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7일 반도체공동연구소 공모사업을 마감한 가운데, 지역 산업 수요에 발맞춰 충청권에 공동연구소 2곳을 설치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
전국 비수도권 국립대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이번 공모는 전국 4개 권역별로 진행된다. 구체적으로 Ⅰ권역(전남, 전북, 광주), Ⅱ권역(경남, 제주, 부산, 울산), Ⅲ권역(경북, 강원, 대구), Ⅳ권역(충남, 충북, 대전)이다.
충청권인 Ⅳ권역에 소재한 국립대는 공주대, 충남대, 충북대, 한국교통대, 한밭대 등 5곳이며, 이중 공주대와 한국교통대는 부지확보 문제 등으로 공모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대전의 충남대와 한밭대, 충북의 충북대 등 3개 대학이 공모에 참가하게 돼, 사실상 대전과 충북의 대결로 압축된다.
공모에 참가한 3개 대학은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공·사립 구분없이 권역 내 모든 대학이 함께 사용하는 연구소지만 유치에 성공할 경우, 대학 위상 제고는 물론 본교 인근에 설립돼 학생들의 접근성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이는 학생들의 취업 역량 강화에도 도움을 주게 돼 지역 사립대들 역시 관심도가 높다.
박연상 충남대 반도체인력양성 TF단장은 "권역 내에 반도체연구소가 설립되면 충청권에 소재한 어느 대학에서든 연구소에서 반도체 관련 전문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서 "충남대가 선정될 경우, 타 대학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충청권의 상황이다. 현재 충북에 SK하이닉스 반도체 사업장이 가동 중인 가운데, 대전이 최근 반도체 분야 국가산단 후보지로 지정되며 오는 2030년이면 해당 인력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이런 이유로 충청권역 내에 반도체연구소를 2곳으로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애초 교육부가 권역별로 1개씩 총 4개의 연구소를 설립하겠다고 못을 박았지만, 2곳으로 늘리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진 않는다. 앞서 교육부는 라이즈(RISE) 공모사업 당시에도 5곳을 시범지역으로 지정한다고 했지만, 최종적으로 7곳을 선정한 바 있다. 여기에 대전과 충북 2곳을 선정하게 될 경우, 라이즈 탈락으로 인한 허탈감을 느끼고 있는 대전시민들의 분노도 일정 부분 해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대전시와 충북도의 지원사격도 만만치 않다. 양 지자체 모두 연구소 건립비 164억원 중 일부를 지자체에서 부담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언론 보도를 통해 대전시가 연구소 건립비를 매칭 투자한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금액을 공개할 수 없지만, 우리도 똑같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제공 |
지역의 한 원로는 "교육부가 권역을 나눈 것을 보면, Ⅱ권역에 경남·부산·울산·제주를, Ⅲ권역에 경북·대구·강원을 포함시켰다"면서 "이것은 사실상 영남에 2곳을 주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그는 이어 "이런 탓에 지역 홀대론이 끊임없이 나오는 게 아니냐"며 "수도권을 제외하면 충청권이 반도체 산업의 중심인데, 2곳 이상을 설치하는 게 타당하다"고 일침했다.
김흥수 기자 soooo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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