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희 대전시의회 부의장 |
최근 아파트가 점점 대형화되고 세대수가 많아지다 보니 이제 한마을이나 다름없다. 아파트에는 개인의 재산과 공동 재산이 모여 있어 이를 전문적으로 관리해 주는 관리사무소와 주민들을 대표하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아파트 시설을 오랫동안 잘 유지하고 사용할 수 있게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이 중 입주자대표회의는 아파트의 입주자·사용자를 대표해 관리에 관한 주요사항을 결정하기 위하여 구성하는 자치 의결기구다.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입주자대표회의는 4명 이상으로 구성하되, 입주자대표회의에는 회장(1명), 감사(2명 이상), 이사(1명 이상)를 임원으로 두어야 한다.
필자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도 주민들이 직접 뽑은 입주자대표회장이 있었다. 유독 이 분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이 분이 입주자대표회장으로 선출되고 나서 아파트 단지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첫 번째 변화로 주차면이 항상 부족한 지하 주차장을 보완하기 위해 지상의 농구장을 저녁 시간부터 오전 10시까지 주차장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귀가시간이 자주 늦는 필자에게는 얼마나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인지 모르겠다.
두 번째 변화로 아파트 출입구 현관문에 출입 편의시스템을 도입했는데 휴대전화에 앱을 설치하고 다가가면 현관문이 저절로 열린다. 특히 양손에 짐을 들고 있을 땐 자동으로 현관문이 열려 너무 편리하다. 월 1,000원을 지불하고 엄청난 대우를 받는 느낌이다.
세 번째 변화로 아파트 단지 후문에 있던 중앙 화단과 양쪽 기둥을 없애고 차선을 추가로 만들어서 출퇴근 시간대 차량 진출을 원활하게 했다. 이것도 출근 시간 1~2분이 아까운 아침 시간대 차량 소통 흐름을 빠르게 해주니 너무 감사하고 고마웠다.
네 번째 변화로 아파트 단지 내 유료 헬스클럽을 무료로 전환해서 주민 누구든지 언제라도 운동을 할 수 있게 했다. 필자도 요즘 일주일에 2~3번씩 무료 헬스클럽에 가서 운동을 한다.
다섯 번째 변화로 아파트 단지 전체 외벽 도색을 새로 해서 산뜻한 새 아파트 단지가 됐다. 어디서 어떻게 선정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우수 아파트 단지로 선정됐다고 현수막이 걸리기도 했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대의정치는 직접 민주주의를 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자기 자신 대신 의견을 대변하고 견제와 감시를 해 달라고 대리인을 뽑는다. 이렇게 선출된 대리인은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최선을 다해 활동한다.
필자는 예산 사용 없이 아파트 주차 공간을 추가 확보하고, 출입문 현대화시스템을 도입해 자동으로 문이 열리게 하고, 차량 출입을 원활하게 해 대기시간을 줄여주고, 유료로 위탁 운영하던 헬스클럽을 관리사무소에서 직접 무료로 운영하고, 아파트 외벽 도색으로 단지를 전체적으로 산뜻하게 변화시키는 등 입주자대표회장이 관리사무소와 협의해 불편사항을 개선하고 삶의 질을 높여 행복감을 줬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들이 선출직이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여겨진다. 입으로만 민생정치와 생활정치를 외칠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불편사항을 개선하고 삶의 질을 높여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게 지방정치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런 훌륭한 입주자대표회장은 딱 한 번만 하고 더 이상 출마하지 않았다. 사뭇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오늘도 "나는 왜 여기에 와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조원희 대전시의회 부의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