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선희 관장 모습 |
24년간 대전의 공연예술에 이바지했던 홍선희 대전예술의전당 관장이 퇴임을 앞두고 남긴 소회다.
1999년 대전시립무용단 사무국장을 시작으로 문화예술계에 발을 들인 그는 대전시립예술단에서 쌓아 온 경험을 바탕으로 2021년부터 대전예당 관장직을 맡았다. 코로나19로 공연계가 침체됐던 시기, 셧다운 위기 속에서도 예술가와 관객들을 이어주기 위해 힘써왔다. "기획은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여는 작업과 같다"는 그는 2년간 팬데믹 상황 속 공공 공연장의 역할에 대해 늘 고민해왔다.
기억에 남는 공연에 대해 홍 관장은 "예술인 공연을 더 많은 관객과 공유하기 위해 시도한 공연 실황중계를 꼽는다"며 "지난해 10월 세계적 지휘자 사이몬 래틀과 피아니스트 조성진, 그리고 런던심포니 공연을 야외공연장에 실시간 스트리밍했다. 공연티켓을 구하지 못한 1천여명의 시민이 영상으로 감상했고 타 지역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연장이 단지 즐거움의 공간을 넘어 깊은 성찰의 순간이 담기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대전예당 연극읽기'도 있다. 특히 올해도 진행될 온·오프를 겸하는 '심야극장'은 최근 화두가 되는 야간관광 특화사업과 관련해 대전예당의 새로운 미래사업으로 정착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대전예당 전경 |
그는 "대전예당은 거대한 배와 같다. 항로를 이탈하지 않기 위해 좌표 삼는 별이 있듯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대전예당이 공연장 존재 이유와 '순간'을 놓치지 않는 사업 진행으로 즐거운 상상과 인문학적 사유가 넘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렇기에 20주년을 기념할 올해 공연은 더 특별하다. 공연 유치부터 심혈을 기울여 올해 3월 초에 개최한 파리 오페라 발레단 공연은 30년 만에 내한한 만큼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에 버금가는 공연들이 관객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홍 관장은 "모든 공연이 봐야 할 이유가 분명하고 충분하다"며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피아니스트 조성진, 임윤찬으로 이어지는 K클래식의 대표주자들 연주, 폭풍 감동을 예고하는 슬라바폴루닌의 스노우쇼, 인류의 미래를 고민하는 연극 멋진 신세계 등 여러분의 취향을 저격하는 공연이 반드시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대전예당을 찾는 예술인들이 많지만 늘 다목적 공연장이라는 한계와 높은 가동률 문제가 제기돼 왔다. 지어진 지 20년이 지난 만큼 노후화된 시설 리모델링이 시급하지만, 수요분산이 관건인 가운데, 민선 8기 음악전용홀 건립 공약은 반가운 소식이다.
홍 관장은 "클래식 음악 전용홀 건립계획은 대전예당 중장기 계획과 궤를 같이 해야 한다"며 "일부 음악 장르를 음악전용홀로 이관하면 대전예당은 장기대관이 필요한 뮤지컬, 연극 등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공연장 입지를 갖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대전예당이 30주년을 맞기 전까지 완공될 수 있도록 최대한 빠르게 추진되길 바란다"고 했다.
대전예당은 예술가와 함께 호흡하고,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매력적인 장소다. 이곳에서 그동안 함께할 수 있었던 것에 홍 관장은 거듭 감사함을 전했다. 그는 "24년 전, 열정 하나 가슴에 품고 이 길을 들어섰을 때부터 길이 아닌 곳조차 함께 걷고 길을 만들어온 동료 여러분께 감사하다"며 "부족한 사람이었으나 지지하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 공연장 로비에서 감동을 나눠주고 눈인사로 격려하던 많은 관객들에게도 고맙다는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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