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민 DSC지역혁신플랫폼 총괄운영센터장은 최근 선정된 국가산단을 주목했다. 대전의 반도체, 충남의 수소차, 충북의 철도산업 모두가 DSC플랫폼이 3년 전 논의를 끝낸 '미래 모빌리티'와 연계되기 때문이다. 지역대학이 모빌리티 분야 우수 인재를 키워내고, 지역기업에 취업시켜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토대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충청권 메가시티를 강조한 김 센터장에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김학민 센터장은… ▲출생: 1960년 충남 예산. ▲학력: 미국 텍사스대 댈러스 캠퍼스 정부·정치학과 학사, 동 대학교 대학원 정치경제학과 석사, 동 대학교 대학원 정치경제학과 박사. ▲주요 경력: 전 순천향대 부총장, 전 충남테크노파크 원장, 전 대통령직속 균형발전위 전문위원, 전 충남중소기업연수원장, 현 순천향대 행정학과 교수, 현 DSC지역혁신플랫폼 총괄운영센터장. ▲주요 상훈: 2010년 대통령 표창, 2019년 국민훈장 모란장. |
▲DSC플랫폼을 탄생시키고 지원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충청권 3개 광역자치단체의 공직자, 24개 대학 교수진과 학생 그리고 61개 혁신기관의 전문가, 100여 개 기업체의 임직원 등께서 힘을 모아 대한민국에서 최대 규모의 지역혁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자체와 대학이 협력 기반을 만들어 사업을 한다는 게 이론적으론 쉽지만, 실제로 적용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2021년 5월 교육부로부터 사업이 선정돼 7월에 출범했고, 9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해, 지난 2년여 간 지역 인재가 지역 기업에 취업하고 정착해 지역의 혁신발전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공유하고 사업에 매진했다. 무엇보다 지역 내 지자체-대학-기업-혁신기관·단체가 서로 배려하고 응원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플랫폼을 구축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RIS사업이 3년차에 들어섰지만, 지역민의 관심도가 낮은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 분야의 혁신 생태계를 지역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최소 1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테크노파크가 하나의 선례다. 초기에 단지 조성 등 인프라 구축단계를 거쳐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4~5년을 가동했더니 유망한 창업 기업이 나왔고, 10년이 돼야 본격 성장하기 시작한다. 인력양성 사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학에 입학해 졸업하기까지 4년간 학생이나 교수, 학부모 모두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2년간 추진한 일들을 소개하고 싶다.
DSC플랫폼 1차년도에는 신규사업으로 제도를 정비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24개 참여대학은 공유대학이라는 기존에 없던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서로 다른 학칙을 수정·보완해야 했다. 교육부 사업비가 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총괄대학인 충남대 예산으로 2021년 9월에서야 총괄운영센터 사무실 집기가 들어왔고, 같은 해 12월 대학교육혁신본부와 모빌리티 소부장사업본부와 ICT사업본부가 개소했다.
2차년도 사업인 2022년도 사업은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현재 2차년도 사업을 마무리하는 단계다. 2차년도 부터 DSC플랫폼에서 만든 공유대학에 학생들이 3학년 과정에 들어와 복수전공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공유대학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융·복합 미래 모빌리티 전문인력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플랫폼에 참여하는 24개 대학 1~2학년 학생은 각자 속한 본교에서 교양과 기초과목을 수강한 후에 3~4학년 동안 DSC공유대학에서 복수전공을 하는 방식이다. 현재 자율주행자동차, 차량용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 친환경동력 자동차, AI·SW 전공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 필요한 8개 융합전공을 개설해 각 전공별 50명씩 미래인재가 양성되고 있다.
▲공유대학에 재학하는 학생들은 공유대학 장학금을 매 학기마다 200만원씩, 4학기 동안 최대 800만원을 지원받는데 국가장학금이나 교내 성적우수장학금과도 중복해서 받을 수 있다. 공유대학 학생들은 학내 강의는 물론 현장과 연계하여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습득하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과제도 많아 굉장히 바쁜 편이다. 학생들이 오로지 학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장학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요즘 우수한 지역기업을 방문해 취업 연계 현장학습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있다. 공유대학을 졸업한 모든 학생들이 우수한 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찾아 다니는 것이다. 목표는 100개 기업인데, 현재 30여 개 기업을 확보했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급여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DSC플랫폼과 협약을 체결한 기업들의 초봉은 3500만~5000만원 가량 된다. 이들 기업 중에는 월급과 별도로 매월 30만~50만원 가량의 정주지원금을 주는 곳도 있다. 이렇게 좋은 기업들이 우리 지역에 있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알리는 데 주력하겠다.
학생들이 취업 후 정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아직 공유대학 졸업생이 배출되지 않아 실제 적용되진 않았지만, 졸업생들이 지역에 취업할 경우 행복주택에 우선 입주할 수 있도록 지난해 충남도와 협의를 마쳤다. 사회초년생들이 지역에 애정을 갖고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우리 플랫폼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충남에 2곳, 대전과 충북에 각각 1곳씩 총 4곳이 후보지로 지정됐다. 충남 천안은 미래 모빌리티, 홍성은 수소·미래차, 2차전지 등 미래신산업 국가산단으로 지정됐으며, 대전은 나노·반도체, 충북 오송은 철도클러스터 국가산단으로 지정됐다. 중요한 것은 충청권은 모두 미래 모빌리티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미래 모빌리티는 3년 전 DSC플랫폼이 3개 시·도와 테크노파크, 국책연구소, 대학들이 함께 모여 깊은 논의 끝에 선택한 분야다. 이번에 4곳 모두가 미래 모빌리티와 연계됐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DSC플랫폼에서는 이런 일을 추진할 수 있는 둥지가 4곳이나 만들어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국가산단과 자연스럽게 연결돼 충청권이 전 세계의 모빌리티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한 DSC플랫폼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지역 대학은 물론 국가연구기관들과 지역기업들과 협력하겠다. 지역의 우수한 인재가 지역기업에 취업해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선순환적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우리 DSC플랫폼의 최종 목표다. 대전·충남·세종이 각자 개별적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함께 시너지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내년에 국가산단이 최종적으로 지정되는데, 토지 보상이나 부지확보 등 여러 가지 절차가 있어 빨라야 내년 하반기부터 최소 3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본다. 이 기간 DSC플랫폼도 함께 협력하면서 국가산단을 디자인할 때 여러 아이디어를 제시하겠다. 국가산단에 입주를 희망하는 기업들은 1980~1990년대 우리나라 공단의 모습을 선호하지 않는다. 산단 내 주거 공간과 문화적 요소들이 있어야 한다. 젊은 인재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은 지방의 정주 여건이 부족하다 보니 생긴 것이다. 국가산단을 설계할 때부터 지자체와 대학, 지역기업들과 함께 고민하겠다.
▲우리지역에는 현대차와 삼성전자 등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대기업이 있고, 준 대기업으로 볼 수 있는 1차 벤더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현대차의 경우 대전·세종·충남 지역에 1차 벤더사가 37개 정도 있는데, 1차 벤더사들은 앵커기업인 현대차에 부품을 제공하며 R&D를 포함해 다양한 업무를 협업하고 있다. 문제는 2·3차 벤더사들이다. 이들 기업은 기술개발과 인력 확보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DSC플랫폼에서는 산업별로 협의체를 구축해 애로 사항을 청취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들 기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캡스톤 디자인 교육과 리빙랩 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재직자 실무 교육도 가동하고 있다.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R&D 사업과 컨설팅 사업을 대학과 국책연구소가 공동으로 지원하면서 기업이 지역에서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모빌리티 산업 육성과 기업지원을 위해 지방정부 차원의 창의적인 대응이 중요하다. 지자체의 복지 서비스를 모빌리티와 연결하면 상상 이상의 일들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고령자를 위한 자율주행자동차의 개발과 보급이다. 자율주행차는 크게 보면 3가지 프로세스로 운영된다. 감지하고, 판단하고, 반응하는 것이 바로 그것인데, 이는 고령자들에게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고령자를 위한 자율주행 시스템을 기존 차량에 장착한다면, 어르신들의 삶의 질 향상을 꾀할 수 있다. 지자체가 고령자 복지 차원에서 자율주행차를 지원한다면 지역기업들이 DSC플랫폼 사업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사회를 위해 DSC플랫폼의 역할도 고민하고 있다. 우리나라 농업인구의 고령화 및 감소로 인해 미래 모빌리티인 중 하나인 농기계의 자율주행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현재 농업용 드론으로 씨앗을 뿌리고, 농약을 살포한다. DSC플랫폼은 자율주행 농기계를 만드는 벤처기업이나 기존 자동차 회사에서 은퇴해 새롭게 창업한 분들을 지원하고자 창업지원 사업을 충남 내포신도시에서 추진할 계획이다. 우리 플랫폼이 대학, 기업, 국가연구기관을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하는 만큼, 이런 과제들을 지속해서 발굴하고 지자체에서 이를 지원해준다면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RIS사업의 장점을 소개해달라.
▲그동안 1개 대학과 1개 기업이 각각 구인·구직하는 형태로 매칭되다보니 불합리한 점이 많았다. 하지만, DSC플랫폼과 24개 대학이 함께 하니까 인재 채용 부분에서 장점이 생겼다. 예를 들면, A대학 학생들이 B라는 중견기업에 매년 10명씩 입사한다고 가정해보자. 10년 뒤에 B회사는 A대학 동문 100명이 다니게 되고, 이는 A대학 출신이라는 파벌이 생길 수 있다.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특정 파벌을 조장하는 것은 피하고 싶은 부분이다. DSC플랫폼을 통하면 24개 대학에서 무작위로 취업 역량을 갖춘 우수 인재가 연결되어 다양한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 애초에 파벌이 생길 수 없는 구조다. 기업들로부터 취업 요청을 받으면, 24개 대학의 취업 지원 담당자 전체를 통해 모집하기 때문에 기업과 학생, 대학에게 모두 바람직하다.
-정부가 교육개혁의 일환으로 라이즈(RISE)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25년이면 RIS사업도 라이즈에 포함될 예정인데, 사업에 차질은 없겠는가.
▲라이즈는 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의 약자로, 교육부 설명에 따르면, 지자체의 인력양성 사업 시스템이라고 한다. 기존 교육부의 예산집행 권한을 지자체에게 일부 이양해 지자체가 인력양성을 위한 사업을 계획하고 집행하는 것이 골자다.
반면, RIS(Regional Innovation Strategy)의 약자로 지역혁신전략을 위한 사업이다. 지난 2020년 광주·전남, 울산·경남 등 2개의 복수 광역 지자체 사업과 충북 단독으로 하는 단수 광역지자체 사업이 선정됐다. 2021년에는 우리 대전·세종·충남 3개의 광역지자체가 복수형으로 선정됐고, 2022년에는 대구·경북의 복수형과 강원도 단수형 사업이 선정됐다. 올해에는 부산, 전북, 제주가 선정돼 현재 9개의 RIS사업단이 가동 중이다.
교육부는 지난 3월 초에 경남·경북·대구·부산·전남·전북·충북 등 7곳을 라이즈 시범지역으로 선정했다. 앞으로 라이즈에 선정된 지역은 단일 광역지자체의 인력양성 시스템 컨트롤타워인 라이즈 센터를 설치하고 교육부 사업을 함께 계획하고 집행하며 평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재 복수형으로 추진하고 있는 우리 대전·세종·충남 등 4개의 RIS사업에게는 여러 가지 변수가 있다. 일단 대전·세종·충남은 어느 광역자치단체도 라이즈 사업자로 선정되지 않아 기존과 같이 RIS총괄운영센터가 컨트롤타워가 돼 3개 광역단체와 플랫폼 형태로 공동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RIS사업 3년 차 이후에 라이즈 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대전·세종·충남이 각각 별도의 라이즈 센터를 설립하고 인력양성 관련 사업을 개별 지자체가 교육부와 함께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 3개 지자체가 공동 대응해야 시너지를 얻을 수 있는 사업들은 RIS 형태로 추진하면 좋을 것 같다. 앞서 언급한 공유대학이 충청권에 좋은 시너지를 주고 있는 사례다. 대전·세종·충남 지역 24개 대학 101개 학과의 1개 학년 기준 7000여 명 학생과 1000여 명 교수진이 커다란 시너지를 발산하고 있다. 여기에 참여하는 학생은 자기가 속한 지역을 뛰어넘어 대전·세종·충남 어느 지역의 기업에도 취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전에서 교육을 받은 뒤 충남에 취업한다거나 혹은 반대로 해도 지원을 받는다. 행정구역을 뛰어넘어 학생들에게 미래를 만들어 주는 것이 RIS사업이다. 라이즈는 이런 부분에서 제약이 있을 것이다. 향후 라이즈 센터가 설립되더라도 공유대학처럼 공동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은 각 지자체간 협의를 통해 '투트랙 전략'으로 가는 것이 옳다고 본다.
-끝으로 한 말씀.
▲지난 20세기는 나 혼자 또는 내가 속한 조직이 성과를 내면 경쟁력으로 인정받는 사회였다. 하지만 지금 21세기는 나 혼자서, 내 조직이 아닌 함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 경쟁력인 시대로 변했다. 대전·세종·충남 등 3개 지자체가 따로 경쟁하는 것보다 함께 공동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DSC플랫폼을 만들었고, 그 목표를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중심으로 충청권 메가시티 경제를 실천하는 것으로 두었다.
각 지자체가 따로 한다면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는 충북까지 더해 충청권 4개 지자체가 함께 대한민국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렇게 했을 때 우리 충청권이 메가시티로 도약할 수 있다. 충청권이 진정한 메가시티가 된다면 지금처럼 수도권으로 지역 인구가 유출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충청권의 인구는 핀란드와 거의 비슷한 554만명인데, 이는 독자적인 경제권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 충청권이 지금처럼 수도권이나 영·호남과 경쟁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는 핀란드나 아일랜드와 같은 500만명 규모의 국가와 경쟁하는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함께 공동으로 힘을 모아 새로운 가치인 파이를 키우는 일, 그것이 DSC플랫폼 사업의 정신이다.
대담=고미선 사회과학부장·정리=김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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