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혁 작곡가 |
음악은 건축이다. 이를 설명하기에 앞서 독자 여러분께 헨델 메시아 (Handel Messiah HWV 56)의 마지막 곡 아멘 합창 (A-men Chorus)을 들어보길 권한다. 이 음악을 통해 음악과 건축에 관한 내용을 두 번에 걸쳐 설명하고자 한다.
<무형의 도구로서 언어와 문자>
인간의 특징 중 하나는 도구를 사용한다는 거다. 이 도구는 무형의 도구 유형의 도구로 나눌 수 있다. 음악은 유형의 도구로부터 만들어내는 무형의 도구다. 소리 중 일정한 주파수를 갖는 음을 찾아냈고 이를 체계화하여 소리의 구조물을 만들었다. 우리는 그것을 감상한다. 음악과 언어는 유사한 면이 있다.
인간은 언어라는 무형의 도구를 통해 상대방과 소통한다. 언어는 처음에 문자가 없이 소리로 소통하였다. 소리는 공기의 진동 때문에 발생하는데, 진동이 그치면 소리도 그친다. 인간의 기억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이를 기록하고 보존 그리고 의사 전달을 위해 문자가 만들어졌다. 대부분 문자는 오랜 세월을 거쳐 형성, 발전되어 왔다. 누가 만들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한글은 창제자가 있다. 500여 년 전에 세종대왕이 창제하였다. 그 우수성은 세계가 인정하였다. 유엔은 문자가 없는 민족, 국가에 자국 언어를 표기하기 위한 알파벳으로 한글을 권고하고 있다. 실제로 동남아의 소수민족은 한글을 써서 자국의 언어를 표현하고 있다. 이렇듯 인간의 발성기관으로 나온 소리가 알파벳 또는 한글을 만나 구체적으로 표기되었고 이를 통해 보존되며 재생된다.
<음악과 악보>
음악은 악보를 통해 기록하고 보존하며 연주한다. 음악은 크게 둘로 나누는데 구전되는 작자 미상의 곡이거나 작곡자 있는 곡이 있다. 이를 기록하기 위해 악보가 필요하다. 그래서 동서양엔 여러 형태 악보가 생겨나 발전되어 왔다. 서양에서는 네우마로부터 시작하여 오선 기보 법 그리고 현대 기보법 등으로 발전되었다. 위 기보 법은 특별한 사람에 의한 만들어진 게 아닌 오랜 세월 거쳐 공동으로 만들어지고 발전되어 온 것이다.
우리 전통 음악(한국음악)엔 정간보라는 기보법이 있다. 이 악보는 한글처럼 창제자가 있다. 바로 세종대왕이다. 한국만이 가진 고유의 악보다. 이 칼럼에서는 현재 인류가 보편적으로 쓰고 있는 기보 법 오선보로 알아보고자 한다.
<음악과 기보>
기보는 악보에 음악을 기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음악의 기초 이론을 보자. 음악은 음 하나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여러 음이 모여서 음악이 된다. 두음 간의 거리를 음정이라 한다. 이 음정은 차례차례 나오는 가락음정과 동시에 울리는 화성음정이 있다. 언어가 한글 또는 알파벳을 기본으로 하여 구체적으로 기록하듯 음악은 음계를 기본으로 하여 음악을 형성한다. 이 음계의 구조를 결정하는 것은 음정 즉 두음 정간의 거리다.
음악엔 수평적 요소와 수직적 요소가 있다. 수평적 요소는 선율이고 수직적 요소는 화음과 대위 적 요소이다. 이를 통해 공간에 음향 구조물을 만든다. 이 구조물은 눈에 보이지 않고 오래 지속하지 않는다. 시간이라는 흐름 속에서 소리로 만든 구조물이기에 그렇다. 그래서 음악을 시간의 예술이라 한다. 언어가 시간이 필요하듯 음악도 그렇다. 언어가 정보와 감정을 전달하듯 음악도 그렇다. 음악은 음으로 만든 인간의 또 다른 언어이고 하나님의 선물이다. 우리는 어떻게 이 음악이라는 구조물을 인지할 수 있을까? 이를 위에 언급한 헨델의 메시아 중 아멘 코러스 속에서 찾아본다. '음악은 건축이다!' 두 번째 얘기는 다음 칼럼에서 한다. 이제 코로나가 끝나간다. 다시 새로운 시작해보자. 음악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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