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초부터 교육개혁의 일환으로 다양한 대학 혁신방안이 담긴 공모사업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가운데, 지역 내에서 졸속 추진을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에게 라이즈 및 글로컬대학 사업을 보고하고 있는 모습. |
앞서 '모든 지방대학을 다 살릴 수 없다'고 공언한 교육부는 비수도권 30개 대학을 글로컬대학으로 집중 육성해 지역균형발전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지역 교육계에서는 정부 정책이 첫 단추를 잘못뀄다고 지적하고 있다.
충청지역 교수연대회의는 지난달 30일 충남대에서 '윤석열 정부 대학정책 개악 저지와 대학균형발전을 위한 충청지역 교수연대회의 출범식'을 열고 정부의 대학지원사업에 대해 반발했다. 이들은 "현 정부의 교육 정책은 겉으론 지역대를 혁신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소수대학을 남기고 구조 조정하겠다는 것"이라며 결국 피해는 지역의 학생들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2개의 대학이 통합안을 제시할 경우, 글로컬대학에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지자, 충남대와 한밭대는 대학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양 대학 교수회를 중심으로 반발기류가 나오고, 구성원간 마찰도 빚고 있어서다. 실제 양 대학 교수회는 대학통합은 글로컬대학 사업과 별개로 진행돼야 할 매우 복잡하고 중대한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자칫 글로컬대학에 선정되기 위해 정당성이나 절차없이 통합될 경우 오히려 지역소멸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턱없이 부족한 공모기간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교육부가 이달 말 공모 계획을 확정해도 각 대학들이 혁신계획안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2개월 남짓이다.
이로 인해 글로컬대학 선정에 사활을 걸고 있는 지역대학들은 마음이 급하기만 하다. 지역대학이 공모에 선정될 수 있도록 대전시가 적극적으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역 사립대 한 관계자는 "글로컬대학도 라이즈처럼 지자체 공모사업"이라며 "타 지역 시·도들은 지방대와 함께 공모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대전시와 아직까지도 어떤 협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시에서는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뒷짐을 지고 있다.
시 관계자는 "각 대학들이 글로컬대학 선정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을 잘 안다"면서도 "교육부가 공모사업 계획을 확정하지 않아 시에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잘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공모 이전에 특정대학과 지속적으로 협의를 하게 된다면 자칫 밀어주기식 특혜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면서 "지역 내 대학이 예비지정되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학과 긴밀한 협의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난달 29일 시에서 각 대학 기획처장이 참석한 가운데 라이즈 실무추진협의회를 열고 한차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면서 "매월 각 대학의 기획처장과 정례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글로컬대학30 사업은 비수도권 대학을 대상으로 올해 10곳을 시작으로 오는 2027년까지 30개의 대학을 선정해 5년간 1000억원의 국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김흥수 기자 soooo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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