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교시 수업인데 30분 정도는 여유 있게 학교에 도착했다. 교장, 교감, 담당자 선생님까지 나와서 환영을 해 주었다. 초·중·고 인성교육을 다녀보았지만 드물게 받아보는 환영이었다.
수업이 시작되었다. 도입 단계에서 준비된 PTP 동영상 자료를 틀었다. 6분 정도 분량인데 장사익이 부르는 < 어머니 꽃구경 가요>는 구성지면서도 처량한 노래에 관련 동영상까지 가세하여 마음을 울컥하게 했다. 시선이 모두 화면에 집중됐다. 노래경청에 모든 귀가 쫑긋 열려 있었다.
노래 < 어머니 꽃구경 가요.>는 꽃이 만개한 화창한 봄날 꽃구경 가자는 아들 제안에 어머니는 좋아라 아들 지게에 얹혀 있는 거였다. 아들 속셈은 꽃구경 시켜드린다 해 놓고 실제는 어머니를 지게에 지고가 산속에 고려장할 심산이었다.
초등 5학년생들이라 고려장을 모를 것 같아 영상이 나오기 전에 간략히 설명을 했다.
고려장(高麗葬)은 고려 시대에 늙고 병든 사람을 지게에 지고 가서 산에 버리던 민간 풍속이다.( 산속에 들어가 굴을 파고 그 굴속에 사람을 넣고 일정시간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넣어 놓은 뒤 돌문을 닫음.) 이러한 일부 민간 풍속이 세간에 전해 오고 있다는 얘기를 해 주었다.
장사익이 부른 노래 가사 내용은 이렇다.
어머니, 꽃구경 가요 / 제 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
세상이 온통 꽃 핀 봄날 / 어머니는 좋아라고 아들 등에 업혔네.
마을을 지나고 산길을 지나고 / 산자락에 휘감겨 숲길이 짙어지자
아이구머니나! /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더니
꽃구경 봄 구경 / 눈감아 버리더니 / 한 움큼씩 한 움큼씩 솔잎을 따서
가는 길 뒤에다 뿌리며 가네. / 어머니 지금 뭐 뭐하신대요. / 솔잎은 뿌려서 뭐하신대요.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 너 혼자 내려갈 일 걱정이구나. / 길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잠시 후 학생들에게 어머니가 솔잎을 한 움큼씩 따서 뿌린 이유가 무어냐고 물어 보았다. 한 학생을 제외한 두 학생의 답이 모두 유사했다.
아들이 길 잃고 헤맬까 걱정돼서 그랬다는 거였다. 두 어린이 모두 깜찍할 정도 대답을 잘 했다.
발표도 잘했고 눈동자까지 빛이 났다. 눈동자 값은 훌륭한 사람이 되는 걸로 보답할 학생이라고 칭찬해 주었다. 칭찬의 위력이 수업 태도로 바로 나타났다. 영양가 있는 칭찬임에 틀림없었다.
노래 가사처럼 어머니들은 당신들이 죽음에 이르는 상황에서도 자식들을 걱정하고 끔찍하게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이런 헌신적 희생적 사랑을 자식들에게 베푸시는 분들이 어머니이시니 살아계실 때 효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머니 꽃구경 가요,
이것이 아마도 어머니 고려장 목적으로 지는 지게가 아니고, 꽃구경으로 효도하는 봄나들이 효도차 이용 지게였다면 얼마나 좋았으랴 !
지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지게 효자 이군익 씨가 떠올랐다. 한국효문화진흥원 5전시관 들어서자마자 볼 수 있는 이군익 씨 지게가 클로즈업되어 나타났다.
지게 효자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군익 씨!
그는 92세의 연만하신 아버지가 금강산 구경을 하고 싶어하는 말씀을 하셨을 때 고민했다. 심사숙고 끝에 아버지 소원을 들어드리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 궁리 끝에 지게를 손수 제작했다. 그리고 그 지게에 아버지를 지고 아버지께서 보시고 싶어하는 금강산 구경을 시켜 드렸다. 정상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면 발목은 실핏줄이 터지고 멍이 들었어도 아버지께서 즐거워하시던 모습을 보고 기뻐했다는 지게 효자 이군익 씨!
같은 지게인데, 버리는 마음으로 진 지게는 불효자를 만들었고, 섬기는 마음으로 진 지게는 효자를 만들었다. 과연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지게를 질 것인가?
같은 지게에서 효자도, 불효자도 다 나오는 것이니, 이는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
과연 우리는 어떤 마음의 지게를 지고 살 것인가?
할아버지 산소 문제로 소송이 걸려서 잘못되어 아버지가 감옥에 가게 됐을 때 아버지 감옥살이를 대신한 월남 이상재 선생님 같은 효자도 있었건만, 현실은 효가 무엇인지도 모르게 사는 사람이 많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리 주변엔 부모님을 지성으로 모시고 효로 부모님을 즐겁게 하는 사람도 심심치 않을 정도 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 가운데에는 반인륜적인 행태로써 부모님 가슴을 멍들게 하는 사람도 있어 가슴을 아프게 한다. 고려장은 옛날에만 있는 게 아니다. 소위 신고려장이란 용어가 나올 정도 부모님을 해외관광 시켜드린다고 해외까지 모시고 나가 듣도 보도 못하던 번화가 낯선 곳에 부모님을 버리고 오는, 사람처럼 생긴 짐승도 있다. 어찌 개탄의 대상이 아닐 수 있으랴.
도박 빚지고, 돈 몇 푼 때문에 부모님을 끔찍하게 죽이는 일도 있으니 이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
오늘 따라 박인로의 조홍시가(早紅?歌)가 나를 어렵게 한다.
반중 조홍감이 고와도 보이나다.
유자 아니라도 품음직도 하다마는
품어 가 반길 이 없을새 글로 설워하나이다.
어머니 꽃구경 가요.
제발 제발 효심에서 나오는 부르짖음이었으면 좋겠다.
반포보은(反哺報恩)이 까마귀 얘기가 아닌, 우리 사람의 얘기가 되어 살 수는 없는 것일까!
남상선/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전 조정위원
남상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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