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역촌은집 표지 |
촌은(村隱) 유희경(劉希慶, 1545~1636)은 조선 중기 때 시인이자 학자다. 16세기 후반부터 17세기에 걸쳐 활발한 시작(詩作) 활동을 해 조선 시대 여항문학(閭巷文學)을 대표하는 위항시인이었다. 유희경이 살았던 시대는 동서분당과 인조반정이라는 혼란의 시기로 그는 상천(常賤)이라는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사대부 문인들과 어울리며 시 창작 활동을 했다.
당시 문집을 남기는 것은 경제적 기반이 있는 양반 사족(士族)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고 일반의 기층 민중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거의 불가능한 조건을 극복하고 촌은은 문집을 남겼다.
그가 남긴 '촌은집'은 3권 2책으로 구성된 시집이다. 구성을 살펴보면 맨 앞장에는 1707년 김창협이 쓴 서문과 1628년에 이경전이 쓴 인(引)이 기록돼 있다. '권1'은 유희경이 쓴 시(詩) 작품이 실려있는데, 5언절구 13편, 6언절구 4편, 7언절구 138편, 5언율시 50편, 5언배율 6편, 7언율시 40편, 5언고시 3편 등 총 254편을 볼 수 있다.
'권2'는 부록으로 유몽인이 지은 '전(傳)', 김창흡이 지은 '묘표', 홍세태가 지은 '묘지명', 남학명이 지은 '행록'이 있고, 이민구의 '동주집', '착륜록'에 실린 시가 '유사'로 수록돼 있다.
'권3'은 침류대록(枕流臺錄)이다. 침류대는 창덕궁 서쪽 정업원동(淨業院洞) 하류에 지은 대(臺)이다. 침류대록에는 촌은 유희경이 여러 사대부와 수창한 시 9수와 여러 학사가 쓴 서(序)·기(記) 등이 담겨있다.
이 밖에도 촌은 유희경이 부안의 기생 이매창과의 사랑과 그리움을 시로 노래한 '회계랑(懷癸娘)' 등 10여 수도 수록돼 있다.
시문집은 임종욱 한문학자가 번역·해설하고 촌은 유희경 기념사업회가 발간했다. 유영문 유희경기념사업회 기획이사는 "그동안 학계 등 국내의 연구 논문과 부안 기생 매창과의 사랑으로 간간이 전해져 오던 촌은 선생의 유집(遺集)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최근세의 일"이라며 " 그가 속한 문중이나 개인으로 봐서는 참으로 대단한 영광이다. 책장을 열면 사회적 신분을 떨쳐 버리고 효(孝), 충(忠), 의리를 중시한 그의 시와 문학, 삶이 오롯이 들어 있다"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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