고 있다. 인간의 이성은 대단한 과학기술 문명과 합리적인 법을 만들어 유토피아를 향해 가고 있는 것 같지만 착각이다. 인류가 처음 등장해 사용한 이성과 법, 문명의 도구들은 무한한 발전을 거듭했지만, 결국 서로가 서로를 제거하는 전쟁을 위해 쓰였기 때문이다.

대전 중구 중촌동에 있는 옛 대전형무소 터인 평화공원은 빛과 어둠의 싸움으로 혼란했던 역사의 한 페이지를 보여주는 특별한 장소다. 이곳은 도산 안창호, 몽양 여운형 등 조국의 독립운동을 위해 젊음을 불살랐던 중요 독립운동가들이 수감된 곳이었는데, 한국전쟁이 터지면서 대전형무소에 수감됐던 4.3사건, 여순사건 관련자들은 우리나라의 군인과 경찰에 의해 산내 골령골로 끌려가 학살당했다. 학살자가 너무 많아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이라는 수식어도 붙어 있다.

1987년 중촌동 현대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망루와 우물만 남긴 채 어둠의 역사로 지칭되던 옛 대전형무소 건물은 사라졌다. 망루와 우물은 '대전광역시 문화재자료 제47호'로 지정됐다가 한국전쟁 발발 제72주년이 되는 2022년 6월 25일에 대전의 첫 등록문화재로 등록 고시됐다. 이 우물은 1919년 설치된 대전형무소의 취사장 우물로 사용되다가 한국전쟁 당시 170여 명의 민간인이 수장된 두 개의 우물 중 하나로 알려졌다.

대전의 아픔이 서린 옛 대전형무소 터의 관리는 누가 어떻게 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선병원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365일 자동차 매연가스가 역사의 현장을 뒤덮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형무소 터의 소유권 문제가 꼬여있기 때문이다. 형무소 터 전체면적 9264㎡ 중 8800㎡가 행정안전부, 나머지 464㎡가 기획재정부 소유이며 대전시 소유는 전혀 없다.



더구나 형무소 터에 자리하고 있는 자유회관(1986년 건립, 지하 1층 지상 4층)과 부속건물을 자유총연맹 대전시지부가 행정안전부로부터 임대 사용하면서 관리 문제가 불거지게 됐다. 임대 사용을 하면서 건물 관리와 쓰레기 수거, 잡초 제거 등 자유 총연맹 회원들의 노고도 많았다. 하지만 자유총연맹 건물 바로 앞 선병원 직원들을 자유총연맹 회원으로 가입시킨 후 회원 전용 주차장으로 허용하면서부터 관리의 초심을 잃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대전시와 중구, 국회의원, 언론 등도 움직였지만, 진척은 없다.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이는 형국이다.

서울의 서대문 형무소처럼 옛 대전형무소도 허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역사교육관으로 활용됐다면 더욱 좋았을 일이다. 역사의 현장을 자동차가 꽉 메우고 있다는 현실도 안타깝지만, 중촌동 주민들에게는 주차도 할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 자유총연맹 대전지부와 선병원은 초심을 회복해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역사의 공간을 중촌동 시민들을 위한 '평화생태공원'으로 복원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아픔의 기리는 다양한 추모 공연과 새로운 중촌동 발전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과 역사교육관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중촌동은 도시철도 3호선이 통과하고 충청권 광역철도망 구축에 따라 호남선 일원에 중촌역과 공영 주차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 중촌벤처밸리가 중촌그린공원에 조성돼 인구 유입이 많아지고 활기를 띠는 마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촌동이 더욱 성숙한 마을이 되기 위해서는 어둠의 장소였던 옛 대전 형무소 터의 역사성을 빛으로 가득한 공간으로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대전시와 중구청, 국회의원, 자유총연맹이 한자리에 모여 매연가스로 덮힌 공간을 '평화생태공원'으로 조성하는 일에 적극성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연진아! 일단은…중촌동 옛 대전 형무소 터를 평화생태공원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니?”

/조상영 미술학 박사(미술작가·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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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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