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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내 집 마련을 위해 부족한 돈을 빌리려고 은행을 방문한 이모 씨는 대출 우대 금리를 핑계로 주거래통장 개설과 카드, 펀드 가입 등을 권유받았다. 금리를 우대해준다는 말에 은행원의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필요 없는 상품에 가입한 이 씨는 불편한 감정을 떨칠 수 없었다.
은행에서 대출을 해주면서 다른 금융 상품을 판매하는 이른바 '꺾기'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2021년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에 따라 '꺾기'에 대한 규제는 강화됐지만, 현장에선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최근 이사하며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A씨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을'의 입장에서 다른 상품에 가입해달라는 은행원의 요구를 거절하기 힘들다"며 "이번에 새롭게 입주하는 아파트 주민들 대다수가 이름만 대면 알만한 여러 시중은행에서 같은 방법으로 당했다"고 호소했다.
금소법은 금융판매 원칙 중 '불공정영업행위 금지'를 명시해 대출 시 다른 금융상품에 가입하게 하거나, 부당하게 추가 담보 또는 연대 보증을 요구하는 등 불공정행위를 금지했다. 또, 은행이 대출을 해주면서 다른 금융상품을 끼워파는 '구속성 판매행위' 점검도 기준도 변경했다. 이에 따라 모든 차주는 가계대출을 받은 은행에서 대출 시점 전후 한 달 간 펀드나 은행 창구에서 파는 보험상품인 '방카슈랑스' 등 투자성·보장성 상품을 가입할 수 없다.
시중은행의 '꺾기' 관행은 개인 차주는 물론 중소기업 등을 가리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이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중소기업 대상 '꺾기' 의심거래는 92만 4143건, 53조 6320억 원에 달했다. 대출 시행일이 30일 지나고 가입하는 금융 상품은 규제에 들어가지 않아 은행에선 이 기간을 피해 편법 영업을 한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을 받는 은행에서 거래한 내용이 있어야 고객에게 낮은 금리를 적용해 줄 수 있고 은행원 실적을 채우기 위해 꺾기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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