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랑 기자 |
행정을 담당하면서 시선을 돌릴 곳은 많았다. 행정기관이 존재하는 모든 곳, 거주지인 대덕구를 포함해 대전 지역 전체. 지역에 있거나 생길 예정인, 혹은 사라진 모든 것이 지자체의 손길이 닿는 행정의 영역이다. 사실 기자가 되기 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 마음 속으로만 감탄하거나 불평했던 것들도 이젠 전부 주의 깊게 보고 곱씹어 봐야만 할 소재가 됐다. 그나마 눈과 발이 닿을 만한 범위가 넓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이제 문제는 기자 스스로가 가진 시선의 깊이다.
기사의 관심도는 주변 지인들을 통해 충분히 체감할 수 있다. 한창 내 이름이 적힌 모든 기사를 열심히 읽어주던 지인들은 어느샌가 재밌어 보이는 제목만 골라 읽는 심드렁한 수준에 도달했는데, 그 피드백에서 확실하게 느낀 것들이 있다. 기자의 눈과 주민의 눈은 다르다는 것. 열심히 취재한 기사를 재미 없어서 혹은 이해가 안 가서 끝까지 읽지도 않았다거나 몇 매에 달하지도 않는 짧은 기사를 열정적으로 칭찬하는 무수한 피드백을 들으면서, 때론 의문을 가졌다가 분해했다가 이젠 나 역시 그러려니 하는 경지에 도달한 상태다.
아무리 공들였다 한들 기자가 중요하게 쓴 기사를 똑같이 바라보는 사람은 없다. 어떤 사업의 행정 절차가 어디까지 왔고 무슨 문제가 있는지, 정책들의 실효성이 어땠고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 관심도를 1순위로 놓고 본다면 이런 것들은 전부 쓸데 없다. 지인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실생활과 밀접한 것들이다. 여름엔 쓰레기, 겨울엔 제설. 언제나 지긋지긋한 주차 문제. 독자들은 모두 이 지역 어딘가의 주민이기 때문이다.
기자는 왜 늘 색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할까. 한 지역에 백 명의 주민이 산다면 똑같은 수의 눈으로 그 지역을 살피고 어떤 이익과 문제를 찾아낼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수이든 소수이든, 강점이든 약점이든, 여론이든 일성이든. 이는 행정의 역할과도 일치한다. 행정의 근본적인 목표는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고 정부로부터 막대한 예산을 확보해 내는 것이 아니라, 단지 주민 삶의 질을 전보다 더 나아지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글로까지 썼으니 이제 더 잘할 수 있겠느냐고 선배들이 묻는다면, 아직 눈이 두 개뿐이라 기다려 달라고 할 예정이다.
김기랑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