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59강 절장보단(絶長補短)

  • 오피니언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59강 절장보단(絶長補短)

장상현/인문학 교수

  • 승인 2023-03-28 00:00
  • 수정 2023-05-02 11:04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159강:절장보단(絶長補短) : 긴 것을 잘라 짧은 것에 보탠다.

글 자 : 絶(끊을 절), 長(긴 장), 補(기울/옷을 깁다 보, 도울 보), 短(짧을 단)

출 전 : 전국책(戰國策) 초책(楚策)

비유 : 장점(長點)이나 넉넉한 것으로 단점(短點)이나 부족한 것을 보충함



유사성어 : 강(强)한 자를 누르고 약(弱)한 자를 부추기는 억강부약(抑强扶弱)

공적인 일을 우선하고, 개인적인 일을 뒤로하는 선공후사(先公後私)가있다.

전국시대 초(楚)나라에 장신(莊辛)이라는 대신(大臣/지금의 장관)이 있었는데 하루는 초나라 군주인 양왕(襄王)을 알현(謁見)하고 이렇게 말했다.

"대왕께서 궁(宮)안에서는 좌편에 주후(州候)를, 우편에 하후(夏候)를 데리고 계시고, 궁밖에 나가실 때에는 언릉군(?陵君)과 수릉군(壽陵君)이 대왕을 모시는데 이 네 사람은 모두 음탕(淫蕩)하고 방종(放縱)하며 절용(節用)이 없어 재정을 낭비하므로 국가 대소사는 물론이요 이렇게 나아가다가는 멀지 않는 시기에 갑자기 우리 영도(?都/초나라의 수도)조차 보전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자 왕은 화를 내며 "무슨 소리를 그렇게 하나?" 하면서 장신을 호되게 꾸짖었다.

"그대는 망령(妄靈)이라도 들었나? 그런 엉뚱한 말은 이 나라의 민심(民心)을 혼란시킬 수작(酬酌)이 아닌가?" 그러나 장신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대답을 했다.

"신(臣)은 현재의 실정(失政)을 목격하고 새삼 그 중대함이 깊이 느껴져 더 이상 함구불언(緘口不言/입을 다물고 말을 하지 않음)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 나라는 백성들의 지독한 빈곤과 민심의 혼란이 극심한 지경에까지 이르렀으니, 제가 어찌 감히 나라를 걱정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황공하오나 대왕께서는 하루 속히 이 일을 시정(是正)하시기 바랍니다. 만일 그러시지 않고 계속 이 네 사람만을 총애(寵愛)하신다면 초나라의 존망(存亡)은 하루아침에 결정이 날 것입니다."

그렇게 간절히 충언을 드려도 초양왕이 받아들이려 하지 않자 장신은, "대왕께서 기왕 저의 말씀을 믿지 않으시니 제게 잠깐 동안만이라도 조(趙)나라로 피하여 있으면서 초나라의 시국 돌아가는 형편을 볼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이리하여 장신은 조나라로 떠나가고 초양왕은 여전히 사치하고 무도(無道)한 생활을 계속 이어 나갔다. 그리고 불과 5개월이 지난 뒤 진(晉)나라가 과연 초나라를 침공하여 초양왕은 성양산(城陽山)으로 몸을 피하게 되었다.

이때 비로소 초양왕은 장신의 말을 깨닫고는 즉각 사람을 조나라에 보내어 장신을 불러오게 했다. 장신이 대왕의 부름을 받고 초나라로 돌아오니 초양왕은 친절히 그를 맞이하고는 "과인이 애당초 그대의 말을 들었다면 오늘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으련만, 지금 후회를 해도 소용이 없겠으나 그래도 이제 과인이 어찌해야 좋을지 알려줄 수 없겠소?"라고 하자 장신이 느긋이 대답을 했다.

"신(臣)이 일찍이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토끼를 발견하고 나서 사냥개를 돌아보아도 늦지 않고, 양을 잃은 후에 우리를 고쳐도 늦지 않습니다.(見兎而顧犬未爲晩也 亡羊而補牢未爲遲也/견토이고견미위만야 망양이보뢰미위지야)"

옛날 탕·무(湯·武/탕 임금과 무왕)가 사방백리(百里)되는 작은 땅에서도 나라를 크게 일으켜 천하의 주인이 되었고, 걸·주(桀·紂/지극한 폭군)는 자기가 다스리는 땅이 사방천리(千里)의 큰 영토를 가지고도 또한 멸망했습니다. 현재 초나라가 비록 작더라도 긴 것을 잘라 짧은 것을 기우면[절장보단(切長補短)] 그래도 사방 수천 리는 되는지라 당연히 탕. 무왕의 백 리에 불과한 땅과 비교하면 굉장히 넓은 것이지요."

절장보단(絶長補短)은 사람과 사물에 있어서 장점으로 단점을 보완하면 쓸모 있고, 소중한 존재가 된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이 세상에는 어떤 사람, 어떤 사물이든지 각기 장점과 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그 장점으로 단점을 보완하여 자신의 부족한 점을 잘 살려나가는 마음의 자세이다.

특히 사람은 젊어서는 힘과 열정이 넘쳐, 모든 일을 감당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가 60대 후반이 지나면서부터 힘과 열정이 약해지면서 단점으로 변하게 된다. 그런데 젊고 열정이 충만한 시기에 좀 힘들더라도 60대 후반의 노년기를 대비한 사람은 절장보단이 잘 되어서 노년에 풍요롭고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반면, 그 반대의 상황을 맞은 사람은 후반이 외롭고 또한 괴롭다.

사람들은 권력(權力)과 재물(財物)을 숭상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데 획득되면 오히려 오만(傲慢)과 사치(奢侈)와 방탕(放蕩)으로 세상을 살아가려 한다. 곧 절장보단을 외면한 처사인 것이다. 오만과 사치와 방탕은 끝이 없고, 하면 할수록 더욱 요구되는 욕망의 극치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이 하는 일은 모두 옳고, 어떤 일이든 잘못은 남의 일이라 여기는 수가 많다. 완전한 사람은 있을 수 없어 잘못된 일을 지적하면 변명하거나 남 탓으로 돌린다. 이것을 말한 적합한 명언이 바로 良藥苦口而利於疾 忠言逆耳利於行(양약고구이이어질 충언역이이어행/ 좋은 약은 입에 쓰나 질병에 이롭고, 바른 말은 귀에 거슬리나 행하기에 이롭다.)이다.

제대로 된 충언은 편한 사이라도 하기 어렵다. 하물며 윗사람이나 지도자가 잘못된 길로 가는데 바로잡는 일은 쉬울 리가 없다. 자기가 하는 일이 모두 옳다는 윗사람에게 바른 일을 권하고, 그릇된 일을 못하게 하는 신하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바르게 보좌하는 일에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충언하는 사람이 있기에 지도자는 옳은 길로 갈 수 있다.

지도자는 아부하는 신하(臣下)만 총애(寵愛)하지 말고, 쓴 소리의 참된 조언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장상현/인문학 교수

2020101301000791400027401
장상현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