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주민의 눈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주민의 눈

정치행정부 김기랑 기자

  • 승인 2023-04-02 10:43
  • 신문게재 2023-04-03 18면
  • 김기랑 기자김기랑 기자
김기랑
김기랑 기자
어린 기자에게 쏟아지는 선배들의 조언이 있다. 크게 보고, 때론 다르게 봐야 한다.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것에 의심의 시선을 보내고, 모두가 호평하는 사람 혹은 공공의 적을 혼자 다른 눈으로 볼 줄 알아야 한다. 기자를 하려면 최소 눈이 백 개는 달려 있어야 하나요? 연차가 좀 차고 나면 어떤 선배에게라도 꼭 따져 물을 참이다. 투덜거리면서도 늘 어떤 눈으로 주변을 바라봐야 할지 고민한다.

행정을 담당하면서 시선을 돌릴 곳은 많았다. 행정기관이 존재하는 모든 곳, 거주지인 대덕구를 포함해 대전 지역 전체. 지역에 있거나 생길 예정인, 혹은 사라진 모든 것이 지자체의 손길이 닿는 행정의 영역이다. 사실 기자가 되기 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 마음 속으로만 감탄하거나 불평했던 것들도 이젠 전부 주의 깊게 보고 곱씹어 봐야만 할 소재가 됐다. 그나마 눈과 발이 닿을 만한 범위가 넓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이제 문제는 기자 스스로가 가진 시선의 깊이다.

기사의 관심도는 주변 지인들을 통해 충분히 체감할 수 있다. 한창 내 이름이 적힌 모든 기사를 열심히 읽어주던 지인들은 어느샌가 재밌어 보이는 제목만 골라 읽는 심드렁한 수준에 도달했는데, 그 피드백에서 확실하게 느낀 것들이 있다. 기자의 눈과 주민의 눈은 다르다는 것. 열심히 취재한 기사를 재미 없어서 혹은 이해가 안 가서 끝까지 읽지도 않았다거나 몇 매에 달하지도 않는 짧은 기사를 열정적으로 칭찬하는 무수한 피드백을 들으면서, 때론 의문을 가졌다가 분해했다가 이젠 나 역시 그러려니 하는 경지에 도달한 상태다.

아무리 공들였다 한들 기자가 중요하게 쓴 기사를 똑같이 바라보는 사람은 없다. 어떤 사업의 행정 절차가 어디까지 왔고 무슨 문제가 있는지, 정책들의 실효성이 어땠고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 관심도를 1순위로 놓고 본다면 이런 것들은 전부 쓸데 없다. 지인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실생활과 밀접한 것들이다. 여름엔 쓰레기, 겨울엔 제설. 언제나 지긋지긋한 주차 문제. 독자들은 모두 이 지역 어딘가의 주민이기 때문이다.



기자는 왜 늘 색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할까. 한 지역에 백 명의 주민이 산다면 똑같은 수의 눈으로 그 지역을 살피고 어떤 이익과 문제를 찾아낼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수이든 소수이든, 강점이든 약점이든, 여론이든 일성이든. 이는 행정의 역할과도 일치한다. 행정의 근본적인 목표는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고 정부로부터 막대한 예산을 확보해 내는 것이 아니라, 단지 주민 삶의 질을 전보다 더 나아지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글로까지 썼으니 이제 더 잘할 수 있겠느냐고 선배들이 묻는다면, 아직 눈이 두 개뿐이라 기다려 달라고 할 예정이다.
김기랑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1.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2.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3.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4.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5.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