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열린 제4차 구청장협의회에서 (왼쪽부터)정용래 유성구청장, 김광신 중구청장, 서철모 서구청장, 박희조 동구청장, 최충규 대덕구청장, 최희송 사무총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김기랑 기자] |
거리 확대를 주장하는 편의점 업주들과 이를 반대하는 나들가게·구멍가게 업주들의 입장 차 때문인데, 대전 5개 자치구는 한쪽의 피해가 명백하다는 점과 아직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도입을 보류하기로 했다.
대전 5개 구는 21일 '제4차 구청장협의회'를 열고 담배소매 지정거리 관련 안건을 포함한 총 7개의 현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5개 구청장을 비롯해 최희송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담배 소매 지정거리 확대 건은 대전편의점연합회가 2019년부터 민원 제기를 시작하며 불이 붙었다. 이에 구청장협의회는 2021년 9월 공동 연구용역을 추진하기로 합의했고 2022년에는 대전시가 동구에 연구용역비 6000만 원을 지원하며 발판을 마련했다. 자치구 중 대표로 용역을 맡은 동구는 같은 해 8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용역 수행을 마쳤다.
용역 결과, 현행 50m인 담배 소매 지정거리를 80m로 늘려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이는 편의점연합회가 주장하는 100m의 절충안으로, 이에 따른 유예기간 5년을 적용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이 밖에 소매인을 일부 폐지하는 방안도 나왔다.
하지만 이러한 용역 결과는 편의점연합회의 이익만을 대변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불거졌다. 지정거리를 80m로 확대할 경우 편의점은 근접 출점으로 인한 과당 경쟁과 이익 손실을 방지할 수 있지만, 나들가게·구멍가게는 임대 점포의 계약기간이 만료될 시 새로 입점할 수 있는 거리 장벽이 높아진다. 이사로 인한 명의 변경 시 분쟁이나 재산권 침해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편의점연합회의 요구인 100m에서 용역 결과인 80m로 절충한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나들가게·구멍가게는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나들가게연합회가 50m의 현행 유지를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직 지정거리 확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할 만한 사안으로 지목된다. 현재 100m로 지정거리를 확대한 지역은 서울시와 경기도 등 수도권뿐이다. 인구 밀집도가 높은 수도권의 특성상 100m의 거리제한은 합당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지방은 필요하지도, 급하지도 않다. 비수도권에서 이러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도 대전이 유일하다.
이에 구청장협의회는 용역 결과에 따라 당장 결정을 내리기보단 시행규칙 개정을 준비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다른 지역의 동향을 살펴보고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 때까지 신중하게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박희조 동구청장은 "용역 자체가 편의점연합회의 주장으로 진행됐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나들가게와 구멍가게는 불가피하게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서민들이 받을 피해를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먼저 시행규칙 개정에 초점을 두고 정부에 건의하자"고 말했다.
김기랑 기자 k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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