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키호테 世窓密視] 나의 일반천금 소고

  • 오피니언
  • 홍키호테 세창밀시

[홍키호테 世窓密視] 나의 일반천금 소고

출판기념회를 열어야만 했던 까닭

  • 승인 2023-04-0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일반천금(一飯千金)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중국 한나라 때 한신(韓信)이라는 사람이 표모(漂母, 빨래하는 나이 든 여자)한테 한 끼니의 밥을 얻어먹고 훗날 성공한 뒤 천금(千金)을 주어 그 은혜를 갚은 일을 말한다.

한신은 초나라의 항량(項梁)과 그의 조카인 항우(項羽)를 섬겼으나 중용되지 않아 불만이 많았다. 그러다가 한왕 유방(劉邦)의 수하가 되어 결국 대장군이 되었다. 그는 어려서 매우 가난했지만 야망이 있어 항상 칼을 차고 다녔다.

하지만 끼니조차 제대로 먹을 수 있는 형편이 되지 못해 정장(亭長)의 집에서 밥을 얻어먹다 쫓겨난다. 그러다가 강가에서 빨래하던 아낙네에게 밥을 얻어먹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사람들은 한신을 거렁뱅이에 무능력한 인물로 취급했다.

진나라 말, 나라의 국운이 기울면서 난세가 되자 항우가 그의 숙부인 항량과 함께 군사를 일으켰는데 한신은 이에 가담하였다. 그러나 한신은 미천한 신분이라는 이유로 요직에 중용되지 못했고 한직으로만 전전했다.



한신이 불우하던 젊은 시절에 시비를 걸어오는 시정(市井) 무뢰배의 가랑이 밑을 태연히 기어나갔다는 일화 때문에 자신의 재능보다 무시되기도 하였다. 이는 과하지욕(?下之辱)이라는 고사가 생겨날 정도로 한신과 관련된 유명한 일화다.

이런 이유뿐만 아니라 항우의 성품이 거만하여 자신의 재능을 알아보지 못하자 결국 항우를 떠나 유방(劉邦)의 진영에 가담하였다. 그러나 유방의 휘하에서도 인정을 받지 못하다가 군법을 어긴 죄로 목숨이 경각에 달했는데 하후영이 한신의 탄식을 듣고 살려주었다.

하후영은 한신의 재능을 알아보고 승상 소하(蕭何)에게 추천하였고 소하는 한신의 재능을 인정하였다. 소하는 유방과 함께 군사를 일으킨 사람으로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는 인물이었다.

소하는 한신이 한나라 진영에서 달아나자 그를 다시 데려와 유방에게 천거하였고, 유방은 파격적으로 삼군 총사령관인 대장군에 임명하였다. 이쯤에서 자제했으면 되었건만 경거망동이 그만 화를 불렀다.

한신은 크게 공을 세우자 유방에게 제나라 왕(齊王) 자리를 요구했다. 결국 그는 모반죄로 체포되어 참살되었다. 이때 한신은 그 유명한 토사구팽(兎死狗烹)이라는 말을 남기며 죽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어쨌든 그는 자신에게 밥 한 끼를 준 표모에게 천금이나 되는 재물을 준 통 큰 사나이였다. 여기서 새삼 밥 한 끼의 소중함을 되돌아보게 된다. 나는 지난 3월 초에 난생처음 출판기념회를 했다.

65년 희로애락 인생사를 담은 저서 <두 번은 아파봐야 인생이다>의 출간이 모티프였다. 수백만 원에 달하는 출판사 출판 비용은 지인들에게서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조달했다.

그렇게 신세를 톡톡히 진 지인들께 보답하려면 반드시 출판기념회를 열어야만 했다. 그래야 저술한 책을 드리고, 음식까지 대접할 수 있어서였다.

목척교 앞 대전트래블라운지 3층에서 열린 나의 첫 출판기념회는 전국 각지에서 오신 손님들로 마치 장날을 맞은 저잣거리인 양 북적였다. 어찌어찌 행사를 마친 뒤 축객(祝客)들을 모시고 예약된 식당으로 갔다.

각자의 식성이 다르므로 삼겹살과 동태찌개, 김치찌개로 60인분을 예약했는데 주효했다. 나는 테이블을 일일이 돌면서 술잔에 술을 채워드렸다. "홍 작가, 오늘 정말 멋있었어!"라는 칭찬에 감사의 눈물이 핑 돌았다.

나는 지금 또 다른 책을 내고자 열심히 쓰고 있다. 반드시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그 옛날 한신이 '일반천금'을 실천했듯 나 또한 그에 대충 접근하는 일식십동(一食十動)의 실천으로 그동안 내가 신세를 진 분들께 맛난 음식을 듬뿍 대접하고 싶다.

홍경석/ 작가. <두 번은 아파 봐야 인생이다> 저자

홍경석 두아빠
* 홍경석 작가의 칼럼 '홍키호테 世窓密視(세창밀시)'를 매주 중도일보 인터넷판에 연재한다. '世窓密視(세창밀시)'는 '세상을 세밀하게 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서산 부석사 불상 친견법회, 한일 학술교류 계기로"
  2. 대전 학교 내 성비위 난무하는데… 교사 성 관련 연수는 연 1회 그쳐
  3. [입찰 정보] '테미고개·서대전육교 지하화'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 12공구 공고
  4. 2023년 대전·세종·충남 전문대·대학·대학원 졸업생 취업률 전년比 하락
  5. ‘달콤해’…까치밥에 빠진 직박구리
  1. [사설] '대한민국 문화도시' 날개 달았다
  2. [사설] 교육 현장 '석면 제로화' 차질 없어야
  3. 색채의 마술사 ‘앙리 마티스’ 대전서 만난다
  4. 대전 경제기관·단체장 연말연시 인사이동 잇따라
  5. 대전 동구, 축제로 지역 이름 알리고 경제 활성화 기여까지

헤드라인 뉴스


韓 권한대행도 탄핵… 대통령·국무총리 탄핵 사상 초유

韓 권한대행도 탄핵… 대통령·국무총리 탄핵 사상 초유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가 27일 탄핵 됐다. 대통령에 이어 권한대행마저 직무가 정지되는 헌정 사상 유례없는 일이 발생한 것으로, 순서에 따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국회가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무기명 투표를 진행한 결과, ‘국무총리(한덕수) 탄핵 소추안’은 재적의원 300명 중 192명이 참석해 찬성 192표로 가결됐다. 표결에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 안건은 국무총리 한덕수 탄핵소추안이다. 그러므로 헌법 제65조2항에 따라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밝혔다...

세종시 `주택 특공` 한계...수도권 인구 유입 정체
세종시 '주택 특공' 한계...수도권 인구 유입 정체

현행 세종시 주택 특별공급 제도가 수도권 인구 유입 효과를 확대하는 데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해오던 이전 기관 종사자 특별공급 제도가 2021년 5월 전면 폐지되면서다. 문재인 전 정부는 수도권에서 촉발된 투기 논란과 관세평가분류원 특공 사태 등에 직격탄을 맞고, 앞뒤 안 가린 결정으로 성난 민심을 달랬다. 이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를 본 이들이 적잖다. 중앙행정기관에선 행정안전부 등의 공직자들부터 2027년 제도 일몰 시점까지 특별공급권을 가지고 있던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고개를 떨궜다. 세종시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같..

AI 디지털 교과서 논란...전국 시도교육감 엇박자
AI 디지털 교과서 논란...전국 시도교육감 엇박자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명의의 건의문이 17개 시·도 간 입장 조율 없이 제출돼 일부 지역의 반발을 사고 있다.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은 12월 26일 이와 관련한 성명을 통해 "우리 교육청은 그동안 AI 디지털 교과서의 현장 도입에 신중한 접근을 요구해왔다. 시범 운영을 거쳐 점진적으로 도입하자는 의견"이라며 "AI 디지털 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찬성한다"란 입장으로 서두를 건넸다. 이어 12월 24일 교육감협의회 명의의 건의문이 지역 교육계와 협의 없이 국회에 제출된 사실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독감과 폐렴 함께 예방해 주세요’ ‘독감과 폐렴 함께 예방해 주세요’

  • ‘달콤해’…까치밥에 빠진 직박구리 ‘달콤해’…까치밥에 빠진 직박구리

  • 색채의 마술사 ‘앙리 마티스’ 대전서 만난다 색채의 마술사 ‘앙리 마티스’ 대전서 만난다

  • 즐거운 성탄절 즐거운 성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