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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학 목원대 총장 |
최근 필자의 관심을 끈 보도내용들이 있다. 하나는 지난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국내 배터리 3사가 마련한 '배터리 잡페어(채용박람회)'에 구직자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해에 이미 3000명 넘게 충원했으나 여전히 일손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한다. 이는 취업시장의 근본적 변화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또 하나는 통계청 고용동향 조사자료와 한국 고용정보원의 '2022년 고용동향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취업자 2808만9000명 중 585만8000명(20.9%)이 60세 이상으로 30대(18.9%), 10~20대(14.2%)에 비해 60대 취업자의 비중이 더 높으며, 이러한 규모는 매년 증가하고 속도 또한 빨라지는 추세라는 보도이다. 이러한 통계는 취업시장이 저 출생의 영향으로 청년들이 빠진 부분을 고령자들이 채우는 구조로 바뀌어 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끝으로 대전광역시 유성구 교촌동 일원 160만 평에 '나노·반도체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되며,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경쟁력과 산학연관 융합 기술개발로 기술혁신을 선도해 나가는 특화산업단지로 조성된다는 보도이다. 2030년까지 3조4585억 원이 투입 예정이며, 생산유발효과 6조2000억 원, 3만5000명의 고용 창출이라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예상된다고 한다.
위 보도내용들은 대학이 추구해야 할 교육의 방향과 내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즉, 모든 학과 및 전공이 4차산업 혁신에 맞는 기초 및 심화교육과 창의교육에 초점을 맞추는 체질 개선에 뒤처진다면 현재 및 미래의 교육 수요자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은퇴 시기가 점점 늦어지고 있는데 2022년 4월 기준, 행정안전부의 대전지역 인구 통계를 봐도 60~69세(16.48%), 50~59세(16.51%), 30~39세(12.03%), 20~29세(12.27%)로 은퇴(60~69세) 및 은퇴 예정 인구(50~59세)가 31.99%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노령층의 비율이 늘어나고 이들의 경제활동이 연장되는 추세에서 평생교육과정을 비롯해 교육의 문턱을 낮춘 재교육 프로그램들은 지역대학을 중심으로 더 늦출 수 없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지역의 인재들이 서울 및 수도권으로 대거 빠져나가는 엄연한 현실 속에서 대학과 관학협력의 증진은 우수한 지역인재를 확보하고 머물게 하는 직접적 해법일 것이다.
19세기 초엽, 기계 도입의 확산은 기존 노동자들의 대량 해고를 낳았고, 러다이트(기계파괴)운동도 시대의 거대한 흐름을 막을 수 없었다. '4차산업혁명' 또한 막을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기에 대학은 철저히 맞춤식 전공 및 커리큘럼을 통한 교육혁신은 현실적 과제에 속한다고 보아야 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도 이러한 취지에서 교양과정에서 인공지능 과목을 만들어 운영함으로써 기초 소양 교육부터 강화하고 있다.
옛 선조의 지혜로 '들돌'이라는 것이 있다. 곳에 따라 '뜸돌'이라고도 하는데, 주로 마을 어귀에 놓여있던 묵직한 돌을 지칭했다. 들돌을 넘기는 방법은 고을에 따라 다르기는 했으나 1인력의 들돌을 넘기면 '어른'의 품삯을 받았고, 2인력의 들돌을 넘기면 '장사'라고 했으며, 3인력의 들돌을 넘기면 '머리나이'라고 하여 곱절의 품삯을 받았다. 이제는 대학의 교육도 모든 전공이 '창의력과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들돌을 들어 넘기도록 훈련하는 시대가 됐다. 대학의 교정에서 열심히 학업에 정진하는 학생들을 모두 '머리나이'로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자못 크다.
/이희학 목원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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