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전략기획본부장 |
일본은 1950년대에 우주개발을 시작해서, 24kg짜리 작은 위성이긴 하지만 1970년에 이미 자력으로 위성을 우주에 쏘아올린 국가이다. 세계에서 4번째이다. 이후 실용적인 큰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발사체 개발에 매진하게 된다. 미국의 부품과 기술을 활용한 N1, N2부터 H1로켓을 거치면서 기술력을 점차 확보했고 1984년 완전 자력 기술로 만드는 H2로켓 개발을 시작했다. 10여년이 걸렸고 20만 개의 부품이 들어가는데 총 100개 회사 10만 명의 인원이 참여했다고 한다. 하지만, H2 로켓은 기술적 안정화에 실패하여 일찍 퇴역하였고 이에 신뢰성을 더한 로켓이 2001년부터 활용된 H2A, H2B이다. 특히 H2A로켓은 성공적이어서 46회의 발사를 했고, 2024년까지 총 50회의 발사를 채우고 퇴역할 예정이다.
H3는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발사체를 목표로, 다양하게 변형이 가능한 유연성, H2A를 이어받은 고도의 신뢰성 및 발사비용을 기존보다 절반으로 줄인 가격대비 성능비, 세 마리의 토끼를 잡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개발되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 H3 발사는 1단은 작동되었으나 2단이 점화되지 않아 비행종단이 되었다. 이번 H3 로켓의 실패에서 배울 점이 있다. 먼저 연구개발의 중요성이다. 일본은 1970년에 이미 발사에 성공한 국가이며 꾸준히 매년 4조 원 이상의 예산을 우주에 투자하고 있다. 연구개발을 주로 하는 JAXA의 예산은 2조 원 정도에 달한다. 발사체를 하나하나 개발할 때마다 10여년씩 걸리고 수조 원이 드는 일이다. 그런데도 기술 개량을 하는 데 번번이 실패하고는 한다. 어느 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결국 꾸준히 인내심을 가지고 연구개발에 투자하지 않고서는 우주에서 앞서나갈 수가 없다.
우리나라도 누리호의 성공에 이어 차세대발사체사업을 시작했다. 차세대발사체는 지구궤도를 넘어서서 달과 먼 행성까지 갈 수 있는 대형발사체이다. 10여년에 걸친 지난한 인고의 시간이 시작된다. 연구개발은 그런 것이다. 먼저 인재가 필요하고 그 인재들이 수년, 길게는 십수 년을 묵묵히 맡은 일을 하게 될 것이다. 그 사이 국민들의 환호는 잊혀지고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질 것이다.
최근에 발표된 국가우주계획을 보면, 달착륙, 화성착륙, 우주자원 활용 등 야심찬 목표가 제시되어 있다. 우리 연구원들은 늘 그래왔듯이 사명감을 가지고 국가의 우주계획을 실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 결국 연구개발을 수행할 이들은 바로 우리 자신, 연구원들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국가에서도 우주예산을 2배로 늘릴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 연구개발을 주도하는 항우연의 예산이 5~6천억 정도이니 일본의 JAXA에 버금가는 일을 하려면 예산이 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주예산이 연구개발에 많이 투입되기를 기대한다.
H3 로켓 실패에서 배울 또 하나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이다. 일본은 1970년대에 발사 기술을 확보할 정도의 우수한 기술력을 갖고 있었음에도 그 이후에 대형화, 개량화하는 과정에서 무수한 실패를 경험했다. 그러나 그에 꺾이지 않고 정부의 꾸준한 투자와 국민들의 한결같은 성원을 받았다.
기술분야에서는 실패가 실패가 아니다. 토마스 에디슨은 말했다. "나는 실패한 적이 없다. 단지 안 되는 1만가지 방법을 발견한 것뿐이다." 일론 머스크는 "실패는 하나의 선택이다. 만약 실패하지 않았다면 당신이 충분히 혁신적이지 않은 것이다"라고 했다. 연구개발에서 수많은 실패가 자양분이 되어서 성공하게 되는 것이다. H3 로켓도 우리의 차세대발사체도 기어코 성공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전략기획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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