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연 대전지방기상청장이 기후행동을 실천하며 업무 중 저탄소 생활을 도전하고 있다. 사진은 2022년 중도일보와 인터뷰 모습. |
-기관장으로서 탄소제로 기후행동에 동참한 계기는 무엇인가?
▲기상청 구성원으로서 기상을 관찰하고 예보하는 업무를 오랫동안 하면서 기후가 바뀌고 있음을 가깝게 느끼고 있다. 2018년 예보부에 있을 때 여름은 무척 더웠는데, 낮 최고기온이 40도를 넘는 곳이 관찰되기 시작했다. 사람의 체온을 생각했을 때 40도라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더위이고, 저 역시 책이나 교육을 통해 배우지 않았던 기후였다. 총 강수량에서는 변화를 확신하기 어렵지만, 비가 내리는 정도의 강도는 분명히 강해졌고, 지난해 여름 서산과 부여에 시간당 100㎜ 이상의 폭우가 관찰된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기후변화가 본격적으로 우리 주변에 나타났고, 대응할 시각적 여유나 준비가 부족한 기후위기까지 다가갔음을 느끼고 위기감이 들었다. 마침 당시 발행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보고서는 이미 1.1도 올라 인류가 설정한 마지노선인 1.5도 도달에 가까웠음을 공표했다. 산업화 이전보다 평균기온 1.1도 올라서 지금의 기후변화가 발생하는데 1.5도까지 올랐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과 생물이 고통을 겪을까 생각해서 실천을 다짐했다.
대전지방기상청 모습. |
▲탄소를 계속해서 배출하는 지금의 문화에서는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때보다 3도 이상 올라갈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아주 혹독한 수준에서 탄소 제로를 실천하지 않으면 수십 년 후에는 인류에 큰 어려움으로 닥치게 될 것이다. 지금부터 앞으로 10년이 중요한데 기상변화를 관측하고 분석하는 데에서 그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기상관측 수준은 세계적으로 높고 분석을 통한 정확한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이를 실천하는 단계에 연결고리는 아직 약하다고 본다. 분석과 교육만으로는 기후변화를 예방할 실천과 행동을 촉발하기에 부족하고, 기상을 가까이하는 우리가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전과 세종 그리고 충남·충북에 인구 250만 명이 거주하는데, 충청권에 있는 공공기관이 기후행동에 연대하고 공동으로 실천한다면 기후변화 예방을 위한 작은 징검다리를 놓을 수 있다. 생활 속에서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기후행동은 개인뿐만 아니라 기관에서 먼저 실천해 저변을 확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막연하고 과연 지구적 현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의문도 있다.
▲탄소제로의 기후행동은 기후변화를 막거나 늦출 수 있고, 함께 실천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 우리가 함께 실천해 지구적 현상을 개선한 사례가 있다. 지구 오존층을 보존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1989년 프레온가스와 같은 오존 파괴 물질 사용을 금지하는 '몬트리올 의정서'를 채택했다. 이때부터 냉장고와 에어컨의 냉매와 헤어스프레이에 쓰이던 프레온 가스 사용량이 99% 줄었고, 2022년 조사에서 오존층이 회복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기후변화의 원인을 정확히 알고 실천을 확대하면 기후위기는 막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