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현 교수 |
사건은 이랬다.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단체장이 모여 아시안게임 유치 관련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대한체육회장 등을 만나 대회 유치를 위한 충청인들의 염원을 전달했다. 그러던 중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가 2030 아시안게임 유치 신청기한을 통상 개최 8년 전보다 2년 앞당긴 2020년 4월 22일까지로 조기 통보하면서 시간이 촉박해졌다.
충청권 4개 시도는 기본계획 수립과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대한체육회 대의원총회에서 국내 후보도시까지 선정되면서 대회유치 승인을 위한 신청서를 정부에 제출했으나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속적으로 자료 보완을 요구하며 방해해 충북도는 유치의향서 제출 마감 기한인 4월 22일을 넘기게 됐다. 유치신청서를 접수해주고 자료 보완은 추가로 요청하면 되는 것 아닌가?
결국 충청도 4개 시도는 OCA에 유치의향서를 제출해 보지도 못하고 아시안게임 유치의 꿈을 접어야 했다. 그 후 충청권 4개 시·도는 '2027년 유니버시아드와 2034년 아시안게임 등 타 국제대회를 유치할 수 있도록 정부 측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하며 겨우 스포츠마케팅력이 적은, 전국체전의 절반 수준인 유니버시아드대회를 유치했다. 그렇게 준비없는 시간을 보내는 사이에 2034년 아시안게임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로 결정됐고, 11년 후인 2038년은 대구·광주가 지난 3월 29일, 2038년 아시안게임 유치신청서를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했다.
필자는 수차례에 걸쳐 충청권 아시안게임 유치를 주장해 왔다. 통상적으로 한국, 중국, 일본은 16년, 4회를 주기로 아시안게임을 유치하고 있다. 만약 대구·광주가 아시안게임을 유치한다면 적어도 16년 후인 2054년에나 가능하게 됐다. 지금부터 27년 후가 된다.
무엇이 그렇게 어렵고 부족했을까? 기본 유치신청서에 서류보완만 했으면 됐을텐데. 지난 정부가 한몫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32년 서울·평양 올림픽 유치에 전력투구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시안게임의 충청권 공동 유치를 정말 좋은 표현으로 석연치 않은 이유로 못하게 했다.
특히 서울이 ‘2032년 서울·평양 평화올림픽 유치에 성공을 하고 2030년 아시안게임 개최지로 86 서울아시안게임을 재현할 계획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래서 충청권의 아시안게임 유치를 반대한다고. 결과적으로 지난 정부는 다른 국제스포츠대회를 유치하지 못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이후로 2038년 아시안게임이 유치되더라도 무려 20년간 대한민국에 세계 빅3 메가스포츠이벤트인 월드컵, 올림픽, 아시안게임을 유치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대한민국은 1986년 아시안게임 이후로 2023년까지 38년간 올림픽과 월드컵을 유치했고, 아시안게임을 3회 유치했다.
체육계는 물론 자치단체와 국가적으로 손해가 막심한데 아무도 놀고 있는 지역의 대규모 체육시설을 활용한 국제스포츠이벤트 유치에 나서질 못하고 있다. 그나마 대구·광주라도 신청해 줘서 다행이다. 정부는 국력을 총동원해 자치단체들의 세계대회 유치를 적극 도와야 한다.
대전, 세종, 충남, 충북은 여전히 단독으로 세계대회를 유치하지 못하는 정치력과 스포츠 인프라가 부족한 유일한 지역이 된다.
평창은 군이고 충청권 4개 시·도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7개 광역도시 중 4개의 도시 연합체다. 대한민국의 4분의 1이다. 그런데도 유니버시아드 유치 하나 가지고 이토록 어려워하고 있다. 어차피 이번 생은 틀린 것 같다. 그냥 충청도 사람답게 답답하게 살고 말자.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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