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사람을 살리는 저승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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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사람을 살리는 저승사자?

까마귀 울다 외 신간소설 2권 소개

  • 승인 2023-03-23 09:24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봄이다. 하나둘씩 핀 꽃송이가 마음을 간지럽게 해 미소 짓게 한다. 속상했던 기억은 추위와 함께 묻어버렸다. 따뜻한 햇살에 비로소 새해가 다가온 듯하다. 하지만 여전히 고단하고 공허한 기분을 떨치지 못하는 이가 있다면, 책을 펴자. 이번에는 마음을 보듬어줄 신간 소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까마귀 울다
까마귀 울다 표지
◆'까마귀 울다'·박현주 지음, CLB BOOKS=자살을 결심한 자에게만 보이는 저승사자가 있다. 바로 이 책에 등장하는 저승사자 '현'이다. '현'은 특이하게도 인간의 극단적인 선택을 막는 저승사자다.

5년 전 '현'은 자살을 결심한 15살 소년 '이정운'을 살린다. 하지만 스무 살이 된 정운의 눈에 다시 자신이 보인다는 것을 알고 혼란에 빠진다. 자신을 알아본다는 건 자살예정자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부모의 이혼과 가정폭력으로 힘들어하는 소년에게 겨우 삶에 희망을 가지도록 도와줬는데, 대체 5년 사이에 이 아이에게 무슨 일 있던 걸까. 그렇게 현의 고군분투가 다시 시작된다.

'까마귀 울다'는 '자살예정자를 살리는 저승사자'라는 흥미로운 설정으로 '네이버시리즈'에 연재되며 많은 독자들의 사랑과 열띤 응원을 받았다.



사람을 살리는 저승사자와 자살을 결심한 청년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인간적이면서도 다채로운 등장인물들로 몰입감을 준다. 현 외에도 넉살 좋은 저승사자 '철'과 인간에게 냉소적인 '한', 살인을 막는 선녀 등을 그리며, 입체적인 저승 세계를 그려냈고, 지하철역 앞을 배경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김밥 파는 할머니 등 우리 주변에 있을법한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두고 온 여름
두고 온 여름 표지
◆'두고 온 여름'·성해나 지음·창비=부모의 재혼으로 잠시 형제로 지냈지만, 평생 남이 돼 버렸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기하와 재하의 얘기다.

소설은 기하의 회상으로 시작된다. 사진사였던 기하의 아버지는 매년 여름 기하의 사진을 찍어 사진관 쇼윈도에 걸어뒀다. 하지만 기하가 열아홉 살이었던 그해 여름, 기하는 처음으로 독사진이 아닌 '가족사진'을 찍는다. 재화 모자(母子)와 함께. 어릴 때 친모를 여의고 아버지와 단둘이 살아온 기하는 아버지의 재혼으로 갑작스럽게 시작한 새로운 가족과의 생활을 적응하지 못한다.

기하의 마음을 유난히 뾰족하게 만드는 아버지의 달라진 모습. 어떤 일이든 재화와 함께하고, 재하의 의중부터 살피게 된 아버지를 보며 마음속에 실망과 원망이 켜켜이 쌓여간다. 이런 날 선 감정은 재하와의 관계도 서먹하게 만든다. 기하는 지긋지긋한 감정에 스무살이 되자 서둘러 집을 떠난다.

그럼 재하는 어땠을까. 기하가 집을 떠나고 재하의 친부가 벌인 크고 작은 사건으로 어머니와 새아버지가 4년 만에 갈라선 뒤 재하는 짧게나마 모두가 함께였던 그 시절을 가끔씩 떠올린다. 아토피가 심했던 자신과 병원을 동행해주던 기하 형, 치료가 끝난 뒤 함께 먹던 중국냉면, 면 위에 엉킨 땅콩소스를 젓가락으로 살살 풀어주며 형이 살며시 지었던 미소도.

더 다가갔다면, 더 용기를 냈다면, 같은 후회를 거듭하는 대신 어떤 오해는 필연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회한을 불러일으키기보다 수없이 어긋나고 멀어졌던 우리의 인연을 다독여준다.

턴아웃
턴아웃 표지
◆'턴아웃'·하은경 지음·특별한 서재=유전자 조작과 나노칩 기술이 성행하는 시대, 발레리나의 과학기술을 금지하는 서울시립발레단. 소설에는 전설의 발레리나 신수연의 딸이자 엄마의 꿈을 짊어진 제나와 제나와 절친한 사이지만 재능의 차이를 느끼고 열등감과 질투에 빠진 소율이 등장한다. 두 사람이 꿈을 향해 각자 흔들리며, 나아가던 어느 날, 죽은 수석 무용수 송라희가 나노칩 시술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그 충격이 채가시기 전에 그의 핸드폰에서 의문의 파일이 발견되며 이야기는 소용돌이친다.

청소년이 직접 뽑는 비룡소 제2회 틴 스토리킹상을 수상하며 전국 청소년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하은경 작가가 신간 '턴아웃'을 출간했다. 유전자 조작과 나노칩 기술이 성행하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SF소설이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 뛰어난 친구들에게 느끼는 열등감 등 청소년들의 현실적인 고민과 멀지 않은 미래에 맞닥뜨릴 과학기술, 진정한 예술에 대한 신념 등 생각할 거리를 독자들에게 던지는 작품이다.

주인공들은 부모에게 강요 당한 꿈, 남을 이기기 위한 꿈이 아닌, 오직 자신만을 위한 길을 찾아 나간다. 여정에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기다리고 있다. 하루하루 자신의 진정한 꿈은 무엇인지, 자신이 누군지 답을 찾아가는 이들에게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줄 것이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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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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