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봄나들이, 정선의 <필운상화(弼雲賞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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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봄나들이, 정선의 <필운상화(弼雲賞花)>

양동길/시인,수필가

  • 승인 2023-03-31 10:1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강명운 사진 전시회에서 작품 감상하다보니 이색 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주제별로 백여 장씩 모아 놓은 작품이다. 별로 보지 못하던 형식이다. 생활용품, 창살문, 대문, 단청, 불상, 스테인드글라스, 화장실 표식 등이다. 특히 화장실 표식은 작가의 눈길이 잘 가지 않는 것 아닌가? 대동소이한 것 같지만 함께 놓고 보니, 만든 사람만의 개성이 뚜렷함을 알게 된다. 새삼 그 아름다움이 다가 온다. 소품, 버려진 폐품으로 구성한 작품도 있다. 우수마발에도 눈길을 주는 작가의 깊은 사랑과 섬세함이 느껴진다.

존재하지만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보이지만 그 모습을 담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때문에, 직관하며 즐기기 위해 현장을 찾는다. 자신 만이 찾아낸 아름다움, 정서를 전하는 것도 사진예술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사진(寫眞)'이란 용어 속에 담겨있는 동양회화 정신은 사실과 진실, 내면의 표현이다.

근래 매년 느끼는 것이지만, 봄이 SNS로 온다. 사진과 영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봄소식이 전해오기 때문에, 어디쯤 오고 있는지 생생하게 느낀다. 코로나로부터 벗어난 데다 날씨마저 포근해, 자연스럽게 발길이 밖으로 향한다. 설렘이 더해져 급격히 활동량이 많아졌다. 곳곳에 활기가 넘친다.

더하여, 전 국토가 손짓한다. 함박웃음으로 봄꽃이 유혹한다. 계획 식재(植栽)로 볼거리도 많아졌다. 아직도 매화나 벚꽃이 주종이지만, 개나리, 동백, 산수유, 유채, 진달래, 철쭉, 튜울립 등 퍽 다양해졌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기온에 따라 매년 개화시기 편차가 크다는 것이다.



개인은 의사결정이 자유로워 문제가 덜 하지만, 단체로 움직이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개화에 맞춰 계획을 세우는데, 그 시기를 미리 알기가 쉽지 않다. 봄꽃축제를 준비한 경우, 주최 측이나 관람자 모두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개화기간이 짧은 꽃은 주객 모두 당혹스럽게 한다. 봄꽃 나들이 계획이 있다면 유념해야할 부분이다.

예정되어있는 행사장 몇 곳을 둘러보았다. 이미 만개하였다. 일주일 정도 남았는데 말이다. 평년에 비하여도 4 ~ 5일 앞선 것이다. 변경할 여유도 주지 않아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그나마 나들이할 여유가 없는 사람은 어찌할까? 이미지로 대신할 수도 있겠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봄을 즐기리라 생각된다. 옛 사람은 어찌했을까? 지금 같은 풍광이야 없었겠지만, 나름 아름다움과 멋을 즐겼다. 생기발랄한 봄기운만으로도 충분했던 것이다. 풍속화에 다양한 행태로 나타난다. 시대성, 역사성, 진실성, 창조성 등 예술은 분명 기록적인 측면이 있다.

그림
정선(鄭敾)의 <필운상화(弼雲賞花>, 1750년 경, 지본 담채, 27.5 × 18.5cm, 개인 소장
그림은 정선(鄭敾, 1676 ~ 1759)이 그린 <필운상화(弼雲賞花, 1750년 경, 지본 담채, 27.5 × 18.5cm, 개인소장)>이다. 필운은 인왕산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고, 산자락에 있는 필운대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필운대는 백사 이항복(白沙 李恒福, 1556 ~ 1618, 조선 문신)이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배화여대 교내에 위치한다. 구릉 아래쪽 암벽에 '弼雲臺(필운대)'라 새겨져있고, 위에 달랑 정자하나가 서있다. 예전엔 주변에 살구나무가 많아 도성 안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곳이라 전한다. 해마다 봄이면 시인 묵객이 몰려 시를 읊조리던 곳이다. 능수버들과 꽃이 보이는가?

정선은 실경을 그렸다. 지금은 워낙 고층건물이 많이 들어서고 지형이 변해, 관찰과 판명이 어렵다. 분명하진 않지만 그림에 들어난 위치와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가 있을법하다. 여기저기 집들이 들어차 있다. 봄놀이에도 흐트러짐이 없었을까, 의관정제한 사람들이 구릉위에 앉거니 서거니 하여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필운대가 인왕산 자락에 있으니, 구릉 옆으로 이어지는 곳은 인왕산일터이다. 중경에 보이는 봉우리가 남산, 그 끝자락에 보이는 누각이 숭례문, 원경의 흐릿한 봉우리가 관악산이란 주장도 있다.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스쳐가는 손짓, 발짓이라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함부로 할 것은 더욱 아니다. 그것이 쌓여 역사가 된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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