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모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 |
▲상당히 커진 후에야 증상
위장관 기질종양이 자주 발생하는 장기는 위(60~70%), 소장(20~30%), 대장(5%) 순이며 식도 및 복막에서도 소수 발생한다. 여러 장기에 동시 또는 시간을 두고 다발성으로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가족성 위장관 기질종양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위장관 기질종양은 위장관 점막층이 아니라 근육층에서 발생하므로 상당히 커질 때까지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종양이 커지게 되면 배에 혹이 만져지거나 복부 통증, 장 폐색, 위장관 출혈이 발생할 수 있고 종양이 복강 내로 터지는 경우 복막염 및 복강 내 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경우에는 주로 간과 복막으로 전이되고 뼈, 폐, 뇌에 전이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진단은 위내시경을 통해 위 내부를 직접 관찰하면서 종양의 모양, 크기, 위치를 평가하고 의심되는 부위에서 조직 검사를 시행한다. 그런데 점막층 아래인 근육층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위내시경 검사로 종양조직을 얻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내시경 초음파의 경우 위벽의 구조를 초음파를 이용해 분리해서 볼 수 있으므로 종양이 점막 아래에서 생겨난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종양의 크기를 좀 더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복부 컴퓨터 단층 촬영은 위장관 기질종양의 주위 조직 침범과 전이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내시경과 더불어 종양의 위치와 크기를 파악할 수 있다.
▲'소장>위' 재발 위험 높아
위장관 기질종양은 국소 절제가 가능한 경우에는 종양의 크기, 세포분열의 정도, 종양이 발생한 원발 장기, 수술 당시 종양 파열 여부에 따라 수술 후 재발 위험도를 추측해 초저위험군, 저위험군, 중등도위험군, 그리고 고위험군으로 분류한다. 종양의 크기가 크고 세포분열이 많은 경우 재발의 위험이 높고, 위에 발생한 경우보다 소장에 발생하는 경우, 수술 당시 종양 파열이 있었던 경우 재발의 위험도가 높다.
주된 치료 방법은 절제 수술이다. 종양이 일정 부분에 국한된 경우 수술로 완치가 가능하고 전이가 됐더라도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수술을 하기도 한다. 위장관 기질종양이 위에 발생한 경우 병의 진행 정도에 따라 위쐐기절제술, 위부분절제술, 그리고 위전절제술을 시행하게 된다.
약물치료는 기존의 세포독성항암제가 아닌 표적치료제를 이용한다. 주로 수술적 절제가 어려운 경우 시행하며, 직장, 식도, 십이지장에 위장관 기질종양이 발생한 경우 이들 장기의 기능을 보존할 수 있도록 수술 전에 항암제를 투여하기도 한다. 또한 수술로 눈에 보이는 종양을 완전히 제거했더라도 수술 후 잔존할 수 있는 미세 전이를 차단해 재발 방지 목적으로 시행하는 하는 경우도 있다.
▲증상 없어도 정기검진 중요
위장관 기질종양은 위장관 벽의 중간에 위치한 근육이나 신경세포 등의 기질세포가 암세포로 변이를 일으켜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위암이나 대장암처럼 상피세포에서 발생하는 암과 달리 위장관의 기질세포에서 생기는 암이다. 기스트 종양을 발생시키는 기원 세포로는 카할세포가 있다. 카할세포는 음식이 위로 들어와서 장을 거치는 동한 위장관의 근육이 규칙적으로 수축하도록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하는 세포다. 과거에는 악성 평활근 육종으로 생각되던 기질종양이 카할세포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종양이라는 것이 1980년 후반에 밝혀졌다.
이 카할세포가 기질세포의 세포막에 있는 특정 수용체(KIT, PDGFRA)의 돌연변이를 일으키면서 암덩어리를 만드는 것이다. KIT 및 PDGFRA 수용체는 세포 밖의 신호를 세포 안으로 전달하는 정상 신호전달 체계의 하나다. 보통 비활성화 상태로 있다가 기질세포가 더 필요한 경우 활성화돼 세포분열을 촉진한다. 그러나 위장관 기질종양은 수용체의 돌연변이에 의해 외부 신호가 없어도 수용체가 활성화돼 세포분열과 성장이 지속적으로 일어나 비정상적으로 커져 종양을 만들게 된다.
치료 후에는 정상 체중을 유지하고 충분한 열량이 포함된 식사를 권장한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고 붉은 살코기나 생선, 두부, 계란, 콩과 같은 질 좋은 단백질을 섭취하도록 한다. 약물 치료 중 오심이나 설사를 줄이려면 식사와 함께 약물을 복용하며 양념이 강하거나, 위를 자극할 수 있는 식품은 피한다. 소화가 잘 되도록 천천히 씹어서 식사를 한다. 가능하다면 일상생활을 제한하지 않고 유지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피로를 느끼게 되면 활동량을 줄이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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